비로 이틀 연속 경기가 순연된 SK 와이번스와 KI A타이거즈. 양팀은 이틀 연속 쉬었던 아쉬움을 여한없이 털어냈다. 정규 이닝으로 모자라 12회 연장까지 꽉꽉 채웠고, 결국 6-6 무승부로 혈전을 마무리지었다. 양팀 모두 당연히 이긴 경기라 생각했던 상황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허탈한 무승부를 받아들여야 했다. 5월 3일에 펼쳐졌던 양팀의 시즌 3차전 경기를 되짚어 본다.

1. 도망가는 비룡, 집요한 추격자 호랑이

3일 양팀의 경기내용을 요약하자면 '도망자 비룡, 추격자 호랑이'로 표현할 수 있다. 2회초 와이번스는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타이거즈 선발투수 김진우를 공략, 최윤석의 적시타와 김진우의 폭투 등을 묶어 선취 2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타이거즈는 곧바로 이어진 2회말 반격에서 최희섭의 2루타, 나지완의 우전안타로 바로 한 점을 만회한다. 하지만 흐름을 이어갈 수 있는 찬스에서 차일목이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고 만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적시타를 쳐낸 나지완은 4회말 다음 타석에서 와이번스 선발 마리오를 상대로 자신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작렬한다. 2-2로 동점을 이룬 양팀은 8회초까지 팽팽한 균형을 이어간다. 타이거즈 선발투수 김진우는 5.2이닝 동안 2실점으로 무난한 투구내용을 선보였으며, 와이번스 선발투수 마리오는 7회까지 던지면서 역시 2점만 내주는 호투를 펼친다. 하지만 마리오는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한다.

타이거즈는 선발 김진우에 이어 용병 투수 앤서니와 라미레즈를 연달아 투입한다. 라미레즈는 국내 무대 데뷔 첫 등판이었는데, 최정에게 투런 홈런을 내주면서 시즌 첫 등판에서 패전투수가 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와이번스는 박희수, 정우람 필승계투조를 출격시켜 승부를 매조지하려 한다.

2. 반전. 마무리 붕괴

9회말 타이거즈 공격 투 아웃이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와이번스의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왜냐하면 안정감 있는 마무리 요원으로 맹활약 중인 정우람이 마운드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준호의 우전안타, 윤완주가 볼넷을 얻으면서 2사 만루의 마지막 찬스를 맞이한 타이거즈는 김선빈이 천금같은 동점 우전안타를 터뜨린다. 패배 일보직전에서 타이거즈는 극적으로 생환하게 된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던 마무리 정우람을 상대로 얻어낸 동점이라 더욱 짜릿한 것이었다. 반면 와이번스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정우람이 2점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다잡은 승리를 허무하게 날리게 된다.

양팀은 연장전에서 접전을 펼치다가 12회초 와이번스 공격에서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난다. 타이거즈는 동점 상황이지만 정규시즌 연장전 마지막 이닝인 12회를 완벽히 틀어막기 위해 올 시즌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마무리 유동훈을 투입한다. 그러나 유동훈은 투아웃을 잡아놓은 이후에 박재상에게 안타,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안치용에게 주자일소 3루타를 내준다. 최소 무승부로 갈것처럼 보이던 경기흐름이 또 다시 요동을 친 것이다. 12회까지 필승 마무리 유동훈을 아끼고 있었던 타이거즈로서는 패색이 짙어지는 암울한 결과였다.

3. 끝까지 물고 늘어진 호랑이, 다 잡은 승리를 눈앞에 두고...

12회말 1사후 이용규가 몸에 맞는 볼로 진루하고 전타석까지 무안타로 잠잠했던 안치홍이 엄정욱의 바깥쪽 공을 노려쳐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2루타를 쳐낸다. 결국 엄정욱은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좌완 김태훈이 마운드에 오른다. 김태훈을 상대로 김원섭은 초구를 노려쳐 중전안타를 만들어내고, 4번 최희섭은 볼넷을 얻어 나가며 순식간에 1사 만루의 상황으로 바뀐다. 와이번스는 김태훈을 내리고 이영욱을 마운드에 올린다. 김상훈은 이영욱과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며 승부는 다시 6-6 원점으로 돌아온다. 타이거즈 덕아웃은 이미 승리를 확신한 분위기였고 선수들은 세리모니를 위해 뛰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후속타자 차일목을 상대로 이영욱은 연속으로 볼 3개를 던진다. 관중석의 팬들이나 덕아웃의 선수들이나 승리는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4구째는 스트라이크로 보낸 차일목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설령 5구째도 스트라이크로 들어와도 볼카운트는 3볼 2스트라이크가 되고, 주자는 꽉 들어차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투수쪽이 더 큰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차일목은 5구째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높은 볼을 잡아당겼다.

강한 타구는 유격수 옆을 뚫을 것처럼 보였지만 전진 수비하던 김성현은 넘어지면서 볼을 잡아냈고, 신속하게 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를 연출해낸다. 덕아웃에서 뛰쳐 나오려던 타이거즈 선수들은 망연자실해졌고, 마운드 위의 이영욱도 낭떠러지에서 겨우 올라온 듯한 표정으로 깊은 숨을 토해낸다. 불과 몇 초전만 해도 승부가 기울어져 보이던 경기는 결국 균형을 맞춘채 마무리 되었다. 차일목은 2회 추격의 찬스에 찬물을 끼얹는 병살타에 이어 12회말에도 결정적인 병살타로 최악의 하루를 보내게 된다.

4. 양팀의 손익계산서

타이거즈는 두 명의 외국인 투수 앤서니와 라미레즈를 모두 투입하면서 가능성을 시험해보았다. 특히 올 시즌 처음 등판한 라미레즈의 경우 최정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하면서 좀 더 검증이 필요한 모습을 보였다. 12회에 필승 마무리 유동훈이 무너지며 패배 일보직전까지 갔지만 타선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하였다. 신인 박지훈이 2이닝을 삼진 3개 포함하여 깔끔히 틀어막아 연장전 승부의 균형을 이어가는데 큰 공헌을 했고, 12회말 6-4의 상황에서 등판한 2년차 한승혁은 김강민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완전히 무너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팀을 구원했다.

와이번스는 9회에 경기가 당연히 끝날거라 믿었던 상황에서 정우람이 무너지는 바람에 어려운 승부를 펼쳐야 했다. 그러나 엄정욱이 10회와 11회를 완벽하게 막아주었고, 7회부터 투입된 포수 정상호는 신종길, 김원섭의 도루를 연달아 저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하였다. 12회말 결정적인 타구를 막아낸 김성현의 수비는 와이번스 선수들의 DNA는 우량종자임을 여실히 증명하였다.

이틀 연속 비로 취소된 아쉬움을 여한없이 털어낸 양팀의 12회 연장 대혈전은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을 방불케 하였다. 과연 다음 시리즈에선 어떤 승부를 펼칠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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