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진실을 궁금해합니다. 오래전부터 그러했지만 최근들어 유독 음모론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숨겨진 이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겠죠. 설사 그 음모론이 근거 없는 내용이라해도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열광합니다. 그리고 곧 처음에 궁금해 했던 진실여부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진실'을 믿게 되는 경우도 있곤 하죠. 생각해보면 진실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어떻게 믿게 하는가'가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늘 시청률에 목을 매는 TV 예능프로그램은 좀 경우가 다르겠죠. '진실처럼 믿게 한다'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진실 따윈 상관없다'라는 것을 기초로 방송을 하기도 합니다. tvN <화성인 바이러스>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 하네요.

검색어를 위한 방송, <화성인 바이러스>

 지난 1일 방송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남자환승녀'

지난 1일 방송된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남자환승녀' ⓒ CJ E'&M


지난 1일 방송에서는 5달 동안 30명의 남자를 만났다는 '남자환승녀'와 속옷에 가까운 옷만 입고 다니는 '란제리녀'가 출연했습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그동안 방송 패턴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었죠. 1명의 남자를 1주일간만 만나고 다른 남자를 바로 만나는 여자, 노출이 심한 속옷을 주위 사람들 시선과는 상관없이 당당히 입고 다니는 여자를 지인 중에 만나기란 드문 일일 것입니다.

방송 후 인터넷은 이 두 여성으로 뜨거웠습니다. 수많은 관련기사가 쏟아지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는 <화성인 바이러스> 이슈로 가득했죠. 이 두 사람이 실제로 방송에서 말한 것과 같은 생활을 하는 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실이든 거짓이든 그 것은 중요하지 않죠. 제작진은 주변사람들의 증언과 평소 생활을 카메라에 담아 '진짜다'라는 것을 강조하곤 합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진실 따윈 상관없습니다. 그저 자극적인 소재가 궁금할 뿐이죠. '욕을 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처럼 '남자환승녀'와 '란제리녀'라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구가 어김없이 검색어를 클릭하고 관련 이미지를 보며 급기야 다시보기까지 시청하게 만들곤 합니다.

예능의 목적에 지나치게 충실한 <화성인 바이러스>

 노출이 심한 속옷에 가까운 옷을 평소에 입고 다닌다는 '란제리녀'

노출이 심한 속옷에 가까운 옷을 평소에 입고 다닌다는 '란제리녀' ⓒ CJ E'&M


예능의 기본은 웃음입니다. 하지만 웃음은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목적입니다. 방송사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추구하는 목적은 시청률이죠. <화성인 바이러스>는 이러한 목적에 지나치게 충실한 프로그램입니다. 방송 후 있을 논란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입니다.

오히려 출연자들의 동의하에 방송되기 때문에 제작진의 부담은 적은 편이죠. 간혹 쇼핑몰 홍보를 위한 출연이나 화성인들의 평소 생활이 방송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논란이 있을 때는 있지만 그 또한 이슈화가 되고 시청률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연예관련 루머가 돌기 시작하는 초기에 대중들이 보이는 반응은 '진짜야?'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곧 그 루머에 대한 진실 확인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렇다더라'라는 확인되지 않은 진실로 변하게 되죠. 이 같은 현상은 자극적인 내용일수록 정도가 더 심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실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죠. 그저 대중들의 일상에 하나의 흥미 거리만 되면 그만입니다.

<화성인 바이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하나의 흥미 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죠. 하지만 대중들은 방송 후 출연자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하기도 하고 논란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화성인 바이러스> 그 이후에 발생하는 일들은 단순히 흥미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방송의 진짜 기본인 책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티스토리 블로그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화성인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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