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고쇼>의 메인 MC로 나선 고현정

SBS <고쇼>의 메인 MC로 나선 고현정 ⓒ SBS


"나는 뭐 1+1 옵션인가요?"

그러니까, <고쇼>는 왜 첫 방송 게스트에 길을 포함시켰을까.

새로운 토크쇼의 출범을 알려던 SBS <고쇼>가 6일 오후 첫 방송됐다. 9%대 시청률로 나쁘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조인성과 천정명이라는, 기존 토크쇼나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신선한 게스트를 첫 초대손님으로 초대, 세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중평이다.

그런데 왜, 길 스스로도 농담반 진담반 자신의 존재 이유를 MC들에게 물어야 했을까.

 "아... '고쇼'에서는 말 없더니 '보코'에서는 잘 했나 보구나. 같은 시간에 두 탕 뛰느라..."

김태호 PD가 트위터를 통해 길에게 남긴 농담섞인 응원이다. 역시 동시간대 방영된 Mnet <보이스 코리아>에 출연한 길의 활약과 대비시킨 것이다. 파업으로 10주째 결방을 맞이한 MBC <무한도전>의 정형돈과 길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SBS <고쇼>는 길의 어쩡쩡한 포지션을 포함해 몇 가지 숙제를 남겼다. 이를 포함해 <고쇼>의 관전포인트를 짚어 봤다.

1. 고현정씨, 좀 더 거칠어(?)지셔도 좋습니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분위기를 살짝 얹었던 영화 <여배우들>의 주요 갈등은 선배 여배우 고현정과 후배 최지우와의 기싸움이었다. 영화 속에서 때로는 과격하고 때로는 다정다감하며 전반적으로 솔직담백한 고현정의 화법이야말로 그가 메인 MC로 나선 <고쇼>에서 기대한 그 무엇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회에서 보여준 고현정의 모습은 '정색'을 남발하는 그 모습 그대로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보조 MC 정형돈이, 제작진 또한 자막으로 인정한 부분이기도 했다.

때때로 고현정은 키스신을 함께한 '절친' 후배 조인성, 천정명이 게스트로 나오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궁금증을 자아낼 정도로 경직돼 있는 모습도 보여줬다. 아직 예능 속 수많은 카메라가 부담이었을까. 후배들에게 연기론을 설파하는 입담만큼이나 고현정의 좀 더 화통한 웃음과 직접 화법을 자주 봤으면 하는 심정은 필자뿐이었을까.

2. '나쁜남자'는 굳이 뽑아야 했나요? 

<고쇼>는 알려진대로 공개 오디션 콘셉트를 차용했다. 영화제작사 대표인 고현정이 게스트들을 상대로 일종의 오디션을 본다는 설정이다. 여기에 <라디오스타>의 윤종신과 <무한도전>의 정형돈, <강심장>의 김영철이 보조로 토크를 돕고 추임새를 넣는 형식인 셈이다.

1회에서 도입한 '나쁜남자'를 뽑는 형식은 아마도 조인성과 천정명, 고현정과의 친분이 두터운 걸로 알려진 게스트를 배려한 주제로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애정관을 들어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의 인생사나 연기론, 하다못해 최근 활동에 대해서도 전혀 들을 수 없는 이 <고쇼>는 토크쇼로서 굳이 하나의 주제를 선택해야 했을까.

여자친구를 낚시터에서 이틀간 심심하게 만들었다는 심심하고도 전혀 흥미롭지도 않은 길의 이야기가 토크쇼 클라이맥스에 배치된 것이야말로 이 토크쇼가 아직 갈 길을 제대로 정하지 못했다는 걸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다랄까.

 고현정의 진행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고쇼>의 첫회 녹화 장면.

고현정의 진행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고쇼>의 첫회 녹화 장면. 고현정의 '절친'인 조인성이 첫 회 게스트로 나섰다. ⓒ SBS


3. '닮은 꼴' 일반인 출연은 딱 거기까지

조인성을 닮은 어린이가 <발리에서 생긴 일>을 패러디하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나. 한참 물이 오르던 중이었던 두(?) 게스트의 이야기의 맥을 뚝 끊어버린 일반인 출연은 다행히도 크지 않은 분량을 차지했다. 말 그대로 다행이다.

앞으로 출연을 예약한 빅뱅 멤버가 5명이라 해도 5명의 일반인이 출연하지는 않을 터.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가 출범 초기 일반인과 소통한다는 콘셉트로 대중들을 찾아가는 미션을 진행하다 코너 자체를 폐지했던 사례를 잊지 마시길. 어정쩡한 일반인 출연은 진중한 토크의 맥을 끊기 마련이다.

4. 그렇다면 다시 고현정이다.

제작발표회에서 서혜진 PD는 "<고쇼>의 신선함과 가능성은 고현정으로 시작해 고현정에서 끝난다"고 밝힌 바 있다. 박중훈도, 주병진도, 김승우도 못할 역할과 가능성을 고현정은 품고 있다는 기대일 것이다.

허나 <고쇼> 1회는 그 자체로 고현정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시키진 못했다. "너무 세서, 아파요"라는 조인성의 고현정에 대한 인물평은 여타 게스트가 나온다면 들을 수 없는 얘기다. 시청자들은 굳이 고현정이라면, "인성아, 오징어 그냥 같이 먹고 (키스신) 찍자"라고 <봄날> 촬영장에서 고현정이 조인성에게 건넸다던 솔직하고 대담한 토크를 기대할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9%대 시청률과 함께 일단 기존 토크쇼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한 <고쇼>의 지향점이 어디로 향할지는 '절친'들이 물러간 2회부터일 것이다. 부디 고현정이란 대어를 낚은 <고쇼>가 직설화법의 1인자 김수미의 <수미옥>을 뛰어 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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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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