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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팝스타'의 심사를 맡고 있는 SM·YG·JYP 엔터테인먼트의 보아·양현석·박진영

'K팝스타'의 심사를 맡고 있는 SM·YG·JYP 엔터테인먼트의 보아·양현석·박진영 ⓒ SBS


개인적으로, 아니 꼭 개인적인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MBC <나는 가수다>부터 숱한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지켜보면서 가창력만 중요시하는 현 방송 실태의 심각한 문제점을 느끼면서도 외면해왔다.

SBS < K팝스타> 역시 처음부터 열심히 챙겨보았다. 사실 이 프로그램 역시 뻔하게 가창력 운운하며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일단 국내의 3대 기확사인 YG와  JYP의 사장, 그리고 SM을 대표하는 가수 보아까지 심사위원(물론 이들 3명 모두 가수 출신이다)으로 나온다는 이슈 하나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첫 방송부터 생방송 이전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즐겨봤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는 다르게 방송 자체가 경쾌하고 발랄했다. 진부한 가창력만 중요시되는 타 방송과는 달리 좀 더 개성 있고 자유분방한 출연자들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생방송 무대로 넘어오면서 '< K팝스타>는 다르다'는 기존의 인식은 확 사그라졌지만, 이는 애초에 매주 한 명씩 떨어뜨리는 생방송 무대를 열 번씩 봐야 한다는 중압감을 유발한 제작진의 오산으로 보인다. 그것은 논외로 하고 생방송 무대로 넘어오면서 격론을 낳고 있는 '이승훈 문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 K팝스타>의 성공에 대해서는 기존의 평론가들이 잘 정리해놓은 글이 많으므로 내가 말할 부분은 바로 '아티스트' 라는 논의점이다.

 'K팝스타' 첫 생방송 경연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부른 이승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235점으로 최저점을 받았다.

'K팝스타' 첫 생방송 경연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부른 이승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235점으로 최저점을 받았다. ⓒ SBS


가창력 그 이상을 중요하게 여겼던 < K팝스타>...그 중심에 '이승훈'이 있다

< K팝스타>가 기존 프로그램과 가장 차별화된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가창력' 그 이상을 중요시하려 한 점이었다. 그리고 그 가치판단의 정점에 선 주인공이 바로 이승훈이라는 참가자다. 현재 3번의 생방송 끝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이승훈에 대한 말들이 많다. 하지만 그가 '아티스트'인지 혹은 그냥 뛰어난 '재롱꾼'인지는 현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생방송으로 전환된 < K팝스타>의 재미와 인기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바로 이승훈이다. 기존 프로그램들도 그렇지만 마지막 서바이벌의 무대로 넘어와서는 단 하나의 실수도 바로 탈락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유독 이승훈만은 무대 전체를 실망적으로 마쳐도 가까스로 살아남고 있다. 이는 이승훈에 대해 비평을 하는 네티즌들도 있지만, 계속 새로운 그의 무대를 기대하는 더 많은 네티즌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박진영, 양현석 그리고 보아가 투표결과를 보며 당혹감에 휩싸이더라도, 혹은 이승훈 본인부터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지라도 이런 현상은 당분간, 최소 톱5까지는 이어지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그렇다면 이승훈의 졸작을 보면서도 시청자들의 왜 그에게 투표를 함으로써 그의 생명력을 연장시킬까 하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리고 여기에서 '아티스트'란 논의점이 부각되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아티스트, 즉 예술가란 예술 작품을 창작하거나 표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라고만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적 해석보다 시청자들은 더 정확히 아티스트에 대한 기준과 관점을 마음 속에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승훈이 살아남은 비결이며 해답이기도 하다. 우리가 기대하는 아티스트란, 가창력은 떨어지더라도 그 어느 명가수보다도 진심을 전하는 마음, 그리고 그에 더한 창작 능력이다. 단순히 남의 노래만 잘 부르는 것이 아닌 직접 작곡을 하고 거기에 작사 및 편곡의 싱어송라이터 자질에,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할 수 있는 능력까지 총체적인 천재성을 잠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티스트다. 그래서 선진국일수록 아티스트가 부와 명예를 차지하고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아티스트에게 요하는 마지막 중요 요소는 넘칠 수 없는 끼이다. 보통의 끼가 아닌 속된 말로 정말 끼가 온몸에서 철철 넘쳐 흘러서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끼 말이다.

 지난 12일 'K팝스타' Top9 생방송 당시 이승훈의 '단발머리' 공연 모습

지난 12일 'K팝스타' Top9 생방송 당시 이승훈의 '단발머리' 공연 모습 ⓒ SBS


그런 면에서 이승훈은 정확히 아티스트란 범주 안에 들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포함한 < K팝스타>의 지원자들 속에서는 뛰어난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시청자들이 < K팝스타> 심사위원들의 미간까지 찌푸리게 만들며 계속 이승훈을 뽑아주는 이유이다. 박지민이나 이미셸 모두 뛰어난 가창력과 잠재력을 소유한 탤런트들이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소위 '가창력' 이란 것이 사람 밥을 먹주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요즘 같은 시대에 말이다. 하지만 창작 능력은 밥뿐 아니라 돈과 명성 그리고 그 이상까지 불러온다. 여하튼 이승훈이 있기에 < K팝스타>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화할 수 있었다. 사실 참신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면 이승훈 같은 참가자들이 적어도 수십 명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국내의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고 < K팝스타>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던 간에 그 촉매제 역할을 제대로 한 건 한 것이다.

ⓒ 자료사진


모든 오디션 참가자들이 본받아야할 아티스트는? 바로 엑스 재팬의 히데

그렇다면 우리가 그동안 봐온 뮤지션들 중에 '아티스트'로서 오디션 참가자들이 본받고 따라야 할 인물은 누가 있을까?

서태지부터 이적, 김동률까지 다양한 뮤지션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과연 누구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티스트 뮤지션이란 칭호를 선사할 수 있을까 했을 때 바로 떠오른 뮤지션이 일본의 히데이다. 옆 나라 일본이란 것이 아쉽긴 하지만 히데란 뮤지션에게 보고 배울 점들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가히 신드롬을 일으킨 '엑스 재팬'의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약했고, 그 이전 음악 활동 공백기에는 미용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까지 딴 경험이 밴드의 스타일 및 악기 튜닝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솔로 및 개인 밴드 '히데 위드 스프리드 비버스'까지 론칭하며 놀라운 싱어송라이팅 능력 및 무대 디자인 그리고 자신을 브랜드 및 프로모션하는 총체적인 능력까지 모두 증명했다. 또한, 실질적인 '엑스 재팬'의 리더였다는 말처럼 멤버 리딩 능력, 거기에 패셔너블한 그의 의상 및 화려한 헤어스타일은 하나의 유행과 문화를 창조해내며 젊은이들을 추종케 만들었다. 또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토리텔링까지 갖추고 있다. 어렸을 적 뚱뚱한 자신이 싫어 음악을 시작한 이야기부터 활동의 절정기에도 암환자였던 자신의 소녀팬에게 장기기증 서약 및 이리저리 챙겨주던 가식 없던 모습들, 그리고 자살인지 우발적 사고인지 모르지만 영국진출을 앞두고 미스터리를 낳은 그의 죽음까지. 이 정도는 되야 우리는 감히  '아티스트'란, 예술인 최고의 칭호를 거림낌 없이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히데의 상황에서 보았듯이 아티스트란 마이너에서 자신의 색으로 시작해 대중적인 성공까지도 거둘 수 있어야 한다.

 빅뱅 지드래곤

빅뱅 지드래곤 ⓒ YG엔터테인먼트


진정한 아티스트 히데를 닮은 백뱅의 권지용...개인 밴드를 추천한다

글이 좀 길어질 것 같지만, 국내의 빅뱅에 있는 G-Dragon이란 애칭을 쓰는 권지용이란 가수에 대한 간략한 글까지 적어야 할 것 같다.히데 죽음 이후 십 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을 것 같던 끼와 재능이 철철 넘쳐흐르는 인물이 바로 권지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 개인적으로 권지용에게 바라는 바가 있는데,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현재 히데를 잇는 가장 끼 넘치는 다재다능한 뮤지션으로서 '아티스트'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뭔가 더 높은 이상을 해야 되는데 그것은 바로 솔로활동이다. 권지용 역시 싱어송라이팅 재능은 어느 정도 증명했으나 아이돌 그룹이라는 치명적인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애초에 아이돌가수였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티스트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그의 재능이 아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도 안되는 GD라는 속 뻔히 보이는 솔로활동 보다는 차라리 록적인 음악으로 개인 밴드를 만들어서 기타를 메고 나와서 활동하는 것이 훨씬 큰 발자취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빅뱅의 2집이었나, 'Stupid Liar'라는 록적인 요소가 다분한 수록곡을 들으면서, 그리고 후렴 부분에서 록 가수들의 헤드뱅잉까지 안무로 차용하는 능력을 보면서, 아이돌뮤직에 오랫만의 참신한 감동과 함께 '이거 어느 나라가에서도 통하겠구나" 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 해당 음반에 수록된 'Baby Don't Cry' 역시 록발라드 장르였던 것 같은데 이런 쪽으로 히데처럼 멋진 밴드 이름 하나 론칭하고 독창적인 패션스타일까지 더해 활동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손해 볼 부분이 없는 것은 음악시장이 포괄적인 일본에서 역수입되어 오히려 더 큰 인기를 누릴수도 있고 대마사건으로 주춤해진 인기를 만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까다로운 음악 소비자들 역시 이런 활동이 더해져야 비로소 귄지용에게 '아티스트'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것이다. 예전에 Y2K의 일본형제가 일본으로 돌아가서 록 밴드를 만들어 한국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들었다. 국내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부분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다. 내가 잠깐 YG로 가서 제대로 '권지용 솔로표 밴드' 기획을 해주고 싶을 정도다. 'Cnblue' 같은 흉내 밴드가 아니라 정말 멋진 밴드로 말이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제 글을 정리하겠다. 개인적으로 '가창력'만 운운하는 촌스러운 사고방식의 대한민국에서 < K팝스타>의 등장은 그나마 반가운 것이 사실이고 그로 인해서 '아티스트' 운운하는 문제점들이 불거져 나온 것 역시 반갑다. 하지만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방향성이 바뀔지엔 심각한 의문점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가창력 운운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교육의 근원적인 문제이고 한국의 주입식 교육환경이 바로 진부한 '가창력' 현상을 낳은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가창력이 밥 멕여주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 지났다.

K팝스타 이승훈 빅뱅 G-DRAGON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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