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심지어 두 팀의 감독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울산 모비스가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전주 KCC를 91:65로 대파한 것이다. KCC로서는 주전 포인트가드 전태풍의 부상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며, 홈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첫 판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4~5경기는 KCC를 대비해서 연습했다고 말했던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 유감독의 KCC를 대비한 준비는 완벽히 들어맞았다. 주전으로 나선 5명의 선수는 모두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고, 단 하나의 약점도 노출하지 않은 채 완승을 거뒀다. 울산 모비스의 주전 5명이 KCC전에서 보인 활약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

울산 모비스 주전 5명의 활약상, 어땠길래

포인트가드 양동근.

시즌 막판 극도의 난조를 보이면서 체력적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컸다. 그렇지만 플레이오프가 시작되자, 다시 원래의 양동근으로 돌아왔다. 울산 모비스의 공격은 전반 내내 뻑뻑했다. 2쿼터까지 모비스가 기록한 점수는 총 34점. 그 중 절반인 17점을 양동근이 기록했다. 경기 초반부를 양동근이 끌어주지 못했다면, 경기 양상은 다르게 흘렀을 가능성이 크다.

양동근은 너무나도 자유로웠다. 항상 KCC와의 경기에서는 공수에서 많은 짐을 짊어졌었지만, 이 날 만큼은 달랐다. 전태풍이 결장하면서 수비에 대한 부담감이 크게 줄어들자, 자신의 장기인 공격 본능을 마음 놓고 펼쳐냈다. 수비 전문인 신명호의 수비를 무색케 하며, 3점슛 6개 포함 26점을 퍼부었다.

 점프슛을 시도하는 양동근

점프슛을 시도하는 양동근 ⓒ KBL

슈팅가드 박구영.

시즌 막판 양동근과 마찬가지로 3점포가 말썽을 부렸었다. 2쿼터까지도 박구영의 3점포는 여전히 영점이 잡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점수도 겨우 2점에 불과했다. 수비에서는 계속해서 공격수를 놓치고 파울을 범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그렇지만 그는 3쿼터에 자신의 타짜 본능을 뽐내기 시작했다. 2쿼터까지 1점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가져간 모비스. 박구영은 3쿼터에만 3점포 3방을 적중 시키며, KCC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슛이 적중되기 시작하자, 경기를 보는 시야도 시원하게 뚫린 박구영. 어시스트도 무려 7개를 기록하며, 가드로서의 본연의 임무도 완벽히 완수했다.

스몰포워드 김동우.

추승균의 득점을 최소화하라는 명을 받고 경기에 나섰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김동우는 추승균을 그림자 마크했다. 추승균은 그러한 수비를 뚫고 1쿼터에만 5점을 기록했지만, 2쿼터에 2점, 그리고 3쿼터 2점에 그쳤다. 1쿼터에 김동우가 선보인 강력한 수비로 인해서, 일찌감치 체력적 한계에 다다른 추승균이었다. 시즌 막판 최고의 슛감을 보였던 백전노장 추승균은 2점 성공률 17%의 극심한 난조를 보였다.

수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히 해낸 김동우. 2쿼터까지 자신의 득점은 0점이었다. 그렇지만 승부처였던 3쿼터에서 3점슛 2개를 성공 시키며 팀의 분위기 반전을 가져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득점은 단 6점이었지만, 공수에서 그야말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선보인 것이다.

 추승균을 수비하는 김동우

추승균을 수비하는 김동우 ⓒ KBL

파워포워드 함지훈.

사실 이 경기의 진정한 MVP는 함지훈이다. 함지훈은 대부분의 시간을 KCC의 용병 왓킨스와 맞대결을 펼쳤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3쿼터까지 왓킨스는 함지훈의 수비를 뚫지 못하고 6점에 그쳤다. 물론 끊임없이 도움 수비가 들어온 영향도 있지만, 왓킨스는 힘으로 함지훈을 제압하지 못했다. KCC의 자랑인 더블 포스트 중 왓킨스가 막혀버리자, KCC의 공격은 극도로 뻑뻑하게 전개됐다.

공격에서도 함지훈은 만능의 활약을 뽐냈다. 득점은 11점에 불과했지만, 리바운드 6개, 그리고 어시스트를 무려 11개나 기록했다. KCC 선수단 전체의 어시스트가 13개였기에, 함지훈의 어시스트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센터 레더.

많은 울산 모비스 팬들이 이 선수를 가장 걱정했을 것이다. 시즌 막판 6경기에서 경기당 4.2개의 파울을 기록하며, 완전히 자제력을 잃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경기에서도 1분 30여초 만에 파울을 범하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그렇지만 2쿼터까지 단 1개의 파울만을 기록하는 자제력을 보였고, 승부가 갈린 3쿼터까지 3개의 파울만을 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격에서도 하승진과 대등한 활약을 이어 가며 모비스의 골밑을 성공적으로 지켜냈다. 하승진이 3쿼터까지 19득점을 기록했고, 그 맞대결 상대였던 레더는 17점을 넣었다. 레더가 파울 관리를 잘하면서 공격에서도 하승진과 비슷한 기록을 이어 갔기에, 모비스의 골밑은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특히 레더는 14개의 리바운드를 걷어 내며, 모비스가 리바운드 싸움에서 32:27로 앞서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주전 5명이 모두 자신의 몫을 100% 이상 해낸 울산 모비스. 감독의 전술에 완벽히 부응하며, 아무도 예상치 못한 대승을 거뒀다. KCC의 전태풍이 2차전도 결장할 것이 유력한 가운데,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간 울산 모비스가 4강 진출을 위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과연 KCC는 2차전에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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