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우 문정희 곧 개봉할 영화 <연가시>에서 그는 평범한 샐러리맨 재혁(김명민 분)의 아내 경순으로 분했다. 영화에서 강인한 엄마의 모습과 동시에 섬세한 여자의 모습을 선 보일 예정이다. ⓒ 이정민


첫사랑의 아이콘이 어느 새 '유부녀'가 되어 있었다. 물론 배우로서 그는 훌륭하게 맡은 배역을 해내왔다. 여기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를 여인으로서 강렬히 기억하게 하는 작품은 <연애시대>에 멈춰있다는 생각이 있었고, 여기에 대중들도 마찬가지이겠거니 해왔다.

영화 <연가시> 촬영이 막 끝난 이후 배우 문정희를 만났다. 이번에도 자식이 있는 아내 역이었다. 물론 실제로 가정이 있는 한 사람의 아내라지만, 배우로선 다분히 제한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노파심에서 물으니 이번엔 다소 다른 느낌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그가 맡은 대부분의 배역이 유부녀 일색이지 않았는가. 자기 주관이 강하거나 남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혹은 도도했든 말이다.

또 누구의 아내라니...싫다고 할 수도 없고

"이번에도 또 누구의 아내였어요. 박정우 감독이랑 벌써 세 번째 작품인데 감독님이 갑자기 전화해선 하자고 하셨죠. 우리가 이미 '싫어요!' 할 수 없는 사이더라고요. 제가 <쏜다>에서 감우성씨 부인 경순이 역이를 맡았는데 이번에도 경순인 거예요. 날 그냥 사용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 경순이 전문 배우예요?'라고 감독님께 묻기도 했어요."

문정희의 물음에 대한 박정우 감독의 대답은 "나뿐만 아닌 제작자까지 모두가 널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말 자체가 고맙고 감동이었단다. 그렇게 문정희는 다시 누군가의 아내로 분했다.

그녀 말대로 좀 달라 보였다. 영화 <연가시>는 사람의 뇌를 조종하는 변종 기생충 '연가시'를 소재로 한 영화. 여기서 그가 맡은 경순은 평소엔 착하고 순한 아내지만, 동시에 위기 상황에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강인한 정신을 지닌 캐릭터다. 평범한 샐러리맨 재혁(김명민 분)을 내조하면서도 연가시로 인해 바뀌어 버리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제 후반 작업을 남긴 상황이다. 문정희는 '연가시'에 대해 실제로 있는 생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화 이야기로 몇 시간을 이어 대화할 수 있을 태세였다. 그만큼 이번 작품에 대한 열정과 집중도가 높아 보였다.

"허구지만 사실성에 근거하도록 연구를 많이 해야 했어요. 잘못하면 좀비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잖아요. 감독님께서 그 부분에 가장 신경쓰시며 노력하셨어요. 연가시하면 어른들은 생소해 하지만, 요즘 초등학생들은 다 알더라고요. 과학책에 나오거든요. 양서류 등에 사는 기생충인데 그런 게 사람에게 있다면 얼마나 끔찍하겠어요."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문정희가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한국영화에서 여배우의 위치..."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문정희는 최근 소속사를 옮겼다. 한가인·황우슬혜와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다. 전 소속사와의 계약 만료 이후 그가 옮긴 곳은 말 그대로 여자 대표가 있는 몇 안 되는 소속사이기도 하다. 새로운 둥지에서 활약할 그만의 각오가 궁금했다.

- 새 소속사인 만큼, 그것도 여자 매니저가 대표로 있는데 남다를 것 같아요.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를 안다는 말엔 동의하진 않지만, 여배우에게 로드맵을 제시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게 좋았어요. 저 혼자면 못했을 틈을 함께 발견할 수도 있고요. 지금의 제 위치를 생각했을 때 이곳에서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 배우로서의 문정희가 지금의 자신을 바라볼 때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배우라는 이미지가 강한 거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 더욱 성실하게 열심히 한다면,  여자로서 배우로서 훨씬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애시대>때 제게선 그 배역의 캐릭터가 보이잖아요. 그런데 최근까지 드라마에서 엄마 역할을 하다 보니 제게서 그냥 엄마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 한편으론 드라마 출연으로 대중들이 친근하게 여기고 많이들 사랑해 주시잖아요.
"사람들이 제 모습에서 통쾌하면서도 따뜻한 면을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엄마 캐릭터만이 아니라 악역으로 제가 복수의 칼을 가는 모습이라고 해도, 그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겁니다. 단순히 TV에 나와서 친근한 배우가 되고 싶진 않아요. 어떤 고정된 이미지로 인해 다양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한계는 원하지 않습니다."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문정희 후배들에 대해서도 애정어린 마음을 보였다. 최근 그는 소속사 신인 배우의 멘토를 자청해 함께 연기를 끌어주고 있다. ⓒ 이정민



- 배우라는 면에서 나름의 욕심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부분인가요?
"그런 욕심이야 끝이 없겠지만 나이를 볼 때 드라마에선 제한이 있는 게 현실이더라고요. 드라마할 때 사실 그 제한 안에서 다양하긴 했죠. 하지만 여자이기 전에 엄마였어요. 배우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죠. 그때, 아 그래서 여배우들이 센 역할을 원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원한다기 보단 좀 다른 장르와 기회들이 있었으면 해요. 영화부분에선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단 많지 않아요. 어렵지만 찾아야죠."

- 그 부분에 공감합니다. 한국 영화 전면에 여배우가 선다는 걸 영화관계자들이 아직은 낯설게 보는 것 같아요.
"여배우가 잘 살아나는 역할의 영화가 많이 아쉬워요. 얼마 전에 <범죄와의 전쟁>을 봤는데 다 남자였잖아요. 이런 좋은 영화를 보면 잠이 잘 안 와요. 그 작품에 열정을 쏟았던 배우들 모습에 질투도 나고요.

분명 여자로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텐데...인간은 누구나 똑같다고 봐요. 악역이라도 인간 냄새가 나는 역할로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역할에 대해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게 배우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영화<연가시>에서 강한 엄마이자 동시에 여자이고 싶어하는 역을 맡은 배우 문정희가 29일 오전 서울 서교동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 직전 오마이뉴스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 문정희 ⓒ 이정민


문정희 사랑을 믿어요 하정우 최민식 연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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