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15일 14시 14분]

 1994년 혼성그룹 투투로 순식간에 스타가 됐던 황혜영(40)은 현재 인터넷 의류 쇼핑몰 아마이의 대표다. 남동생과 함께 6평짜리 오피스텔을 얻어 시작한 쇼핑몰은 창업 6개월까지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3년차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전까지 황혜영은 매일 동대문 도매상가에 들려 발품을 팔며 샘플을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고객 응대, 포장까지 직접 했다고 한다.

1994년 혼성그룹 투투로 순식간에 스타가 됐던 황혜영(40)은 현재 인터넷 의류 쇼핑몰 아마이의 대표다. 남동생과 함께 6평짜리 오피스텔을 얻어 시작한 쇼핑몰은 창업 6개월까지 수익을 내지 못했지만, 3년차부터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전까지 황혜영은 매일 동대문 도매상가에 들려 발품을 팔며 샘플을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고객 응대, 포장까지 직접 했다고 한다. ⓒ 아마이


"무려 18년이 지난 지금도 황혜영을 설명할 때는 늘 '투투'라는 이름이 나온다"는 그의 볼멘소리를 알면서도, 또 써야겠다. 1994년, 데뷔하자마자 그를 스타로 만들어준 혼성그룹 투투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황혜영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으니까.

투투의 대표 히트곡 '1과 2분의 1'에서 깜찍한 춤을 추던 무표정한 소녀, 황혜영이 삶의 터전을 동대문 의류 도매상가로 옮겼다는 소식은 확실히 뜻밖이었다. 작년에는 김경록 민주당 부대변인과의 결혼으로 또 한 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투투 멤버, 인터넷 쇼핑몰 사장, 그리고 정치인의 아내. 황혜영(40), 그의 인생 3단계 변주곡을 들어봤다. 먼저 보증금 천만원으로 마련한 6평짜리 오피스텔에서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 통장 잔금 달랑 2백만원으로 시작했다는 사업 이야기부터 꺼내봤다.

 황혜영(왼쪽)과 김경록 전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은 작년 10월 27일 오전 8시께 일찍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끝내고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게시했다

황혜영(왼쪽)과 김경록 전 민주통합당 부대변인은 작년 10월 27일 오전 8시께 일찍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를 끝내고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게시했다 ⓒ 황혜영 트위터


눈떴더니 신데렐라, 꿈은 길지 않았다

- 90년대 꽤 인기 있었는데 돈 좀 많이 벌어놓지 않으셨어요? 창업 자금이 꽤 빠듯하네요.
"방송 쉬고 아무 것도 안 하고 '팽팽' 논 게 4∼5년이에요. 벌어놓은 돈은 다 썼고, 통장이 '동그랑땡'이 되니까, 이러다가 굶어 죽겠다 싶어 쇼핑몰을 시작한 거죠. 사업 오래 한 지인이 '사업은 돈으로 때우거나, 몸으로 때우거나 둘 중 하나'라고 하는 말을 3년이 지나 깨달았어요. 저는 몸으로 때웠죠. 하루에 20시간씩 일했어요."

- 1994년, 22살에 투투로 데뷔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어요. 아직도 '황혜영'하면 투투와 인기곡 '1과 2분의 1'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 같은데?
"22살 데뷔했을 때, 바로 좋은 반응이 왔어요. 첫 방 후 3주 째인가, <가요톱텐>에서 1위를 했는데, 별세계에 온 것 같더라고요. 눈떴더니 신데렐라가 되어 있었죠. 뭘 생각할 나이도 아니었고, 겨를도 없이 하루에 12개씩 일정을 소화했어요.

차에 타고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 채, 내리라면 내리고 또 차 타고 가는 생활이 반복됐죠. 그런데 방송 그만두기 전, 나를 스타로 만들어 준 투투의 이미지가 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내 모습의 다가 아닌데."

- 2002년에 오락실이라는 밴드로 재기한 걸 보면 가수 활동에 대한 욕심도 있지 않았나요? 그런데 기대만큼 활동을 오래하지는 못했어요.
"오락실 앨범은 준비를 많이 했어요. 투투로 인기는 많이 얻었지만, 비디오형 가수에 대한 이미지가 커서 내 입으로도 내가 가수라는 얘기를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도 내 상품성은 가수 쪽인지라, 이왕이면 제대로 하고 싶어 노래 연습도 많이 하고 앨범도 1년 정도 준비했어요. 오락실로 인해 '황혜영이 노래도 하네?'라는 평도 들었지만, 딱 2주 방송했어요. 이후로 소속사와의 계약 문제 등 아픈 일이 반복되고 연예계 활동에 지치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놓게 된 것 같아요."

"목적 있는 결혼? 내 남편은 십 수 년간 정치인"

 "저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어요. 물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적도 없었고요. 연기를 전공하고 연기자를 꿈꿨는데 데뷔를 가수로 하고 대박이 나니까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걷게된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어요. 물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적도 없었고요. 연기를 전공하고 연기자를 꿈꿨는데 데뷔를 가수로 하고 대박이 나니까 자연스럽게 그 길을 걷게된 것 같아요." ⓒ 아마이


황혜영은 작년 10월 23일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던 동갑내기 '김경록'과 결혼했다. 현재 그의 남편은 안양을 지역구로 올해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가 됐다.

- 최근에 결혼하면서부터는, 투투보다 정치인의 아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붙죠?
"평범한 사람과 결혼했다면, 그냥 내 삶이 이어지겠지만 정치인은 내 남편만은 아니잖아요. 저와 친한 언니가 결혼하기 전 제 남편에게 '혜영이는 당신만의 애인이 아니다, 연예인은 대한민국의 연인이다'는 얘길 한 적이 있듯이 책임감이 있어요. 그 고민 때문에 요즘 사실 잠을 못 자요."

- 항간에는 김경록 예비후보가 정치를 위해 연예인 아내를 이용한다는 악성 루머가 있었어요.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도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는데. 
"총선 때문에 남편의 주변에서 '아내가 선거 운동하러 안 오냐'고들 하나 봐요. 그래도 남편은 저한테 얘기를 안 해요. 서로의 삶에 민폐를 끼치거나 강요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남편이니까 아내로서 도와주고 싶죠. 어느 부부인들 그렇지 않겠어요.

김경록이 정치하려고 황혜영과 결혼했다는 말을 들어야하는 게 남편에게 제일 미안해요. 남편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대요. 전라남도 장성이 고향인데, 15살 때부터 광주에 혼자 나와 공부하다가 대학에서도, 대학원에서도, 유학을 가서도 정치를 전공했어요. 국회의원 보좌진부터 당의 부대변인까지, 이 사람은 십 수 년간 정치인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저와 결혼하고 나서 그냥, '황혜영의 남편'이 됐어요. 정치하려고 저와 결혼한 꼴이 된 거죠. 왜 목적이 있는 결혼이라고 하는지 답답해요. 지금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게 부부인데, 저는 상대에 대한 신뢰나 믿음, 사랑 없이 머리만으로 한 침대에서 잘 수 있는 비위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평범하지 않은 부부로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도리는 지켜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황혜영

황혜영 ⓒ 아마이


"정치인 아내는 하얀색? 황혜영은 핫핑크"

- 요즘 이것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했는데, 앞으로 본인의 일과 남편의 일을 영리하게 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
"연애를 하면서 고민을 했어요. 내가 과연 정치인의 아내가 될 수 있을까. 남편의 주변에서도 우려를 했죠. 정치인의 아내는 내조를 해야 하는데, 황혜영은 본인만으로도 색이 너무 튄다. 정치인의 아내는 하얀색이라는 틀이 있는데, 황혜영은 핫핑크예요. 근데 정치권에 핫핑크가 들어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영화 <댄싱퀸>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저도 그게 걱정이 돼서 '우리 결혼은 아니지 않느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남편이 '정치인의 아내라고 해서 집에 들어앉아 순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하얀색이 되면 그게 황혜영이냐, 나는 원하지 않는다' 그 말에 용기를 내서 결혼을 하게 됐어요.

다른 정치인 아내들도 많이 참고 살 거라는 생각을 해요. 내조를 위해 자신의 꿈을 접는 분들도 있겠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단 말이죠(웃음). 그래서 앞으로 나의 삶을 열심히 살면서, 남편을 위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이에요. 그게 40대의 숙제예요."

황혜영 투투 김경록 김경록 예비후보 아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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