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포스터는 총 세 종류다. 주요 배역인 훤(김수현 분)과 연우(한가인 분), 그리고 양명군(정일우 분)과 보경(김민서 분)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포스터 하나와 무녀복을 입은 연우가 흐릿한 실루엣만을 보이는 포스터 하나, 그리고 훤과 연우가 마주보고 있는 것 하나다.

포스터는 그 작품의 이미지를 시각적이고 직관적으로 전달해 내야 한다. 그만큼 <해를 품은 달>의 포스터에도 이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법하다. 과연 이 세 종류의 포스터에는 어떤 숨은 의미가 담겨 있을까? <해를 품은 달>의 포스터를 만든 MBC 홍보국의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포스터 속 배경은 왕권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MBC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공식 포스터. 왼쪽부터 김민서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

▲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 포스터는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선 주역 네 명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 MBC


이 포스터는 '일월오봉도'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됐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한자 그대로 하나의 태양과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를 담아낸 그림이라는 뜻이다. 이 봉우리 사이로는 대개 두 개의 폭포수가 흐른다.

조선시대 용상(왕이 앉는 의자) 뒤에 병풍 형태로 주로 놓였던 이 그림은 놓이는 위치 때문에 왕실 자체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백성들의 태평성대를 염원하는 의미도 담겼다고 한다. 유교 경전 중 하나인 <시경>의 '천보'라는 시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만원 권 지폐 속 세종대왕 뒤에 그려진 그림도 바로 일월오봉도다.

일월오봉도 병풍은 앞으로 <해를 품은 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훤이 본격적으로 왕위에 오르면 그 뒤에도 이 병풍이 놓이게 된다. 또한 신비한 배경을 담음으로써 정통 사극이 아닌, 판타지와 사극, 그리고 로맨스가 섞인 <해를 품은 달>의 분위기를 전하려 했다는 전언이다.

흐릿한 형체, 연우의 '기억상실' 상징

 MBC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공식 포스터

▲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 포스터에는 천에 가려 흐릿하게 보이는 연우의 모습이 담겼다. ⓒ MBC



이 포스터는 불투명한 천 뒤에서 어딘가를 응시하는 연우의 실루엣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이는 앞으로 <해를 품은 달>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잘 보여주는 포스터라 할 수 있다.

4회까지의 전개에서는 세자빈으로 간택된 연우가 훤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지만, 18일 방송될 5회부터는 음모에 휩쓸려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연우의 모습이 그려진다. 대왕대비 윤씨(김영애 분)의 사주를 받은 국무 장녹영(전미선 분)이 흑주술로 연우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결국 연우는 무덤에까지 들어가게 되지만, 장녹영이 이를 살려내 무녀 '월'로 살아가게 한다. 연우는 이 때의 공포로 모든 기억을 잃게 되는데, 바로 포스터 속의 불투명한 천과 연우의 흐릿한 형상은 연우가 기억을 잃는 것 그 자체를 상징한다.

다시 말해 무녀의 복색으로 천 뒤에 있는 연우의 모습을 담아낸 이 포스터야말로 연우의 운명을 단적으로 시각화한 셈이다. 

마주본 두 사람, 그런데 이건 원래 계획에 없었다?

 MBC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공식 포스터

▲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 포스터에는 주인공 두 사람의 애틋한 시선이 담겨 있다. ⓒ MBC


이 포스터에는 천 밖으로 나온 연우와 그 곁으로 다가온 훤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한 때 혼인할 사이였으나 이별하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애틋한 시선이 포인트다.

그러나 이 포스터는 사실 계획에는 없던 것이었다. 원래는 일월오봉도를 배경으로 한 포스터와 실루엣으로만 보이는 연우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만을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포스터를 촬영하면서 이 두 개의 포스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제작진간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보는 사람들은 천 뒤의 인물이 누구인지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연우는 천 밖으로 나와 훤을 바라보는 구도의 이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세 개의 포스터에 공통적으로 쓰인 문구 '가까이 오지 마라! 내게서 멀어지지도 마라…' 도 포스터 속 두 사람간의 거리를 통해 의미가 극대화된다.

어떻게 보면 '협박'(?) 같기도 한 이 문구는 가까이 있어도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닌, 그렇다고 멀리 있어도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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