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희섭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1월 15일 '잠적'했던 최희섭이 구단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안타깝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재능이 있으면 뭐하나, 최희섭에게는 의지가 없었다고 보인다. 누구보다 훌륭한 하드웨어가 있으면 뭐하나, 최희섭은 이번 사태를 통해 다소 초라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그는 팀을 우승에 올려놓을 정도로 큰 공을 세운 적이 있지만, 이제는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가장 큰 갈등요소로 변한 듯하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우뚝 선 타자이자 메이저리그에서 시즌 두 자리 수 홈런을 때려냈던 게 바로 최희섭이다. 추신수가 있기 전에는 한국인이 세울 수 있는 모든 타격 기록을 갖고 있었으며, 그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록이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부상은 최희섭을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의 국내 리그 복귀... 한마디로 험난했다

최희섭 어디로 가는가.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은 하나다. 야구를 그만두던가, 아니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던가다. 현재의 상태로는 이적 역시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의 기준은 09,10년이 되고 타팀의 기준은 부진한 나머지 3년이 될 것이 뻔하다.

▲ 최희섭 어디로 가는가.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은 하나다. 야구를 그만두던가, 아니면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던가다. 현재의 상태로는 이적 역시도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아의 기준은 09,10년이 되고 타팀의 기준은 부진한 나머지 3년이 될 것이 뻔하다. ⓒ 기아 타이거즈

간단하게 국내 리그의 모든 공격 기록을 갈아치울 것 같은 자신감을 보였던 최희섭이었다. 하지만, 국내 무대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2007년 5월 국내로 복귀해 그가 뛴 경기는 고작 52경기. 총체적 난국에 빠진 기아에 새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경기장에 서는 횟수가 큰 화제가 됐다.

그해 타율 0.337과 7개의 홈런, 46개의 타점을 기록했지만 부상이 문제였다. 시즌 막판 활약하며 2008 시즌의 기대를 밝게 했지만 변화구에 대한 약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결국 그 해 기아는 8위로 시즌을 마쳤고 서정환 감독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2008년, 온갖 추측과 장밋빛 기대가 난무했지만 최희섭에게 돌아온 현실은 가혹했다. 55경기 출장에 0.229의 타율, 6개의 홈런에 그쳤다. 같은 팀의 이재주 보다 훨씬 처지는 기록이었다. 팬들의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고 최희섭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는 깊어만 갔다. 특히나 그의 정신력에 대한 부분들이 집중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팀은 자율훈련 등 최희섭에게 최대한의 배려를 해줬지만, 전지훈련지에서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했고 시카고 컵스 시절 당한 뇌진탕으로 인한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거기에 고질적인 허리부상까지 겹치며 기대에 부풀었던 국내복귀 2년 차는 최악의 한해로 끝났다. 언론은 2007년 오프시즌과 함께 최희섭에 대한 희망적인 이야기들로 2008년 오프시즌을 채워나갔다.

그러나 2009년은 달랐다. LG에서 온 김상현과 'CK포 콤비'를 이루며 가공할 괴력을 뽐냈다. 드디어 기아의 4번 타자이자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자신의 진가를 뽐낸 것이다. 그는 3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으며 100개의 타점을 올렸다. 타율도 3할 이상을 찍으며 거포본색을 드러냈다. 팀은 12년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최희섭은 김상현과 함께 일등공신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2010년 김상현이 무릎부상으로 부진하며 최희섭에게까지 여파를 미쳤다. 상대팀의 집중 견제 속에 최희섭은 2009 시즌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그는 21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타율은 3할을 밑돌았다. 특히나 4강 경쟁을 펼치던 롯데, SK 전에서는 1할대 타율을 기록했으며 두산을 상대로도 0.211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거기에 홈 구장인 광주에서 0.236의 타율(2009년 광주구장 0.258)로 부진했다. 결국 팀도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주장반납, 허리통증... 정신력이 흔들렸나?

2011년은 그가 팀의 주장이 되며 절치부심한 해였다. 그러나 시련이 시작됐다. 최희섭은 전지훈련에서부터 허리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주장자리 까지 반납했다. 기아로써는 로페즈와 윤석민의 부활, 거기에 이범호의 가세로 충분히 해볼만한 시즌이었지만 주전들의 부상이 줄줄이 이어지며 결국 시즌 4위에 그쳤다.

결과도 그러했지만 과정 역시 문제였다. 최희섭은 5월 들어 허리통증으로 팀을 이탈했다. 소속 팀이 목동에서 넥센에 3대 0으로 패하던 어린이날, 최희섭의 부인은 트위터를 통해 최희섭과 함께 엘지와 두산의 잠실 경기를 보고 있음을 알렸다. 최희섭의 사과로 일단락됐지만, 그를 향한 팬들의 불신은 폭발하고 말았다.

사실 돌이켜 보자면 최희섭의 지난 5년간의 행보는 메이저리그 경력과 국내 복귀할 때 부풀었던 팬들의 기대에 비춰 봤을 때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다섯 시즌 동안 고작 두 시즌만을 정상적으로 뛰었을 뿐이다. 나머지 세 시즌은 부상으로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팀은 그 5년 동안 꽤나 괜찮은 선수들을 데리고 있었지만 8-5-1-5-4위의 성적에 그쳤다.

무엇보다도 그의 책임감 없는 행동이 문제가 됐다. 부상 중에 아내와 함께 다른 팀의 경기를 본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걸핏하면 단체 훈련에 이런 저런 핑계로 빠졌다. 전지훈련을 제대로 소화한 시즌이 없을 정도. '알 수 없는 어지럼증'은 '형저메'(형, 저 메이저리거예요)만큼이나 최희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고참임에도 주장반납 파동을 겪으며 팀의 분위기를 저해했다.

최희섭 사태... 솔직히 좀 심했다

상처받은 최희섭 이제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트레이드 파동에 휩 쌓였던 최희섭 문제는 일단 ‘트레이드 불가’로 결론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상처받은 최희섭과 KIA구단이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희섭 ⓒ KIA 타이거즈


팀 사령탑이 교체되며 분위기 쇄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최희섭 사태는 그의 행동이 너무 지나쳤다는 평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는 광주의 집을 처분하고 수도권으로 이사했으며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잦아졌다고 한다. 컨디션을 핑계로 동계훈련에도 빠졌고 전지훈련 명단에도 빠졌다.

결국 최희섭과 팀의 불화가 언론 전면에 등장했고, 트레이드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최희섭의 이러한 현재 상태를 볼 때 어떤 팀에 가더라도 정상적인 선수생활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아 입장에서도 혹시 모를 최희섭의 부활을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다.

무엇보다도 기아가 우승을 염두에 두기 위해서는 좌타 거포 최희섭의 존재가 필요한 상황. 나지완, 이범호, 김상현의 우타거포 일색의 기아에 최희섭의 존재는 마치 '화룡점정'과 같기 때문이다.

최희섭이 팀 복귀 의사를 밝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볼 수 없다. 이제 팬들과의 불화, 선수단 간의 불화는 최희섭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 본인이 먼저 팬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실한 모습과 함께 어느 정도 이상의 성적을 보이면 이번 사태는 금방 가라 앉을 수 있다.

이제 최희섭이 하기에 달렸다

한마디로 먼저 풀어야 할 것은 기아와 기아 팬들과의 관계다. 그리고 자신이 야구와 홈팬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고쳐 먹어야 한다.

물론 그가 기아 팬들의 관심을 저버리고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모르는 것은 아닐게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는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기회조차 잡을 수가 없다. 그가 지난 5년간 보여온 모습을 봤을 때, 그 어느 팀도 선뜻 최희섭의 2009, 2010 시즌 성적을 보고 좋은 협상 카드를 내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이번과 같은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더 이상 선수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야구, 축구, 농구처럼 선수간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단체 스포츠. 정신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기에 그의 돌발 행동이 선수단에 끼칠 영향은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것은 타인의 존경과 자신의 자존심을 모두 지키는 방법이다. 이제 그는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성적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우리 나이로 서른 넷, 어리광부릴 나이는 한참 지났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팀의 고참으로서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제 모든 것은 최희섭이 하기에 달렸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올라간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최희섭 프로야구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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