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방죽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즉, 사소한 일이라도 얕보다가는 큰 화를 입게 된다는 우리말이다.

500만 관중을 넘어 600만 관중이 들어찬 프로야구장은 이제 더 이상 과거처럼 정치의 벽도 지역의 장벽도 없는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이며 대한민국 프로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를 관리 감독하는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거꾸로 가는 행정도 부족해 주권침탈까지 당했지만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고, 회원사인 각 구단들 또한 명백히 재산권 침해를 당했음에도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우뚝 선 윤석민 1. 2007년 선발전환 후 KIA마운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윤석민은 이번시즌 투수 4관왕을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해외진출 자격연한을 얻은 윤석민은 구단의 설득으로 해외진출을 2년뒤로 미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우뚝 선 윤석민 1. 2007년 선발전환 후 KIA마운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윤석민은 이번시즌 투수 4관왕을 달성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특히, 해외진출 자격연한을 얻은 윤석민은 구단의 설득으로 해외진출을 2년뒤로 미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지난 10월 8일 KIA와 SK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렸던 인천 문학구장은 여느 포스트시즌과 다름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2009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2년 만에 가을야구에서 만난 KIA와 SK는 선발야구와 불펜야구의 자존심 싸움을 벌였고, 3회 선취점을 뽑은 KIA가 1-0으로 간신히 리드를 지키며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비록 9회 차일목의 만루홈런으로 사실상 승부는 마무리 되었지만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KIA 마운드를 굳건히 지킨 윤석민에게 쏠려 있었다.

이미 올림픽과 WBC 등 국제대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린 윤석민은 이날 9회 최동수에게 불의의 홈런을 허용하며 아쉽게 포스트시즌 첫 완봉승을 놓치기는 했지만 까다로운 SK 타선을 상대로 9이닝 동안 홈런 포함 3안타 3탈삼진 3볼넷으로 나무랄데 없는 투구내용을 선보이며 이날 경기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어필했다.

이번 시즌 평균자책과 다승, 탈삼진, 그리고 승률까지 지난 1991년 선동열(현 KIA 감독) 이후 무려 20년 만에 투수 부분 4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윤석민의 해외진출 여부는 시즌 중에도 이미 큰 화두였다. 물론 윤석민 또한 이번 시즌의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보다 쉽게 높은 값에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은 마련했다.

모르쇠 KBO와 각 구단들, 주권침탈과 재산권침해 알기는 하나?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해외진출 자격 연한을 채워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윤석민은 시즌이 끝나자 메이저리그의 큰손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진출을 위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확인했다. 보라스 측 또한, 윤석민을 포함해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으며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한화 류현진과도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야구규약이다. KBO는 지난 2001년 11월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명령에 따라 대리인(에이전트)을 인정하지 않았던 규정을 고쳐 2002년부터 제한된 자격 하의 대리인(에이전트)을 인정하였다. 이 내용은 "선수 1인당 1명의 대리인을 둘 수 있으며 그 대리인의 경우 선수 본인의 가족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는 자로서 계약에 대한 법적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돼 있다. 또한 야구규약 30조[대면계약]에서는 "구단과 선수가 선수 계약을 체결할 때는 구단 임원 또는 위원회 사무처에 등록된 구단 직원과 선수가 대면해서 계약하지 않으면 않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시행은 추후 결정한다"라고 못 박아 뒀다.

이 내용을 되풀이 하면 현재 KBO에 등록되어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은 스캇 보라스와 같은 거물 에이전트라 할지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으며, 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이는 곧 무효가 된다. 나아가 KBO와 각 구단들은 사실상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KBO와 KIA, 한화구단은 윤석민과 류현진이 해외진출을 위해 스캇 보라스라는 거물 에이전트와 계약했다는 것을 언론에 발표했음에도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 KBO의 야구규약을 무시하며 본인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보라스 측의 한국야구에 대한 명백한 주권침탈이자 KIA와 한화구단에 대한 재산권 침해인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류현진 1. 2006년 입단 이후 매년 두 자리승수를 올리며 한화의 에이스를 떠나 국가대표 에이스로 우뚝 선 류현진은 프로야구 뿐 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등판 때마다 호투를 선보이며 이미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과 일본야구 관계자들의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 류현진 1. 2006년 입단 이후 매년 두 자리승수를 올리며 한화의 에이스를 떠나 국가대표 에이스로 우뚝 선 류현진은 프로야구 뿐 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등판 때마다 호투를 선보이며 이미 메이저리그 관계자들과 일본야구 관계자들의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 ⓒ 한화이글스


현재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는 곳은 K-리그뿐이다. 그리고 금기의 벽으로 여겨졌던 프로야구에도 에이전트제도가 비정상적으로 정착화 되는 느낌이다.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서 나타났듯 최대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미국이나 일본 에이전트뿐만 아니라 국내 연예기획사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만약, 에이전트 제도를 막을 수 없다면 무분별한 에이전트의 난립으로 홍역을 치르기 전에 KBO와 각 구단 단장들은 더 늦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나아가 야구규약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 이를 현실에 맞게 수정하여 에이전트 제도를 인정하고 철저히 관리감독이 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한국야구 진출은 끝이 아니고 시작에 불가하다. 그리고 보라스의 사례를 기반으로 무수히 많은 에이전트들이 프로야구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 KBO는 이번 보라스에서 취한 행동에 대해 명백한 주권침탈이라는 점을 밝히고 향후 제도개선을 통해 선수들이 합법적으로 에이전트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에이전트제도 보라스코퍼레이션 프로야구 윤석민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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