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JTBC의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 JTBC


종합편성채널 중 가장 오락적 측면에서 기대를 받고 있는 JTBC의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의 첫 회가 방영되었다.

<청담동 살아요>는 살림살이 꾸리기에 등골이 휘는 늙은 엄마 김혜자와 그 가족이 청담동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지방에 살던 김혜자의 가족이 청담동이지만 보잘 것없는 건물로 이사와 만화방을 여는 것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보여지듯이 김혜자 가족은 청담동에 살지만 청담동에 살 자격(?)이 되지 않는 루저로 나온다. 그러기에 뜬금없이 삼겹살을 구워 먹다 건너편의 휘황찬란한 청담동의 상징 글로리아 백화점을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백화점 VIP고객만이 갈 수 있는 문화 클럽에 들지 못해 노심초사하거나, 쇼윈도우의 명품 백을 단번에 손에 넣지 못해 안절부절한다.

여기서 떠오르는 4일자 <개그 콘서트> '사마귀 유치원'의 한 장면. 최효종은 말한다. "내 집 가지는 거 어렵지 않아요, 한 달에 200만 원씩 저축하면서 30년간 물만 마시면서 살면 돼요"라고. 그리고 이런 최효종의 일갈에 방청객들은 심한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이렇게 내 집은 물론, 이제는 전셋집조차 서울특별시에서는 몸 담기 힘든 상황을 개그에서도 뻔하게 밝히고 있는데, JTBC의 첫 시트콤은 제목부터 <청담동에 살아요>란다.

첫 회 건물 사이에 끼어든 보잘 것없는 집에 김혜자의 가족은 한숨을 쉬지만,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청담동이라면 저것만 해도 도대체 땅 값이 얼마야? 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다. 심지어 거기서 만화방을? 그러면 도대체 그 만화방 대여료는 얼마여야 하는 거야? 허긴 한류 스타 유노윤호가 빌려다 보는 만화책이라니 팬들한테 홍보만 해도 홍보비는 뽑겠다란 생각까지.

반면에, 요즘 과연 이 프로가 시트콤인가 다큐인가 정체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하이킥3-짧은 다리의 역습>의 루저는 <청담동에 살아요>의 루저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때는 자그마한 회사의 사장으로 딸내미 유학 보내고, 아들 내미 운동까지 시키며 잘 나가던 내상은 하루 아침에 빈털털이가 되어 빛쟁이들에게 쫓기다 못해 감옥까지 다녀오고, 5일자 방송에서는 재기를 하기 위해 하루 2시간도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몸져 눕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그뿐인가, 감히 매번 공무원 시험에 떨어지는 찌질한 주제에 이쁜 학교 선생인 박하선을 넘본다고 욕을 먹던 고영욱은 결국 그녀를 사랑해서 미안해 죽겠다고 심정을 토로하고 만다.  모든 것을 잃고, 수위에서 노점·주유원·대리운전까지 하면서 처남네 얹혀사는 몰락한 중산층, 이 사회의 정상적인 진입의 길이 아직은 요원해 보이는 고시생, 여전히 허덕이는 비정규직의 루저들과 <청담동의 살아요>의 루저들은 과연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을까? 정말 무엇이든 정해주는 애정남에게 물어보아야 하겠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 내상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 육식솔

▲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 내상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나선 육식솔 ⓒ MBC


<청담동에 살아요>의 번듯하게 집을 가졌지만 매달 생활비조차 메꾸기 힘들어 하는 루저는 흡사 빚을 내서 어렵게 집을 마련했지만 이제 그 집으로 인해 매달 이자 내기 조차 버거워 쩔쩔매는 하우스 푸어 정도를 감안해서 만들어진 캐릭터일까? 아니, 오히려 그보다는 제일 비싸다는 동네 비싸다는 아파트 작은 평수에 살면서 우리는 달동네라고 자조하는 사람들이 더 공감할 캐릭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서민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VIP회원들만 가는 문화 클럽이나, 명품 백이 당면의 문제가 아니니까. 결국 JTBC는 나름 서민적 시트콤이라고 만들었지만, 오히려 김혜자네 정도의 사고방식은 가져야 이 시트콤을 공감하고 볼 거야 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계층적 위화감만 잔뜩 심어주는 셈이 된 건 아닐까?

물론 아직도 '나는 중산층이라는 중산층의 허위의식이 사람들을 많이 사로잡고 있지만, 하이킥3를 보면서 웃음보다는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지금의 상황에서 <청담동 살아요>가 웃고 보면서도 한편에서 찜찜한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청담동 살아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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