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리뷰]"영화는 길고 리뷰는 짧다" '이 영화 봐? 말어' 여러분의 친구, 애인, 가족 및 일가친척이 극장 매표소 앞에서 고민할 때, 팝콘을 사는 척하면서 '한뼘리뷰'를 재빨리 참고해보세요. 매주 '핫(Hot)한' 영화를 기자의 시각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푸는 코너입니다. 제 값내고 보는 영화 아깝지 않게 든든한 조언자가 되겠습니다. [편집자말]
"명수 있어요? 명수 어디로 갔나요? 이명수! 이명수!"

미안하지만 명수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스포일러라 할 수도 없겠지만 이 영화, 위의 세 마디가 대사의 전부다. 무언가 철학적이거나 심오한 깨달음을 대사를 통해 원했다면 일찌감치 포기를 하는 게 좋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그러니까 올해의 마지막 그의 작품인 <아멘>은 철저하게 집요할 만큼의 '그냥 보여주기'를 택했기 때문이다.

굳이 산세바스티안영화제와 부산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는 홍보성 문구가 아니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영화는 남자친구와 연락이 끊긴 한 여자(김예나 분)가 무작정 유럽으로 날아가 정체 모를 사내와 엮인다는 지극히 간단한 구조다. 그렇지만 이 단순한 구조에서 펼쳐지는 지극히 기이한 사건은 평소에 김기덕에 대해 혹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품고 있는 이들에겐 나름의 답이 될 수 있을 법하다. 예를 들면 '왜 사니?', '왜 연애하니?', '행복은 뭐니?', '도덕이란 뭐니?' 등의 질문에 대해 말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물음을 <아멘>에 대입해도 나름의 답변을 얻을 수 있단 얘기다. 마치 미지수 X와도 같다고나 할까. 여자가 잠든 사이 여자를 겁탈했던(혹은 그런 것으로 추정되는) 사내는 끊임없이 여자가 잠든 틈을 타 몰래 돈을 놓고 간다거나 아기 신발을 놓고 간다. 이 사내의 목적은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는 것. 전제 조건은 '난 자수할 테니 내 애는 낳아라'다. '애는 무슨 죄가 있냐'면서 말이다.

<아멘> 영화 <아멘>의 한 장면

▲ <아멘> 영화 <아멘>의 한 장면 ⓒ 김기덕 필름


이를 김기덕에 대입하면 아기는 그의 영화를 상징할 법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멘>은 <아리랑>에 이은 또 하나의 그의 자전적 영화로 볼 수도 있다. 일단 질문을 안고 가보자. 김기덕에 대해서든 자신의 삶에 대해서든 말이다. 나름의 답변을 엿듣는 놀라운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히브리어로 '아멘'은 '그리 되길 원한다' 정도의 뜻이다. 기도를 마친 맨 마지막에 붙이는 말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이 작품은 김기덕 영화의 새로운 전환점일까 아닐까. 어떤 해석을 내리든 우선 이 영화는 올 12월 21일까지 그것도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만 상영을 한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후엔 절대 재상영이 없다는 감독의 뜻이라니 오로지 지금이 기회다.

단, 심신이 지쳐있거나 전날 과음을 했다면 이 영화는 가볍게 피해주길 바란다. 100프로 잠든다. 잠에서 깰 무렵 당신을 향해 손가락을 펴는 여배우의 모습에 놀라고 싶지 않다면 충분한 수면을 취한 후 상영관을 찾길. (건강검진 전날 정도의 수면 시간을 권장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보다 풍성한 느낌을 얻어가려면 김기덕의 또 다른 신작 <아리랑>을 먼저 보는 편이 좋다. <아리랑> 역시 동시에 같은 극장에서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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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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