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효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실린 수원 블루윙즈 누리집(bluewings.kr) 첫 화면

윤성효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실린 수원 블루윙즈 누리집(bluewings.kr) 첫 화면 ⓒ 수원 블루윙즈


전반전 유효 슛 일곱 개가 말해주듯 수원 선수들은 2만 3천여 안방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자랑했다. 일찍 골이 터진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프 타임 호루라기 소리를 들을 때 수원 팬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 추가 시간에 극적인 골이 터진 것. 그러나 박진감 넘치는 축구는 거기서 끝이었다. 후반전에 한 골을 지키기에 급급하는 축구로 돌변한 수원이 안방 팬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수원의 후반전 유효 슛은 단 1개에 그쳤다.

윤성효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는 20일 오후 3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1 K-리그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 부산 아이파크와의 안방 경기에서 전반전 추가 시간에 터진 하태균의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며 1-0으로 이겼다. 수원은 오는 수요일 저녁 같은 곳에서 울산을 만나 포항과의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수원의 위력적인 세트 피스, 염기훈의 왼발 덕분

쌀쌀한 날씨였지만 빅 버드의 열기는 40분을 기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것이 바로 축구의 묘미라는 것을 그로부터 약 7분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 주연이었고 부산 문지기 전상욱은 특급 조연이었다.

전반 41분,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감아차기가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갈 듯 날아갔다. 하지만 부산 문지기 전상욱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멋지게 공을 걷어냈다. 골문 바로 뒤 좌석을 가득 메운 그랑블루의 환호성과 몸부림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곧바로 이어진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도 수원은 골과 다름없는 상황을 만들어 냈지만 부산 미드필더 유지훈과 문지기 전상욱의 온몸 투혼 앞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공은 다시 오른쪽 코너킥 자리에 놓였다. 염기훈의 왼발 띄워주기가 골문 반대쪽으로 돌아들어 가는 이상호에게 정확하게 이어졌지만 여기서도 전상욱의 신들린 선방이 발휘됐다.

그렇게 득점 없이 전반전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추가 시간에 오장은이 달려 들어가며 프리킥을 얻어냈고 여기서 극적으로 결승골이 터졌다. 염기훈의 왼발 킥이 골잡이 하태균의 머리를 빛낸 것. 골을 내준 부산으로서는 최명용 주심의 휘슬 소리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 윤성효 감독의 선택은 옳았나?

한 골을 따라잡아야 할 부산의 안익수 감독은 후반전 10분경 미드필더 이성운을 빼고 골잡이 양동현을 들여보내며 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주문했다. 이때부터 경기의 전개 양상은 크게 바뀌었다. 이기고 있는 수원이 본격적인 '잠그기'로 돌변한 것이다.

올해 수원의 축구를 계속 살펴온 팬들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55분경부터 대놓고 골문을 걸어잠그는 전술은 충격 이상으로 느껴졌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골잡이 스테보가 징계를 받은 것 때문에 남은 일정에 쓸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양상민-마토-최성환-오범석'으로도 모자라 오장은까지 아예 측면 수비수로 쓴다는 것은 한창 뜨거워진 안방 팬들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하태균의 머리를 겨냥해서 길게 차 올리기만 하는 '묻지마 뻥 축구'가 계속되었다. '염기훈-이용래-박현범-오장은-이상호'라는 좋은 미드필더들을 내세우고도 무모하면서도 재미없는 축구로 일관한 것은 팬들의 지탄을 받을만한 처사였다.

그렇다고 해서 수비벽을 두껍게 만드는 변화를 준 뒤 부산의 공격이 먹통이 되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엉덩이를 잔뜩 뒤로 뺀 수원의 골문 앞이 더욱 흔들렸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76분에 만들어졌다. 수비수 오범석이 결정적인 패스 실수를 저질렀고 부산의 한상운은 오른쪽으로 돌아들어 가고 있는 골잡이 양동현을 겨냥해 공을 찔러주었다. 훌륭한 첫번째 터치로 수비수 마토를 따돌린 양동현은 회심의 왼발 감아차기를 노렸지만 공이 아쉽게도 뜨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한상운과 양동현이 수원 벌칙구역 안에서 좋은 기회를 더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원의 수비지향적 전술 변화는 실패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비록 골을 뽑아내지 못했지만 후반전 중반 이후에 보여준 부산의 총 공격 양상이 오히려 팬들의 박수를 훨씬 더 많이 이끌어낼 만한 것이었다.

오는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 울산을 안방에서 윤성효 감독이 통곡의 벽 마토만 믿는 축구를 주문할 것인지, 특급 미드필더들을 극대화시키는 전술을 주문할 것인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2011 K-리그 챔피언십 결과, 20일 낮 3시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1-0 부산 아이파크 [득점 : 하태균(45+2분,도움-염기훈)]

◎ 수원 선수들
FW : 하태균(89분↔임경현)
MF : 염기훈, 이용래, 박현범, 오장은, 이상호
DF : 양상민, 마토, 곽희주(18분↔최성환), 오범석
GK : 정성룡

◎ 부산 선수들
FW : 파그너, 한상운
MF : 유지훈(62분↔최광희), 임상협, 이성운(55분↔양동현), 김한윤, 김창수
DF : 에델, 황재훈, 이요한(76분↔윤동민)
GK : 전상욱
수원 부산 K-리그 축구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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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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