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외모의 차치수(정일우 분)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 굴지의 식품 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를 만나 '위로'라는 것이 뭔지도 모를 만큼 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사사건건 모욕을 주는 여자 교생(차치수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로 차치수는 교생을 인턴이라 부른다)은 차치수의 타고난 승부욕, 즉 누군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심장을 자극한다.

차치수가 인턴이라 부르는 그 여자 교생 양은비(이청아 분)은 전직 배구선수로 흔히 '철밥통'으로 불리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그래서 되도록 그녀의 이름을 연상시키는 양은냄비처럼 활활 끓어오르는 성질을 죽이려고 하지만 천상 '욱녀' 인 터라 그게 마음대로 잘되지 않는다.

양은비가 자신의 타고난 성질을 감추면서까지 교사가 되려는 이는 순전히 아버지 양철동 때문이다. 양철동은 차치수 아버지 재단 학교이자 양은비가 교생으로 실습 나간 차성고등학교 앞에서 25년간 라면가게를 운영한다. 언뜻 보면 허름하기 짝이 없는 분식점이지만 양철동은 일본에서 요리를 공부한 수재 출신이다. 여러 유명 레스토랑의 스카우트 제의를 거절하고 한국 정통 라면 레시피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양은비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더는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어 애써 아버지를 외면하고자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지병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 양은비의 아버지가 돌연히 세상을 떠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힘들어하던 양은비에게 존재만으로도 모든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미남(이기우 분)이 불쑥 찾아온다. 그리고 양은비를 보고 '마누라'라고 부른다. 허나 양은비는 자신을 마누라라고 부르는 최강혁을 한 번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 뒤 양은비를 둘러싼 차치수와 최강혁의 불꽃 같은 대결. 도대체 이 세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tvN <꽃미남 라면가게>는 드라마라기보다 한 편의 순정 만화를 보는 듯하다. 일단 등장인물 설정이 어디서 많이 본 구도다. 돈 많고 잘생겼지만 까칠한 남자 주인공과 평범한 외모에 어려운 환경에도 구김살 없이 씩씩한 여주인공, 그런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혹은 외사랑)하면서 남자 주인공과 대립각을 세우는 또 다른 남자. 순정 만화의 고전이라는 '캔디'뿐만 아니라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최고의 사랑> 속 인물 구도도 이 법칙을 그대로 따랐다.

몇십 년 동안 공식화된 스토리에는 뭔가 차별화되는 양념이 있어야 한다. <꽃미남 라면가게>는 평소 부담 없이 즐겨 먹을 수 있는 '라면'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라면가게 실소유주 양은비를 둘러싼 두 꽃미남의 치명적인 매력 대결을 예고한다. 두 남자 주인공 못지않은 샤방샤방한 외모를 가진 훈훈한 아르바이트생들은 덤이다. 덕분에 여성 시청자들은 정일우와 이기우의 실랑이 사이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이청아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낌과 동시에 안구가 정화되는 훈훈한 비주얼에 묘한 설렘을 가진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미남들이 대거 투입됐기 때문일까? <꽃미남 라면가게>는 3회 만에 케이블 방송으로서는 대박 수준인 2% 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동 시간대 공중파 채널에 인기 토크쇼들이 포진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꽃미남 라면가게>의 인기는 젊은 여성들이 대거 가입되어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벌써 "정일우와 이청아가 이뤄져야 한다" "이기우가 정일우보다 낫다"는 등의 의견 대립이 일어나고 있다.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재벌남과 평범녀의 현실성이 결여된 파란만장한 러브스토리와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남자의 대결. 식상할 법도 하지만 여성 고객들을 위해 꽃미남 직원 채용이 줄을 잇는다는 2011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재임은 분명하다. 꽃미남으로 승부수를 띄운 <꽃미남 라면가게>가 케이블 채널이란 한계를 극복하고 로맨틱 코미디 성공 신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