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발표 및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촉구 10만인 청원운동 선포식'을 열고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해결과 인화학교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복지법인 운영의 투명성과 개방성 강화를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인화학교사건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개정을 위한 도가니대책위' 소속 회원들이 10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 발표 및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촉구 10만인 청원운동 선포식'을 열고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해결과 인화학교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복지법인 운영의 투명성과 개방성 강화를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영화 <도가니>의 힘을 새삼 실감하는 한해다. 광주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도가니>는 작품으로 뿐만이 아닌 사회적 공분을 이끌어내며 우리 사회를 각성시켰다.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한 일명 '도가니 법'도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엄청난 파급 효과를 보이고 있는 <도가니>는 묵직하고 무거운 영화라도 흥행과 함께 사회에 유의미한 메시지까지 던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남을 만하다. '배우 공유가 소설을 보고 제안했다'는 데서부터 '악역 교장 선생님의 1인 2역 이야기'까지 많은 이슈가 언론을 통해 나왔다. 여기에 보다 영화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까?

그래서, <오마이스타>가 <도가니>의 제작 전반에 참여한 배정민 피디(삼거리 픽쳐스)를 만났다. 작품을 연출하는 감독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중심축이 바로 제작 피디다. 작품에 집중하는 감독과 달리 배우와 장소 섭외부터 촬영 과정의 진행 전반에 깊숙이 참여하는 피디는 영화 관련한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배정민 피디와 함께 영화 <도가니>의 속사정과 작품 제작 과정을 들어보았다.

 배정민 피디를 <도가니> 영화 홍보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배정민 피디를 <도가니> 영화 홍보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 이선필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 ①] 가장 힘들었던 건 '장소 섭외'

정유미 <도가니>에서 인권센터 직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 정유미.

영화 <도가니> 스틸 한 장면. ⓒ 삼거리 픽쳐스


"세트나 사람은 준비돼 있었는데 장소섭외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무진의 이미지는 생각 속에 있지만 실제 모습을 찾기가 어려웠죠. 음흉함을 감추고 있는 낡은 도시, 우리 입맛에 맞는 그런 도시를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원작인 소설 <도가니>의 배경은 무진시였다. 알려진 사실이지만 무진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광주의 옛 지명이 무진이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시위 장면이 나오는 걸로 원작과 영화 모두 광주를 상징하는 걸로 풀이되지만 실제 주요 촬영 장소는 인천을 비롯한 여러 도시였다.

"인천에서 찍은 건 실제 3, 40퍼센트였어요. 인천이 잘 얘기가 돼서 그곳에서 장소를 찾아다녔죠. 그런데 인천에서 가장 중요한 자애학원을 찍을만한 데가 없었어요. 초등학교 구교사가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반대해서 못 찍었죠. 오래된 목조 건물이었는데 거기서 찍었다면 더욱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났을 겁니다. 아쉬웠죠.

학교 외관은 조금은 평범한 오래된 학교로, 진주에서 찍은 겁니다. 그리고 경찰서, 관공서 장면들은 대전에서 찍은 거고요. 대전에서도 처음엔 자기네를 메인으로 찍지도 않고 부정적인 장면만 찍자고 하니 싫다고 했죠. '다음에 대전 중심으로 영화를 찍겠습니다'해서 설득했어요. 재판 장면도 대전지방법원에서 찍은 거죠. 대전이 연고인 한 교수님 덕이 컸습니다."

배정민 피디는 가장 아찔했던 순간에 대한 일화도 전했다. 피디 이하 제작팀은 영화의 첫 장면인 기차 철로도 섭외가 힘들어 철도 중앙선을 따라가며 촬영 장소를 물색했다고 한다. 결국 경춘선의 한 녹슨 철로를 녹을 다 닦아내고 촬영을 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스태프 한 명이 뒤에서 오는 기차에 실제로 치일 뻔한 것이다.

"철로가 단선이라 '지나가기만 하겠지'라고 생각해서 한쪽만 보고 촬영하고 있었는데 반대편에서 기차가 '빵!' 하면서 빠른 속도로 오더라고요. 당시 스틸을 찍던 친구에게 '피해!' 이랬는데 아슬아슬하게 피했어요. 아찔했죠."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 ②] "공유에게 물대포? 직접 쐈다"

 영화 <도가니>가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노하라' 그리고 용기 내어 '연대하라'입니다.

영화 <도가니> 스틸 한 장면. ⓒ 삼거리 픽쳐스


"살수차를 경찰에서 빌려줄 리가 없죠. 직접 제작을 할까 하다가 알아보니까 국내에 물대포차 제작 회사가 있더라고요. 국내엔 납품을 안 하고 수출만 하는 회사였어요. 마침 대표분이 영화에 관심이 있어서 제안서와 함께 시사회권을 잔뜩 드렸어요. 나중에 직원 3명을 데리고 직접 살수차를 몰고 오시더라고요. 거의 새 차를 가지고 와서 거기에 색칠하고 스티커 붙이고 했죠."

"대부분이 대학생이었어요." 배정민 피디는 영화 말미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쏘는 전경들의 정체를 밝혔다. 그는 "살수차 엔지니어들과 전경 출신 스태프들이 살수차를 몰았지만 마지막은 직접 쐈다"는 일화를 전했다. 즉, 공유에겐 피디가 직접 물대포를 쏜 것이었다. 배 피디는 "실제 스나이퍼는 쫙 쫙 나눠서 물을 쏴서 더 아픈데 공유 씨에겐 좀 약하게 했다"면서 "더 세게 해야 했는데 힘들어할까 봐"라고 덧붙였다. 배우에게 어떤 감정이 있어서가 아닌 카메라에 물이 안 들어가게 하려는 방편이었다. 참고로 알아둘 사실, 공유가 맞은 물대포의 세기는 평소 진압하는 수준의 절반 정도였다고 한다.

[미처 다 하지 못한 이야기 ③] "공유가 제안한 건 맞지만 그 이후가 문제"

 12일 저녁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광주인화학교문제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염원하는 시민문화제 "분노의 도가니에서 환희의 도가니로"에서 영화 <도가니>의 원작 소설 지은이인 공지영 소설가가 소설<도가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2일 저녁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광주인화학교문제해결과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염원하는 시민문화제 "분노의 도가니에서 환희의 도가니로"에서 영화 <도가니>의 원작 소설 지은이인 공지영 소설가가 소설<도가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그동안 보도된 대로 <도가니>는 배우 공유가 군대에서 원작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한 걸로 알려졌다. 배정민 피디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더 깊은 '속사정'을 들려주었다. 제안한다고 다 영화화할 수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판권 확보가 문제였습니다. <도가니>는 이미 10여 개 영화사가 경쟁하는 중이었고, 우리가 뒷순위였어요. 알만한 대기업도 있었죠. 후발 주자기에 회사 대표가 장문의 편지를 썼어요.

'다른 곳은 유명한 원작이니까 (판권) 확보나 하자는 차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꼭 만들겠다'면서 우리가 왜 해야 하는지를 어필했죠.

공유는 이미 캐스팅된 상태니까 유리한 부분도 있었고,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전 회사에서 한 경험도 있으니 '우리에게 다오'해서 판권을 딸 수 있었어요.

그 이후가 더 문제인 게 계약금과 중도금이었죠. 판권이 있다면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어려웠죠. 이후에 창투사(창업투자회사)가 하나 들어오면서 숨통이 트였어요. CJ에서도 처음엔 부정적이었어요.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할 건가' '어찌 풀지 자신이 없다'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죠. 다행히 황동혁 감독이 빠르더라고요. 보통은 시나리오를 쓰고 한두 번 고치는 데만 해도 1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황 감독은 초고, 2고, 3고를 거의 한 달에 한 고씩 썼어요. 결국 9고까지 거친 끝에 2010년 9월에 최종심사에 올라가 투자가 결정된 거죠."

도가니 공유 배정민 나는 피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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