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통'의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가 지친 SK 방망이를 압도한 한 판이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5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신명철의 결승 2루타와 투수들의 효과적인 이어던지기에 힘입어 SK 와이번스를 2-0으로 제압했다.

1차전에서 확실한 투수진의 우위를 보이며 SK를 압도한 삼성은 앞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고  남은 시리즈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할 확률은 무려 81.4%(22/27)에 달한다.

대구구장을 열광시킨 신명철의 결승 2루타

 4회말에 터진 신명철의 2루타는 이 날의 유일한 적시타였다.

4회말에 터진 신명철의 2루타는 이 날의 유일한 적시타였다. ⓒ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아웃 위기에 몰렸다가 극적으로 회복한 배영섭을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장시키고 좌완 선발 고효준을 맞아 강봉규를 5번 좌익수로 내세웠다. SK 역시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임훈 대신 안치용을 5번 우익수에 놓고 6번 지명타자에는 덕 매티스에게 3타수 2안타로 강했던 주장 이호준을 배치했다.

이날 경기는 '타격의 달인' 고 장효조 선수의 장남 장의태씨의 시구로 시작됐다. 삼성 매티스는 1회초 선두 타자 정근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최정과 박정권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SK의 깜짝 선발 고효준 역시 박석민에게 몸 맞는 공 하나만 내줬을 뿐 1회를 깔끔하게 막아내며 우려를 씻었다.

매티스와 고효준의 팽팽하던 투수전은 4회말 삼성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삼성의 주역은 '유혹의 대가' 신명철이었다. 신명철은 4회말 2사 1,2루에서 4개의 파울을 치는 끈질긴 승부 끝에 고효준의 7구를 잡아 당겨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모두 불러 들였다.

선취점을 올린 류중일 감독은 곧바로 승부수를 던졌다. 4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선발 투수 매티스를 내리고 5회부터 곧바로 차우찬을 등판시킨 것이다. 아무리 한국시리즈라지만, 21일을 쉰 선발 투수가 60개도 던지지 않은 채 강판 당하는 것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매티스를 구원 등판한 차우찬은 5회를 삼자범퇴로 간단하게 막아내며 SK의 추격의지를 원천 봉쇄했다.

이만수 감독도 무리는 하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49개의 공을 던지고 단 하루 밖에 쉬지 못한 브라이언 고든을 6회부터 이재영으로 교체한 것이다. 7전 4선승제의 긴 승부인 만큼 1차전부터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진 않겠다는 의미다.

이재영은 6회 1사 만루의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냈지만, 투구 수 조절이 필요 없는 차우찬의 위력적인 구위는 SK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5회에 등판한 차우찬은 7회까지 삼진 5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투구로 3이닝을 퍼펙트로 막아 냈다.

삼성은 8회 2사 후 안지만을 구원한 권혁이 박재상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돌부처' 오승환을 투입했다. 오승환은 첫 타자 최정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9회에도 세 타자를 가볍게 처리한 후 2011 한국시리즈의 첫 세이브를 올렸다.

류중일 감독, 진짜 '야통'이 멀지 않았다

 류중일 감독은 과감한 투수 교체로 1차전 완승을 이끌었다.

류중일 감독은 과감한 투수 교체로 1차전 완승을 이끌었다. ⓒ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의 별명은 '야통'(야구 대통령)'이다. 하지만 이는 급조된 별명이다. SK의 김성근 전 감독이 일찌감치 '야신'이라 불리고 한화 이글스의 한대화 감독마저 '야왕'이라는 별명을 얻자 삼성팬들이 류중일 감독을 '야통'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류중일 감독은 부임 첫 해부터 삼성을 정규리그 1위로 올려 놨지만, 그의 지도력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과소평가된 것이 사실이다. 올 시즌 삼성의 전력은 전임 선동열 감독(KIA 타이거즈 감독)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이유였다.

따라서 류중일 감독에게 한국시리즈는 무척 중요한 무대였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선동열 감독이 넘지 못한 SK라는 벽을 넘어 진정한 '야통'으로 등극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보여준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는 바로 '과감한 투수교체'였다. 류중일 감독은 1차전에서 4회말 2점을 선취하자마자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매티스를 강판시키는 강수를 던졌다.

매티스를 구원한 차우찬은 3이닝을 책임졌다. 덕분에 삼성은 1차전에서 오승환을 제외하면 삼성불펜에서 가장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정현욱을 아낄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2차전에서도 선발 투수가 조금만 흔들리면 정인욱이나 정현욱을 조기에 투입할 수 있는 여유를 마련했다.

SK는 투수진이 8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 냈지만, 플레이오프 MVP 박정권이 4타수 무안타(2삼진), 삼성의 경계 대상 1호였던 정근우가 4타수 1안타(2삼진)로 부진했다.

SK 타선은 삼성 선발 매티스를 상대로 4개의 안타를 때려 냈지만, 5회부터 가동된 삼성의 불펜진을 상대로는 단 하나의 안타(8회 박재상) 밖에 때려 내지 못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차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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