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신인 가드 이지원

울산 모비스 신인 가드 이지원 ⓒ KBL


박종천, 천대현, 박구영, 노경석(이상 모비스), 김현중(09-10시즌 모비스 임대)은 유재학 감독을 만나 기량이 일취월장 한 사례다. '10순위 신화'로 잘 알려진 함지훈(현재 상무)은 '유재학 유치원'의 반장 격이다. 유재학 감독 스스로 올 시즌을 앞두고 "함지훈이 돌아올 때까지 6강쯤 성적을 유지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겠다"라고 공언했을 정도로 믿음직스럽다.

KBL(한국프로농구) 새 시즌을 맞아 '유재학 유치원'은 올해도 입학생이 생긴 것 같다. 신인 김동량, 이지원이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모비스는 지난 신인 드래프트에서 괜찮은 선택을 했다는 언론 평가를 받았다. 유재학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기량, 드래프트 순번을 따졌을 때 성공적이었다.

시범 경기에서 모비스 김동량, 이지원은 많은 시간을 뛰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신인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는 줄 알았다. 김동량은 준수한 신장(199cm)의 장신 포워드지만 오세근(KGC), 최진수(오리온스), 함누리(전자랜드)에 비하면 중심에서 한 발 떨어진 선수였다. 이지원은 "스피드에서는 김선형(SK)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역시 당장 주전으로 뛸 것이란 전망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심상치 않다. 모비스 '신인듀오' 김동량, 이지원은 계속해서 경기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평균 기록을 넘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속적인 성장과 팀 성적이 뒷받침 된다면 신인왕 후보로도 충분해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신인은 이지원이다. 물론 김동량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지원을 꼽은 이유는 KBL 전체와 한국 농구 전체를 고려했다.

경희대 출신 이지원은 1라운드 10순위로 모비스에 입단했다. 육상부 출신 이지원은 빠른 발을 가졌다. 돌파력과 수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선 "김선형 못지않다"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외곽슛이 약해 보완이 필요하고 프로에서 수비 적응이 우선이었다.

▲15일 LG전 21분 출전, 6득점 1어시스트 3스틸
▲16일 오리온스전 29분 출전, 13득점 5어시스트 1스틸
▲18일 KT전 35분 출전, 15득점 5어시스트 1스틸

현재 모비스 3경기에 모두 출전한 이지원의 기록이다. 이지원은 준수한 경기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이지원을 기대하는 이유는 돌파로 상대 수비 진영을 흔드는 '슬래셔' 유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

개인적으로 KBL 슬래셔 유형 선수로 은퇴한 조성원, 조상현(오리온스), 강혁(삼성), 김효범(SK)을 꼽고 싶다. 여기에 신인 김선형을 더하고 싶다. 하지만 조상현, 강혁은 전성기가 김효범은 이전 같은 파괴력이 줄어든 상태다. 김선형은 아직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강혁은 크로스 스텝으로 내딛는 첫 발 위치가 좋았다. 조상현은 탄탄한 몸으로 좀 더 묵직하게 수비 틈을 파고들었다. 김효범은 유연함이 돋보였다.

이지원은 타고난 스피드로 수비 틈을 미끄러져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사실 돌파가 스피드만 빠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첫 스텝과 수비 뒤 공간을 보는 능력이 필수다. 좌우 편중이 없어야 하고 돌파 후 직접 마무리 할지, 외곽으로 내줄지 결정하는 판단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까지 이지원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BL에 신선함을 더하고 있다.

'슬래셔'를 갈망하며 이지원을 기대하는 점은 하나다. 현재 한국 농구에 돌파를 할 줄 아는 선수가 부족하다. 한국 농구대표팀은 국제 대회에서 돌파 할 줄 아는 선수와 창조적인 선수에 목말랐다. 얼마 전 3위로 마무리한 아시아선수권대회만 보더라도 문태종에게 집중된 수비를 흔들 선수가 필요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농구 예선에서 팬들이 '돌파의 달인' 정영삼에 환호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지원의 성장은 KBL과 한국 농구 전체에 플러스 요인이다.

덧붙이는 글 blog.naver.com/kom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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