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킥3>의 몰락한 가장 안내상(사진 위)와 '88만원 세대' 백진희(아래). 김병욱 감독의 옥상달빛의 노래로 이들을 위로 했다.

<하이킥3>의 몰락한 가장 안내상(사진 위)와 '88만원 세대' 백진희(아래). 김병욱 감독의 옥상달빛의 노래로 이들을 위로 했다. ⓒ MBC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가는 뜬구름 같은 질퍽대는... 인생아"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본격적으로 '88만원 세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20일 방송된 2회에서 학자금 대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취업준비생이자 장기 휴학생 백진희의 '찌질한' 일상이 쉬이 웃지 못 할 짠한 감정을 선사한 것.

<하이킥3>는 특히 백진희의 아픔을 묘사한 장면에 인디밴드 옥상 달빛의 '하드코어 인생아'를 배경음악으로 삽입, 고시원에서 배를 곪다 한 달 만에야 고기를 먹게 된 백진희의 처지를 절묘하게 위로했다.

"뭐가 의미 있나 뭐가 중요하나 정해진 길로 가는데 / 축 쳐진 내 어깨 위에 나의 눈물샘 위에 / 그냥 살아야지 저냥 살아야지 / 죽지 못해 사는 오늘 / 뒷걸음질만 치다가 벌써 벼랑 끝으로 / 어차피 인생은 굴러먹다 가는 뜬구름 같은 / 질퍽대는... 인생아"

이어진 장면도 절묘하긴 마찬가지였다. 술에 취해 고시원에 잠든 백진희의 모습 뒤로 빚쟁이들에 쫓겨 고물 봉고차 안에 잠든 안내상 가족의 초췌한 모습이 비쳐졌다. 뒷좌석에 잠든 아내 윤유선과 아들 종석, 딸 크리스탈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안내상의 모습은 옥상달빛의 쓸쓸한 노래와 잘 매치됐다.

몰락한 가족과 88만원 세대의 비애를 그리겠다는 김병욱 PD의 의도가 음악과 캐릭터를 통해 상징적으로 묘사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이 '하드코어 인생아'라는 곡은 김병욱 PD가 직접 선곡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된다. 

<하이킥3>의 나레이션을 담당한 항문외과 의사 이적으로 출연하는 동시에 음악감독을 맡은 이적은 자신의 트위터(@jucklee)에서 옥상달빛 멤버와의 대화를 통해 "아예 대본에부터 명시되어있던 김병욱 감독님의 선곡이었어요. 그가 사랑하는 음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연출을 맡은 김병욱 PD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연출을 맡은 김병욱 PD ⓒ 민원기


김병욱 감독과 이적의 감각, <하이킥3> OST 기다려지는 이유

이적의 트위터에 따르면, 김병욱 감독은 1회의 엔딩을 장식한 이적의 <내 책상 서랍속의 바다> 역시 직접 선곡했다고.

"오늘 엔딩곡은 패닉의 '내 낡은 서랍 속의 바다'였죠. 감독님이 첫회는 꼭 이 노래로 끝내고 싶다 하셔서. ㅎ 내일부터는 아마 하이킥을 위해서 새로 만든 노래가 엔딩테마로 나올 거예요. 오프닝, 엔딩 포함 현재 세 곡이 완성됐고 점점 추가될 듯."(이적 트위터)

김병욱 감독의 남다른 음악 선곡과 인디밴드에 대한 애정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종영 당시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린 '마지막 인사'를 통해서도 잘 알려졌다. 김병욱 PD는 당시 <지붕뚫고 하이킥> 속에 삽입했던 이루마의 'River flows in you', 에피톤 프로젝트의 '그대는 어디에', Velvet Underground의 'Pale Blue Eyes', Rachael Yamagata의 'Duet' 등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우리 좋았던 날들의 기억을 설탕에 켜켜이 묻어 / 언젠가 문득 너무 힘들 때면 꺼내어 볼 수 있게 / 그때는 좋았었잖아 지금은 뭐가 또 달라졌지 / 이 차를 다 마시고 봄날으로 가자"란 브로콜리 너마저의 '유자차' 2절 가사로 종영인사를 마치기도 했다.

한편 이적은 2회 엔딩곡이자 <하이킥3>를 만든 신곡인 '목소리'를 포함, OST 전곡을 곧 음원으로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김병욱 PD의 감각적인 선곡과 이적의 자작곡이 조화를 이룰 <하이킥3>의 OST가 음원 시장까지 점령할 수 있을지도 <하이킥3>의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하이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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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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