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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출범 30년 만에 처음으로 6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추석연휴 마지막 날인 13일 전국 4개 구장에 총 6만1264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올 시즌 프로야구 누적 관중이 출범 30년 만에 처음으로 6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일까지 총 599만6278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아 역대 최고 관중 신기록을 세운데 이어 마침내 6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한 프로야구는 앞으로도 60여 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신기록 경신은 계속된다.

프로야구 출범 30년 '흥행 롤러코스터'

1982년 6개 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는 첫해 143만 관중을 기록했다. 당시 총 경기가 지금의 절반도 안 되는 240경기 밖에 되지 않아 경기당 평균 관중으로 계산하면 5995명이 경기 마다 관중석을 채우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출범 2년 차인 1983년에는 2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더욱 자신감을 얻은 프로야구는 총 경기 수를 늘렸고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가 창단돼 7개 구단으로 늘어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1990년에는 318만 명으로 300만 관중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역연고제 정착과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거침없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프로야구는 1995년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라이벌인 프로축구를 제치고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500만 관중 돌파의 기쁨과 함께 프로야구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제8구단'으로 창단한 쌍방울이 재정난을 이유로 간판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구단 간의 전력 불균형이 깊어졌고 전통적인 인기 구단인 해태와 롯데의 부진으로 긴장감이 떨어졌다.

또한 1996년 박찬호를 시작으로 김병현, 서재응, 김선우 등 우수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줄을 이었고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스타들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야구팬들의 눈길도 자연스레 해외로 옮겨졌다.

결국 프로야구 관중도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거의 10년 가까이 200~300만 관중을 오가는 '불황'이 이어졌다. 특히 2003년에는 역대 최저인 233만 명을 기록했고 경기당 평균으로 따지면 4383명으로 출범 원년보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야구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1998년 외국인 선수를 도입했고 1999년에는 '드림리그'와 '매직리그'로 나눠 8개 구단 체제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양대 리그까지 시도해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4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국민적 열기를 이끌어냈고 K리그와 유럽프로축구의 인기도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다양한 스포츠를 좋아하는 '교집합 팬'이 많은 프로야구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해외에 빼앗긴 야구팬, 해외에서 되찾다

계속되는 흥행 부진으로 고민하던 프로야구에 마침내 '호재'가 나타났다. 야구의 국제화를 위해 메이저리그가 직접 앞장서 '야구월드컵'으로 불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를 출범시킨 것이다.

이종범, 박찬호, 이승엽 등 최고의 선수들이 의기투합한 한국 대표팀은 2006년 첫 WBC 대회에서 4강에 올랐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자 구기종목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는 '경사'가 이어졌다.

한 발 더 나아가 2009년 WBC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가 미국, 일본 등 야구 강국들과 맞붙어 전혀 눌리지 않는 우리 선수들의 활약에 강한 인상을 받은 야구팬들은 다시 경기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여성과 가족 단위 관중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남자들의 스포츠'라는 선입견까지 깨뜨린 프로야구는 2008년 410만 관중에 이어 2009년에는 525만 관중을 기록하며 13년 만에 다시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2008년에는 롯데가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2009년에는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인기 구단들이 부활이 흥행을 이끌었고 각 구단들도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중을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였다.

또한 케이블TV와 인터넷 중계의 보급으로 거의 매일 전 경기가 중계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뉴스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도 프로야구가 '제2의 전성기'를 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치열한 상위권 순위 경쟁으로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여름 비수기' 마저 이겨냈다. 지난해 부진에서 벗어난 KIA가 작년 대비 32%나 관중이 증가했고 비록 최근에는 부진하지만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탔던 LG 역시 3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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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관중 꿈꾸는 프로야구, '속 빈 강정' 되지 않으려면

이처럼 프로야구는 각고의 노력과 호재가 겹쳐 국내 최고 프로스포츠의 위상을 되찾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프로야구 역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일단 호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의 '시장성'이 확인되면서 '제9구단'인 NC 다이노스가 경남 창원을 연고지로 창단했고 곧 '제10구단' 창단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구단이 계속 늘어나야 총 경기 수도 늘어나고 프로야구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양대 리그 체제가 가능해진다. 메이저리그는 32개 구단이 양대 리그, 6개 지구로 나뉘어져있고 일본프로야구는 12개 구단 양대 리그로 이뤄져있다.

또한 시설이 낙후되고 관중 수용 규모가 적었던 대구와 광주에 곧 신축 구장이 들어서게 되고 서울에는 돔구장과 같은 최신식 경기장을 원하는 야구팬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속 빈 강정'이 되기 쉽상이다. 구단을 늘리고 경기장을 새로 짓는 '양적 발전'과 함께 유소년과 고교야구를 활성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뛰어난 선수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해야 그만큼 '질적 발전'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국 야구가 최근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얇은 선수층과 열악한 인프라는 여전히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잔디구장이 부족한 것은 축구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야구가 '꿈의 1000만 관중'을 달성하려면 끊임없는 마케팅 노력과 저변 확대로 메이저리그나 일본처럼 야구가 곧 생활 속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프로야구 한국야구위원회 600만 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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