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가 내리는 지난 9일 <오마이스타> 기자들은 서울 중계본동 104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불암산 밑에 자리 잡은 이 곳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립니다.

보슬비가 내리는 지난 9일 <오마이스타> 기자들은 서울 중계본동 104마을에 다녀왔습니다. 불암산 밑에 자리 잡은 이 곳은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립니다. ⓒ 이현진


구겨진 성냥갑 같은 집들이 엉켜 있었습니다. 헤진 곳을 기워 입은 옷처럼 여기저기 슬레이트와 비닐이 구멍을 에워싸다 보니 집의 형태가 제각각입니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나?"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아차 싶었습니다. 그런 감상을 가질 찰라에,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곳에서 새하얀 할머니가 걸어 나오시는 것을 봤으니까요.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 불리는 이곳은 노원구 중계본동 '104마을'입니다. 

중계동 104번지에서 유래한 이 마을은 불암산 아래 즐비한 판잣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추석을 앞둔 지난 9일 <오마이스타>는 먹거리와 생필품 등 창간과 추석인사로 기자들에게 건네진 라면, 햄선물세트, 참치선물세트, 김선물세트, 사과며 복숭아 그리고 음료수를 이웃과 나누고자 104마을을 다녀왔습니다.

중계동에 위치한 서울연탄은행의 도움을 받아, 독거노인이 살고 계신 세 곳에 물건을 직접전달하고 남은 물건들은 그곳에 기탁을 했습니다. 이곳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뵙는다는 마을 세탁소의 유동님씨도 동행했습니다.

한가위 귀성길에 도로는 붐빈다는데, 마을은 찾아오는 발길 없이 한갓지기만 했습니다. 한낮에도 볕이 안 드는 깜깜한 방안에 혼자 앉아계시던 할머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들을 보고 온 얼굴에 주름을 지으시며 활짝 웃으셨습니다.

사람의 살갗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처음 보는 기자들의 손을 잡고 안아주고 쓰다듬으셨습니다.

서너 명만으로도 집안은 무슨 날이나 된 것처럼 붐빕니다. 북적이는 가운데 전기밥솥이 '다됐다'고 우니, 할머니는 "밥이 다 됐어"라시며 사람들이 금방이라도 가 버릴까봐 일행들의 옷길을 잡아 앉힙니다.  "건강하세요"라는 말로 할머니를 다독이고 떨어져 뒤돌아섰습니다.

저희들이 가지고 간 물건들을 그곳에 내려놓았지만 마음은 한 없이 무거웠습니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쫓아 아무렇게나 신을 신고 나와 손을 흔드는 할머니의 체구가 성냥갑 같은 집 앞에 더 작아 보였습니다.

다음 집에도 그 다음 집에도 외로움이 살고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코를 찌르는 약 냄새. 아픈 곳이 많아 약봉지를 달고 산다는 할머니는 손녀뻘인 기자의 손을 잡고 "나도 한 때는 이렇게 젊었는데"하며 회상합니다.

머리를 한껏 숙여야 들어갈 수 있는 세 번째 집 역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벽에 붙은 사진 속에서나 손자손녀들이 올망졸망 할머니를 바라봅니다. 공공근로를 통해 일도 하고 있다는 이 할머니는 10월에 다시 일자리를 신청하려고 합니다.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말에 "아이 뭘~"하고 마는 할머니의 얼굴에 주름이 너무 깊어 눈물이 한동안 괴어 있었습니다.

솔직히 "다시 올게요"라는 말은 얼마나 상투적인 끝인사이고, 가벼운 약속일까요. 섣불리 약속하고 싶지 않아 망설이다 결국 "겨울에 연탄가지고 다시 올게요"라고 다짐하듯 말하고 왔습니다. 어르신들의 마음속에 기다림으로 남아도 죄송하지 않을 책임감을 기자들의 마음에도 새긴 셈이지요.

비록 전달은 <오마이스타>가 했지만 어르신들의 텅 빈 마음을 채워준 감사한 분들은 따로 있습니다. 앞으로도 <오마이스타>는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가의 마음을 이웃과 나누겠습니다. 이 나눔에 함께하실 분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더불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 봉사에 함께 한 여성 그룹 멤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마이스타>와 기부에 동참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 에이큐브 최진호 대표, CJ엔터테인먼트 이상무 영화사업본부장, 마루기획 강찬이 이사, CJ E&M 방송부문,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이주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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