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이 25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조니 팔라시오스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박주영이 지난 3월 2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드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조니 팔라시오스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있다. ⓒ 유성호


1군경기에 나서지도 못하는, 아니 현재 사실상 소속팀이 없는 상태나 마찬가지인 '무적' 주장을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중용해야만 할까. 최근 이적과 병역문제로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박주영의 행보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박주영은 A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2005년 이후 한국축구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해왔다. 최전방에서 탁월한 골결정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포지션까지 소화하는 그의 다재다능함은 조광래호에서도 변함없는 위상을 구축했다. 지난 2월부터는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한 박지성의 뒤를 이어 한국축구대표팀의 새로운 주장으로도 선임됐다.

조광래 감독은 그간 주장으로서 박주영의 역할에 대하여 만족감을 표시한 바 있다. 흔히 내성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팀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고 주장으로 선임된 이후 더욱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는 것. 박지성-이영표 은퇴 이후 국제 경험이나 팀내 비중에서도 그에 견줄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는 것도 박주영의 입지를 탄탄하게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박주영은 지난해 모나코에서 12골을 넣으며 프랑스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를 잡았으나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되며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박주영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유럽 상위권팀으로 가고싶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높은 이적료와 병역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박주영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통한 병역면제를 기대했으나 팀은 동메달에 그치며 기회를 놓쳤다. 경찰청 입단을 염두에 두는 박주영이 아무리 병역을 연기한다고 해도 만 29세가 되는 2014년까지는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 런던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여 동메달 이상을 따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낮다.

결국 박주영으로서는 병역법이 바뀌지 않는한 유럽무대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약 2년 반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지난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박주영에 대한 관심을 표시한 구단이나 이적설은 끊임없이 흘러나왔지만, 번번이 모나코가 요구하는 높은 이적료와 시한부 병역문제에 제동이 걸렸다. 유럽 시즌이 벌써 개막했지만 박주영은 이미 모나코에서 전력 외로 분류되어 있는 상태다.

실전 치르지 못해 경기감각 떨어져... 대표팀 주장, 본인에게도 부담

상황이 이렇게 되니 실전을 치르지 못한 박주영의 컨디션과 경기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불똥은 자연히 대표팀에까지 튀었다. 조광래 감독은 지난 한일전에서 박주영의 주장으로서의 상징성과 팀내 비중을 고려하여 무리수를 두면서 선발출전시켰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한일전을 치르기 전에 대표팀에서 겨우 며칠간 제대로 된 소집 훈련을 소화한 것이 전부인 박주영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고, 우려한 대로 부진한 플레이에 실점의 빌미까지 허용하며 0-3 참패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모범이 되어야 할 주장으로서도 위기 때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주영의 부진에 대한 우려는 다가오는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더욱 깊어진다. 레바논과의 홈 1차전이 9월 2일, 쿠웨이트 원정 2차전이 6일로 다가온 가운데, 사실상 무적 선수나 다름없고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는 박주영을 과연 대표팀에 발탁해야할지, 주장으로서의 역할을 계속 맡겨야할 것인지 고민이 아닐 수없다.

부진으로 대표팀내에서의 입지가 흔들리며 주장에서 강등된 사례는 2008년의 김남일이다. 김남일은 허정무호 초기 초대 주장이자 붙박이 멤버로 3차예선까지 꾸준히 중용되었으나, 북한과의 최종예선 1차전을 끝으로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당시 상대에게 PK를 허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경고누적으로 다음 경기 출전까지 어려워지자 허정무 감독은 김남일의 경기력이 예전같지 못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종예선이 끝날 때까지 다시 호출하지 않았다. 주장 완장도 박지성에게 넘겼다. 김남일은 월드컵 본선에서야 다시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박주영에게 부담스러운 주장 역할을 맡기는 것이 선수 본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조광래 감독은 그간 대표팀 주장의 조건으로 꾸준한 경기출전과 후배 선수들의 모범이 될 수 있는 기량 및 인성을 꼽은 바 있다. 현재 박주영의 경기력이나 입지는 이런 요건에 제대로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자신의 진로를 추스르기도 힘든 박주영이 과연 대표팀 주장의 무거운 부담을 짊어지기에 적절한 상태인지 우려된다.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