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날 SBS <런닝맨> 봤어요?' 누가 메신저로 나에게 물었다.

'아니요. 그날 부락(부산 록 페스티벌) 갔는데요.' 내가 답했다.

'아. 그러세요. 그러시면 인터넷으로라도 꼭 보세요!' 그가 다시 나에게 권했다. '저번 방송 너무 재밌었어요! 걸그룹 특집이었는데, 특히 f(x)에 설리 완전 호감!! 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TNmS 제공 저번 주말 일요일 시청률 지분을 보면 <런닝맨>이 자그마치 12.0%!! 놀라운 수치다. '리얼'이 아니라 본격 '대본' 버라이어티라 욕먹던 게 엊그제인데, 피가 낭자한 치열한 주말예능에서 12.0%를 찍었다는 건, 사실 승리했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유느님. 그리고 설리 짱!

위기의 <나가수>? <나가수>를 구하라!!

 TNmS 제공 지난 8월 7일 방송에서 시청률 6.5%를 기록한 <나는 가수다>.

TNmS 제공 지난 8월 7일 방송에서 시청률 6.5%를 기록한 <나는 가수다>. ⓒ mbc


반면 MBC <일밤>의 간판코너 '나는 가수다'는 얼마일까. 놀랍게도 6.5%!! 6.5%!! <런닝맨>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참고로 <1박 2일>은 19.5%. 그러니까 대충 저번 <나가수>의 스코어는 <1박 2일>의 3분의 일, <런닝맨>의 2분의 일. 간단해서 좋다.

한때 국민 전체를 들었다 놨다 했던 <나가수>의 위용이 꽤 많이 떨어진 거다. 물론 이 날은 '서바이벌 경연'이 없는 방송이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화제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뭐라 할 수 없는 진실이다.

거기다가 <나가수>의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함께 명예졸업제도에 합의하면서 <나가수>의 시청률을 유지해주던 원동력마저도 슬슬 꺼지기 직전이다.

그리고 어디 그것뿐인가! M.net의 <슈퍼스타K 3>가 출격을 완료하고, 9월에 MBC <위대한 탄생 2>가 그들과의 정면대결을 예고하면서 '음악 버라이어티'에 대한 대중들의 포커스가 그쪽에 확 꽂힐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도 불안요소다. 누차 하는 말이지만 재밌는 것도 중첩되면 피곤하다. 그럴 때 민감한 대중들의 선택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나가수>는 시청률적인 면이나미디어 화제성의 측면이나 동시에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원칙은 하나다. 바로 '틀'의 변화다. 한마디로 제작진이 '머리'랑 '돈'을 좀 써야 한다는 말이다.

추락하는 <나가수>를 구할 비법은?

 제 5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프랭크 시나트라는 최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알리샤 키스와 함께 'Learning The Blues'를 불렀다.

제 5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프랭크 시나트라는 최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나, 알리샤 키스와 함께 'Learning The Blues'를 불렀다. ⓒ grammy.com


틀을 바꾸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사고가 있다면 <나가수>가 가지는 특징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왜 <나가수>인가?!!'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나가수>는 오디션 참가자와는 차별되는 프로들의 무대라서 그렇다느니, 아이돌 팝과 상반되는 인정받는 아티스트에 대한 요구 때문이니, 출연 가수들에 대한 대중들의 감정이입이니 하는 분석은 이미 다 끝난 일이고. 결국 이것들을 묶어서, 그러니까 안고가면서 더 확장시킬 수는 있는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나가수>의 장래를 결정짓는 문제다.

<나가수>는 그 프로그램이 가지는 특징 때문에 어찌 보면 상당히 보수적이고, 혹은 강직한 이미지가 있지만(예컨대 아이돌 출신의 가수가 들어오면 엄청나게 깨지는), <나가수>가 가지는 이러한 포지션의 특징. 이 특징 때문에 반대로 <나가수>가 확장할 수 있는 틀의 크기와 파급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분위기를 제작진도 자각했는지 현재 <나가수>는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준비 중이다. 올해 10월 호주 멜버른 공연에서 그동안 탈락한 김건모, 정엽, 백지영을 비롯한 15개 팀이 대규모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나, 추석특집으로 방영예정인 <나는 트로트 가수다>와 같은 특화된 프로그램, 혹은 <나가수>가 실질적인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며 영입한다는 윤종신의 MC설은 이러한 틀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윤도현과 <러브레터>에서 영상으로 함께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김광석. 이러한 '꿈의 무대'의 재현은 <나가수>의 제작진이 지향할 무대다.

윤도현과 <러브레터>에서 영상으로 함께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김광석. 이러한 '꿈의 무대'의 재현은 <나가수>의 제작진이 지향할 무대다. ⓒ 임종진


결국 '음악'이라는 거대한 주제 안에서 틀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50회 미국 그래미에서 알리샤 키스와 고인이 된 프랭크 시나트라와의 트리뷰트 공연처럼, 최첨단의 영상기술과 음악을 접목시켜 노래하게 한다던가, 예전 KBS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고 김광석과 윤도현이 '이등병의 편지'를 함께 불렀던 것처럼 순위와 관계없이 원곡자와 출연 가수와의 협연을 주선하는 특별 스테이지를 회마다 방송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현재 <나가수>의 무대는 전적으로 가수에게 일임되어 있다. 앞서 열거한 대규모의 틀의 변화, 예컨대 가수가 원하는 공동 출연자들의 섭외문제나 가수가 원하는 화려한 특수효과 등은 가수인 그들이 직접 하기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것을 <나가수>의 제작진이 최대한 맞춰주는 것. 가수가 진정으로 원하는 꿈의 무대를 재현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나가수>의 흥행을 결정짓는 핵심이다.

<나가수>를 통해 기다리는 '꿈의 무대'!!

 언제나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싸이'의 무대. <나가수>의 제작진은 이제 가수가 원하는 무대를 최대한 충족 시켜줘야 한다.

언제나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내는 '싸이'의 무대. <나가수>의 제작진은 이제 가수가 원하는 무대를 최대한 충족 시켜줘야 한다. ⓒ 민원기


말이 좀 길어졌는데, 결국 결론은 이거다. 지금의 <나가수>는 전적으로 가수에게 의존한다. 당연하지만, 또 당연하지 않은 일이다. 지금의 <나가수>는 가수가 단순히 연주와 음성으로 감동을 전하기엔 그 짐이 너무 크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현재 <나가수>의 출연자들은 '서바이벌 공식'을 암기하고, 대중들은 '권력의 공식'을 따른다. 이 부분은 <나가수>가 궁극적으로 서바이벌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당연히 감내해야하고 또한 프로그램의 질과 몰입도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이 초법적인 정치의 논리를 '소리'가 잡아먹는 모습이다.

정치고, 논리고, 권력이고, 나발이고 전부 날려버릴 수 있는 가수와 대중이 한 방 얻어맞을 수 있는 '꿈의 무대'.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그러한 무대를 완성시키기 위해선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리'가 '정치'를 먹는 모습. <나가수>의 숙제다.

나는 가수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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