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문와쳐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씩 실종된 여자들. 그리고 끈질긴 추격 끝에 잡은 용의자. 용의자는 자신이 실종된 여자들을 죽였다고 담담하게 자백하며 섬뜩함을 안겨준다. 김윤석, 하정우 주연의 <추격자>다.

눈에 장애가 오기 시작하면서 수술을 받은 여자. 그러나 회복될 때까지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 주변에 낯선 남자가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여자는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공포에 떨기 시작한다. 영화 <줄리아의 눈>이다.

2008년 개봉 후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 <추격자>와 올해 초 개봉했던 스페인 스릴러 <줄리아의 눈>이 가진 장점들을 모은 새로운 스릴러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김하늘, 유승호라는 신뢰감이 깊은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하여 더 기대를 높이고 있다. 바로 8월 10일에 개봉 예정인 영화 <블라인드>다.

하나의 사건! 두 명의 목격자! 엇갈린 진술!

전직 경찰이었던 수아(김하늘)는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다. 그녀가 의지할 친구라고는 안내견 슬기 뿐이다. 그러던 중 수아는 늦은 밤에 택시를 타게 되고, 택시는 한적한 도로에서 무언가를 치게 된다. 달아난 택시 그리고 버려진 수아. 수아는 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가 사건에서 기억하는 것은 택시 안에서 들었던 소리와 느꼈던 촉각, 그리고 맡았던 향기 뿐이다. 경찰은 앞을 보지 못하는 목격자 수아의 진술을 제대로 귀담아 듣지도 않고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러나 수아의 진술을 듣던 희봉(조희봉)은 그녀의 진술에서 믿을만한 단서를 찾게 되면서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새로운 목격자 기섭(유승호). 기섭은 수아와는 상반된 목격담을 진술하면서 사건은 난항에 빠지게 된다.

허점이 적은 웰메이드 스릴러 <블라인드>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문와쳐


영화 <블라인드>는 기존 스릴러 영화들과는 사뭇 다른 형태로 관객들을 찾는다. 섬뜩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스릴러 영화가 바로 <블라인드>다.

영화는 흥미를 느낄만한 새로움과 섬뜩함을 느낄만한 자극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장애로 인한 무력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 여자의 극복기도 담고 있다. 여러 관점에서 볼 때 <블라인드>는 허점이 적은 웰메이드 스릴러라고 하겠다.

우선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사건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과 보는 데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건 현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사람의 엇갈린 진술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한다.

둘 중 누군가는 거짓 진술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두 사람 모두 각자 놓친 부분을 서로가 채워주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범인의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관객들의 호기심을 계속 유발하는 것이 영화 <블라인드>다. 범인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수아와 기섭의 진술을 토대로 형사인 희봉이 범인에게 가까워질수록, 그 정도로만 범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점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범인은 관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악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범인은 생각보다 담담해서 더한 섬뜩함을 준다. 마치 <추격자>의 그 악마가 돌아온 듯한 느낌이다.

더불어 영화는 앞을 보지 못하는 여자가 느끼는 공포를 고스란히 관객들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종종 스크린은 뿌연 화면으로 가득 차고, 관객들은 수아와 함께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간접 체험을 하게 된다. 이는 영화 <줄리아의 눈>에서도 돋보였던 부분이었다.

이렇게 영화 <블라인드>는 <추격자>와 <줄리아의 눈> 등 기존 스릴러 영화들을 쉽게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두 사람의 엇갈린 진술이라는 새로운 호기심 요소를 넣었다. 허점 없는 스릴러는 보기 드물다. 그러나 <블라인드>는 허점이 적어서 더 완성도가 있어 보인다.

날카로운 이야기 속 돋보이는 부드러운 터치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문와쳐


영화 <블라인드>는 기존 스릴러 영화들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면서도 다양한 부분에서 차별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그 차별점들은 상당히 잘 녹아들었고, <블라인드>를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우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날카로운 이야기에 생각보다 잘 녹아든 부드러운 터치가 인상적이다. <블라인드>는 범인과 목격자가 쫓고 쫓기는 과정을 그리면서 긴박하면서도 스릴을 넘어 공포까지 느끼게 만드는 스릴러의 형태를 취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장애를 가진 한 여자가 그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그려냈다.

이런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의 교차는 자연적으로 강약을 조절한다. 범인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날카로움과 긴장감을 주고, 곧이어 장애를 가진 수아가 고뇌하는 부분들을 통해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안겨준다.

그리고 <블라인드>가 인상적인 또 다른 이유는 캐릭터에 있다. 보통 스릴러 영화들 속 주인공들은 영웅이 되기 쉽다. 일반 사람보다 빠른 두뇌회전과 날렵한 몸동작을 보여주며 험난하지만 비교적 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블라인드>에는 그런 강인한 캐릭터가 없다. 수아는 앞을 보지 못해 범인이 눈 앞에 있어도 알아채지 못한다. 기섭 또한 반항적인 기질은 있지만 평범한 10대의 모습 이상을 보여주지 않고, 형사인 희봉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희봉 캐릭터는 오히려 웃음을 던져주기까지 한다. 형사지만 무겁지 않고, 오히려 무거워질 수 있는 극 속 분위기를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긴장했다가 웃다가 공포를 느끼고 다시 묘한 여운까지 느끼다보면 <블라인드>가 보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들을 건드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다른 것을 안겨주는 작품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문와쳐


물론 <블라인드>도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기존 스릴러에 길들어진 관객 일부에게는 다소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영화는 날카로운 이야기와 장면들을 보여주다가 수아를 조명하면서 부드러운 터치를 섞는다. 이 부분들이 <추격자>와 같은 시종일관 스릴감이 넘쳐나는 스릴러를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아쉬운 점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블라인드>는 허점이 적은 대신에 지능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굳이 언급하자면 아쉬운 점 중 하나다. 허점이 많은 이야기로 몇몇 의문점을 남기는 기존 스릴러 영화들에 비해 영화는 세밀하게 이야기를 쫓아가고, 관객들로 하여금 크게 의문점이 생기도록 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좀 더 범인이 지능적으로 나오거나 수아, 기섭, 희봉이 좀 더 지능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확실히 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그래도 <블라인드>는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두드러지는 영화다. 긴장감과 스릴감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예상치 못한 편안함을 선사하고, 반대로 자극적인 이야기 때문에 불편함을 우려했던 사람에게는 예상치 못한 따뜻함을 선사할 영화인 것이다.

김하늘과 유승호가 무게감을 잡고, 조희봉이 긴장을 풀어주고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문와쳐


<블라인드>에서 김하늘은 다시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7급 공무원> <그녀를 믿지 마세요>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로맨틱 코미디와 <빙우> <동감> 등 멜로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이번에 <블라인드>를 통해 스릴러라는 장르에서도 완벽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게다가 실제 시각 장애인들을 만나 세밀하게 관찰하여 디테일한 부분들을 연기하고, '어둠 속의 대화'와 같은 체험전에 참여하면서 불편함과 새로움을 경험하며 그녀가 보여주는 시각 장애인 연기는 눈에 띈다.

<집으로> <돈텔파파>에서 눈에 띄는 아역으로 시작해 이제는 어엿한 남자가 된 유승호도 이번 영화에서는 확실한 무게감을 갖는다. <4교시 추리영역>을 통해 나름 스릴러를 먼저 경험하기도 했으나, 그 당시보다 더 성숙해진 느낌을 준다.

김하늘과 유승호가 이렇게 영화에 무게감을 잡아준다면 조희봉은 관객들을 긴장을 풀어주고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극 중 분위기를 적당히 가볍게 이끌어준다. 실제 배우 이름과 똑같이 극 중 캐릭터 이름을 지은 점도 유쾌하다. 안내견 슬기 역을 맡은 달이도 <마음이> 시리즈에 이어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좀 더 눈여겨 볼 사람도 있다. 범인 명진 역의 양영조다. 그는 비열하면서도 상당히 섬뜩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확실하게 관객들에게 공포를 선사한다. <님은 먼 곳에>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도 출연한 바 있는 그는 <블라인드>에서 악역을 맡았지만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공포심을 주는 역할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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