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밴드 스틸하트(Steelheart)가 노라조 이혁과 듀엣곡을 부른다고?

음원 제작사와 유통사, 소속사 간의 원활하지 않은 의견 조율 때문에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는 스틸하트 보컬 밀젠코 마티예비치와 노라조 기타리스트 겸 보컬 이혁이 함께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앞서 3일 두 사람이 스틸하트의 대표 곡인 '쉬즈 곤'(She's Gone)을 부른다고 알려진 상황. '쉬즈 곤'은 라이선스 문제로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18단 고음'이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는 이혁이 스틸하트와 만난다는 점에서 취재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각 매체의 사진, 취재 기자가 참석해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봤다.

"너무 떨려서 잠도 못 잤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한 이혁은 "스틸하트 때문에, '쉬즈 곤' 때문에 록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며 "편곡을 하기보다 원곡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제는 듀엣이냐, 공동 작업이냐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듀엣'이냐 '공동작업'이냐였다. 이혁은 어린시절 우상인 스틸하트와 듀엣으로 '쉬즈 곤'을 부른다고 알고 있던 상황이었다. 소속사 위닝인사이트 측 또한 소리바다로부터 "스틸하트 측과 모든 것이 조율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러나 스틸하트의 공연 기획을 담당하는 국내 에이전시인 엔트리 이성모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듀엣이 아니라 공동작업이다"며 "같은 날(9일) 레코딩을 할 예정이지만 듀엣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계약서 상에도 '콜라보레이션'(협업)이라고 명시되어 있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그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점을 둔 것은 스틸하트와 이혁의 만남이 아닌 9월 중 발표하는 스틸하트의 일렉트로닉 버전 앨범의 홍보였다.

양 측의 의견차가 벌어지자 음원 유통사인 소리바다 기획조정실 콘텐츠사업팀 고운 팀장은 이날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스틸하트 보컬과 이혁씨가 목소리를 맞춰보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며 "듀엣을 하게 될 수도, 피처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며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 팀장은 "그동안 음원 서비스가 불가능했던 '쉬즈 곤'을 리메이크 형태로는 공개할 수 있게 됐다. 원곡의 느낌을 살려 발매할 방법을 찾다가 스틸하트의 국내 에이전시(엔트리) 측에서 이혁씨가 '쉬즈 곤'을 부른 영상을 봤다"며 "3주 전인 7월 중순께 이혁씨 측에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했다"고 설명했다.

"누구를 위한 홍보인가" 이혁 이용한 이슈몰이 전락

스틸하트 측과 소리바다는 "안될 수도 있지만 될 수도 있다"며 "최대한 (함께 작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명확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노라조로 활발히 활동하며 최근 KBS 2TV <자유선언 토요일>의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며 호평을 받은 이혁만 난감해졌다. 스틸하트 측과 소리바다는 "밀젠코 마티예비치와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한국을 찾은 대스타(?)의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K-POP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에서까지도 그 기세를 떨치고 있지만 국내 에이전시와 소리바다 측은 여전히 해외 스타의 결단에만 목을 매고 있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추억의 팝송을 부른 그룹이지만 젊은 세대에게 스틸하트는 '쉬즈 곤' 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음원 제작을 제안한 이들과 유통사 쪽에서는 이혁을 매개로 여론몰이를 하려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스틸하트 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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