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코어미디어콘텐츠(주)

바다, 수박, 여행 등 무더운 여름에 생각나는 것들은 대체로 이렇다. 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주는 공포영화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국내산 공포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았다. 우선 저주가 내린 노래로 인기를 얻은 걸그룹 멤버들의 이야기,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가 있었다.

그리고 고양이를 소재로 하여 한맺힌 소녀 혼령의 저주를 담은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도 얼마 전 관객들을 찾은 바 있다.

다소 실망스러운 공포로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신선한 소재로 차별화를 시도한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올해 세 번째 국내산 공포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앞서 개봉한 공포영화들 못지않은 신선한 소재가 돋보이는 영화, <기생령>이다.

나도 같이 살면 안돼요?

어느 날 밤, 한 부부가 발목이 잘려 죽은 채로 발견된다. 부부가 모시고 살던 할머니는 실종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은 부부의 아이인 빈(이형석). 장환은 조카 빈을 돌보기 위해 아내 서니(한은정)와 처제 유린(효민)을 데리고 빈의 집으로 이사한다.

서니는 부모를 잃은 빈이 안타까워 최대한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유린은 빈에게 언니의 사랑을 뺏기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러나 곧 서니와 유린은 계속 빈과 관련된 악몽을 꾸며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빈은 점차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빈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 둘씩 실종되기 시작한다. 서니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서니는 집 안에 있는 창고에 이상한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한(恨)을 소재로 전형적인 한국 공포에 민속 신앙을 섞어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코어미디어콘텐츠(주)


영화 <기생령>은 전형적인 한국형 공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웬만하면 국내 공포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한(恨)을 소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특별한 사연과 함께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한을 품고 사람들에게 저주를 내린다는 내용을 기본 설정으로 가지고 간다.

그러나 <기생령>은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이런 한(恨)이라는 소재에 민속 신앙을 섞어 새로움을 더한다. 아이를 갖지 못한 여자가 살아있는 아이의 발목을 자르고 독 안에 넣어 죽이면, 임신을 하게 된다는 미신과 한(恨) 소재를 결부시킨 것이다.

그렇다고 원혼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설정과 줄거리만 보면 원혼이 등장하는 영화 같지만, <기생령>은 슬래셔 무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수시로 날카로운 도구들이 등장하고, 피가 난무하며, 여기저기 칼에 베이는 소리가 가득차 있다.

<기생령>은 이렇게 저주의 노래, 고양이를 통한 분노의 표출 등을 보여주며 올해 개봉했던 국내산 공포영화들과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소재와 설정으로 무장하면서 관객들의 예상을 넘어서 제목과는 달리 슬래셔 무비로 완성되었다. 그렇다면 그 무장과 기발함은 성공적일까?

전체적인 완성도가 사라진 <기생령>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코어미디어콘텐츠(주)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기생령>은 매력적인 소재와 예상을 빗나가는 기발함이 철저히 가려질 정도로 단점으로 가득차 있는 영화다. 한마디로 올해 개봉해서 선보였던 국내산 공포영화 중 가장 실망스럽다고 하겠다.

우선 스토리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는 그다지 인물들을 부각시키거나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려고 하는 마음이 없는 듯 보인다. 오로지 공포영화의 주된 임무는 관객들을 놀려키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공포 장면들을 모두 만들어서 편집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이야기는 물 흐르듯이 흐르지 않고 수많은 공포 장면들을 연결시키기 위해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왜 유린은 언니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지, 왜 남편 장환은 유린을 훑어보는지, 어떻게 서니는 모든 사연을 척척 알아내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부족하다. 언급은 되지만, 상당히 주입식이고 짤막하다.

그러다가 보니 영화가 꽤나 불친절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동시에 완성도가 현저히 낮게 느껴진다. 아직도 공포영화가 그저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래키는 영화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아 불쾌하기도 하다.

리듬감이 가장 큰 문제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코어미디어콘텐츠(주)


무엇보다 <기생령>의 완성도를 낮추는 것은 리듬감이다. 살며시 관객들을 공포의 문턱으로 안내했다가 놀래키고 다시 안정시켜주고 하는 심리적 리듬감도 없고, 화면 사이사이의 리듬감도 어색할 정도다.

영화 속 장면들은 수시로 튄다. 점프컷은 간간이 사용되지 않고 영화 전체적으로 수시로 사용되면서 장면이 이어지지 않으니 관객 입장에서는 계속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보통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흐름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흐름이 무시되고 장면들이 나열되니 집중이 흐려진다.

이것은 편집의 문제이자 콘티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유린이 화를 당하는 장면은 어떤 곤경에 빠진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고, 서니가 모든 사연을 척척 알아내는 것도 이상하며, 수시로 같은 인물이 동시간대에 산발적으로 장소를 바꿔가며 등장하는 것도 어색하다.

개봉한 후 버전은 어떻게 바뀔지 알 수는 없으나, 마지막 장면도 상당히 튄다. 마지막 장면 또한 어떻게든 관객들을 놀래키려는 계산이 엿보이나, 흐름상 전혀 상관없는 장면으로 실소를 자아낸다.

유일하게 돋보이는 것은 이형석 군

 영화 속 한 장면

영화 속 한 장면 ⓒ 코어미디어콘텐츠(주)


<기생령>에서 유일하게 돋보이는 것은 빈 역할을 맡은 이형석 군이다. 드라마 <동이>에서 귀여운 외모와 당찬 말투로 눈에 띄더니 영화 <마마>에서는 엄정화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다시금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 <기생령>에서는 전작들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섬뜩함을 보여준다. 간간이 그 동안 전작들을 통해 알던 이형석 군이 맞나 싶을 정도다. 어린 아이가 칼을 휘두르며 다니는 모습에서는 무서워서라기보다는 안쓰러워서 불편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그의 연기력이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의 배우들은 안타깝게도 무엇인가를 보여주기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없다. 대사는 마치 오래된 공포영화 속 대사 같아 몇몇 장면은 안타깝다. 좀 더 언급하자면 아무리 관련이 있다고 해도 티아라가 등장하고, 티아라 음악이 흘러나오는 것은 도움은커녕 전체적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더 낮추는 결과만 낳았다.

올해 개봉한 국내산 공포영화들은 매력은 있되, 웰메이드는 없어서 안타깝다. 관객들을 서늘하게 해줄 최고의 공포를 선보임과 동시에 스토리 또한 탄탄하고, 전체적으로 완성도 있는 공포영화가 나와주기를 바랄 뿐이다.

<기생령>은 본래 8월 4일 개봉예정이었으나, 데이터를 필름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굉음이 발생하여 약 48시간 개봉을 연기했다. 주말부터는 상영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니 관람 예정이라면 좀 더 기다리야 할 듯하다.

기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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