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7광구> 시사회및 기자간담회에서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역으로 나오는 배우 하지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6일 오후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7광구> 시사회및 기자간담회에서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역으로 나오는 배우 하지원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민원기

궁금했다. '우리 기술로 만든 최초 3D 영화', '본격 괴수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로 올여름 기대작 중 하나로 주목받았던 영화 <7광구>. 26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최초로 그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감독을 비롯한 주연배우 모두가 간담회에 참석했다.

 

처음 만난 <7광구>는 배우들의 밀도 높은 액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보이지 않는 괴물을 향해 연기를 해야 했던 점이 곤욕스러웠을 법 하지만 영화 흐름에서 어색한 호흡은 없어 보였다.

 

"마지막 엔딩인 걸어 나오는 장면을 찍을 땐 제정신 아니었다"던 하지원(차해준 역), "밤샘 촬영을 하면서 왜 이런 지옥으로 들어왔을까 생각했다"는 박철민(도상구 역)의 말에서도  이들의 노력은 높이 살 만했다.

 

하지원의 독보적인 액션은 물론이고 대배우 안성기가 몸을 날리며 구르고 뛰는 장면도 다른 영화에선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어떤 배우가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 사활을 걸지 않을까 싶지만 배우들의 액션과 호흡이 좋았다는 점은 분명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장점이다.

 

이보다 중요한 관건은 이들의 노고를 담아내는 영화의 그릇이었다. 어두컴컴한 석유시추선 내부에서 벌어지는 괴물과의 사투라는 설정은 할리우드의 <에일리언> 시리즈나 이미 천만 관객몰이로 '현대 한국 괴수영화'의 원전 격이 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자동 연상되는 건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제작자와 감독도 이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7광구>엔 그런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한 몇 가지의 특별함이 담겨 있었다. 비슷한 장르의 전작들과 이 영화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3D를 통해 구현된 괴물과 액션...'큰 발걸음'

 영화 <7광구>의 CG 작업 예시. 해당 장면은 하지원이 케이블 선을 잡고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이다.

영화 <7광구>의 CG 작업 예시. 해당 장면은 하지원이 케이블 선을 잡고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이다. ⓒ 모펙스튜디오

"3D영화 관객이 주는 추세에서 3D영화는 한때의 바람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3D는 2D를 대체하는 대세도 아니고 한때의 바람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D에 맞는 장르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각적 입체감이 필요한 장르가 있다는 말이죠. <7광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리얼라이즈 무비'라고 생각했기에 3D로 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7일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제작을 맡은 윤제균 감독의 발언이었다. 철저히 기획이란 말이다. <7광구>는 <해운대>(2009)이전부터 이미 기획되었던 작품이다. '한국 최초 3D'라는 수식은 국내 기술력만으로 3D 부분과 CG 컷을 처리한 데서 나온 말이다. 

 

단순 합성이 아닌 괴물과 함께 배경이 된 시추선 전경에 인물들이 녹아들어야 했기에 <7광구>는 각각 장면을 별도로 촬영했다. <아바타>가 사용했던 방법과 흡사하다. <아바타> 역시 스크린 위의 인물을 별도로 촬영한 후, CG로 작업한 배경과 합성해 이를 다시 3D로 작업했다.

 

물론 <7광구>에서 <아바타>의 입체감을 온전히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7광구>는 간간히 인물과 배경이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주는 장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지훈 감독이 "아직 10퍼센트 정도 작업을 더 해야 한다"고 말한 만큼 보정 후 상영관에 걸릴 실제 <7광구>의  면모는 분명 기자시사 버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의 <괴물>보다 특별한 무엇은?

 

 영화 <7광구>의 스틸컷.

영화 <7광구>의 스틸컷. ⓒ JK필름

<7광구>는 영화 내내 괴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크리처 무비'(Creature Movie,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통칭하는 말)와 맥을 같이 한다. 석유시추선이라는 공간적인 독특함이 특징이긴 하지만 괴물과 그에 맞서는 인간의 사투를 다룬다는 점은 해당 분류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한국 영화에서 그동안 '제대로 된 괴물'이 등장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에선 나름 신선한 소재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너무나 존재감이 큰 크리처 무비가 있으니 바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다.

 

<7광구>의 괴물은 이전의 그것을 뛰어넘는 무엇이어야 했다. <괴물>의 괴물 디자인을 담당했던 모펙 스튜디오 장성호 대표는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바다 괴물인데 해산물이라고 볼 수 있겠다"고 한 바 있다. 영화에서 표현한 괴물은 해삼, 미더덕 등의 질감을 연상시킨다. 바다를 헤엄치는 모습에선 오징어 혹은 문어의 실루엣이 역력하다. 

 

또 다른 특징은 진화 혹은 변이하는 괴물이라는 점이다. 괴물은 총 세 단계의 변화를 거치는데, 단계별로 괴물은 점점 더 포악해지면서 보다 지능적이고 빨라지기도 한다. 단순히 포악하기만 했던 전작의 그것들과는 달리 영화 속 인물의 행동에 따라 급변하는 괴물의 형상은 영화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는 효과를 준다.

 

영화의 긴장이 고조될 무렵마다 빵 터지는 인물들의 개그도 영화의 재미를 더하는 포인트다. 박철민과 송새벽의 콤비를 주목해 보자. 또 하지원의 골수팬이라면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의 길라임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7광구>는 <시크릿가든>이 나오기 전부터 촬영했던 작품이다. 오히려 <7광구>의 차해준이 길라임의 모태 격임을 기억하자. 배우 정인기는 두 작품에서 모두 하지원의 아빠로 등장한다. 

 

이번 26일 언론시사회를 끝으로 영화는 후반 보정 단계를 거쳐 8월 4일 개봉한다.

2011.07.27 13:44 ⓒ 2011 OhmyNews
하지원 7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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