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성미산 공동체 주최로 26일 저녁 서울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상영회에서 신은정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성미산 공동체 주최로 26일 저녁 서울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상영회에서 신은정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작년에 미국에서 혼자 작업하면서, 상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집에서 혼자 틀어놓고 보는 것 아닌가' 하고…."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이하 <베리타스>)을 만든 신은정 감독의 말이다. 하지만 이 같은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집에서 혼자 틀어놓고 보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던 영화는, 어느새 광주, 제주를 찍고 서울에서 세 번째 상영회를 마쳤다.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과 함께한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상영회가 지난 26일 오후 7시 반께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상영회에는 80여 명의 관객이 찾아와 극장을 메웠다.

"하버드 이해하는 것, 자본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 이해하는 첫걸음"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성미산 공동체 주최로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상영회에서 가수 인디언 수니가 공연을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성미산 공동체 주최로 26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상영회에서 가수 인디언 수니가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날 상영회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문치웅 성미산 대책위원회장의 인사말로 막을 올렸다. 오연호 대표기자가 먼저 "앞으로 더 다양한 방법으로 회원들과 독자를 찾아가겠다"고 인사를 건넸고, 문치웅 대표는 "이번 주가 성미산 축제주간인데 오늘은 오마이뉴스가 그 한 자락을 채우는 것 같아 좋다"며 환영했다.

이어 포크 가수 인디언 수니는 기타 연주를 곁들인 노래로 관객들을 맞았다. 그녀는 밥 딜런의 노래와 자신의 1집 수록곡 '내 가슴에 달이 있다'를 연이어 부른 후, 잠시 호흡을 고르며 <베리타스>에 대한 자신의 감상을 전하며 다음 곡을 소개했다.

"민주와 자유를 위해 기억해야 할 역사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고 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다시 이야기하죠. '산 자여 따르라'."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얹혔다. 인디언 수니의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에 관객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공연이 끝나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큐멘터리'를 '121분'간 본다는 건 '지루함의 끝판왕'적인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베리타스>는 달랐다. 신은정 감독은 잰걸음으로 상영 시간 내내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이라 일컬어지는 하버드의 이면을 집요하고도 심도 있게 파헤쳐냈고, 관객들은 그녀가 보여주는 '또 다른 진실'에 빨려 들어갔다. (관련 기사: 정밀하고 경쾌하게 '하버드'를 깬다) <베리타스> 마지막에 나오는 내레이터의 이 같은 말은 신은정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단적으로 표현한다.

"'베리타스'. 진실을 뜻하는 이 단어는 하버드의 상징이다. 이 문장은 진리와 진실에 대한 하버드의 집착과 자부심을 증명한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하버드는 진실보단 권력과 자본을 좇는 데 바빴던 것 같다. 오늘날 명문 하버드를 향한 열기는 뜨겁다. 하지만 실체 파악이 쉽지 않은 곳이다. 하버드를 이해하는 것은 미국과 자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하버드 법인이 민주적이라고? 실제 하버드 출신이 들으면 코웃음 쳐"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성미산 공동체 주최로 26일 저녁 서울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상영회에서 신은정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성미산 공동체 주최로 26일 저녁 서울 성산동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린 독립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상영회에서 신은정 감독이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상영회가 끝난 후엔 김대오 <오마이스타> 준비팀장의 사회로 신은정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관객들은 손을 들어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고, 신은정 감독의 답변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했다. 간간이 웃음소리도 흘러나왔다.

가장 많은 질문이 집중된 것은 아무래도 '하버드'는 신 감독이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진실'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학생들의 의식은 어떤지를 묻는 말에 신 감독은 "100년 전 하버드가 가지고 있던 정체성이 아주 바뀐 것은 아니지만 변화한 부분은 있다"며 "현재의 하버드는 다양한 얼굴과 색깔을 가지고 있어 상류층들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있는가 하면 지식인의 책임감을 절감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집단도 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땐 지금 (변화를 요구하는) 그런 목소리가 더 소수인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른 곳이 아닌, 세계 지성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를 다루게 된 계기를 묻는 말이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대개 자기 삶의 주변에서 (영화) 소재를 찾게 되는데, 하버드 근처에 살며 하버드가 단순히 명문 학교가 아닌 정치적 집단인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을 꺼냈다.

"하버드가 굉장히 진보적이고 학문의 중립을 지킨다는 이미지를 포장해내죠. 대놓고 '우리는 학문의 중립을 위해 싸웠다'라고 가르치지 않고 하버드 안에서 그런 내용의 연설하는 비디오를 가져와 (수업에서) 틀어줘요. 그리고 하버드 출신의 투사가 나오는 교재도 쓰고요. 은연중에 세뇌하는 거죠. (중략) 한국의 현실과 너무 비슷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고. 하버드 법인이 민주적인 법인의 사례로 신문기사에 나오는데 실제로 하버드 출신인 이들에게 얘기해주면 코웃음 쳐요. 서구가 하면 옳은 것, 하버드가 하면 두말할 나위가 없는 것, 그렇게 생각하는 걸 꼬집고 싶었어요."

'하버드'를 통해 '한국'에도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는 신 감독의 대답에, 자연히 한국의 현실에 대한 질문으로 화제의 중심이 옮겨졌다. "작업의 연장으로 한국 지식권력에 대해 다뤄보면 재밌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에 신 감독은 잠시 웃음을 머금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하버드 다큐'를 만드는 것보다 '서울대 다큐'를 만드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요. 서울대 교수님들 중 흔쾌히 만나주실 분들이 많지 않을 것 같고요. 한국의 대학은 좀 더 중앙집권적이라 제가 눈에 안 띄기가 어렵잖아요. 하고 싶은 얘기를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끼리 보기 아까웠던 <베리타스>, 많은 관객 만나길

 하버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포스터.

하버드를 다룬 다큐멘터리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포스터. ⓒ 푸른미디어


모든 일정이 끝난 후 돌아가는 길에 만나본 관객들은 <베리타스>에 큰 울림을 느꼈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아이를 데리고 온 김연선(45)씨는 "하버드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영화를 한국 출신의 감독이 만들었다는 것이 놀랍다"며 "많은 곳에서 상영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정남(30)씨 역시 "하버드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실체를 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베리타스>의 신은정 감독은 "(제작하는 데 든) 1년 4개월의 시간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 기뻤다"며 한국에서 열린 상영회에 참석해준 관객들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 하버드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부모들에게 "긍정적, 부정적으로 바라보라 말하기보단 그 집단을 객관적인 균형성을 갖고 보려 노력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한 신 감독은 미국에 돌아가서도 소규모로 상영회를 개최하는 한편, 국제적인 규모의 다큐멘터리 영화제에도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끼리 보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던 <베리타스>, 앞으로도 많은 관객들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 하버드 신은정 성미산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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