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위용 잃어버린 채 침묵하는 김상현 김상현은 2009년 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홈런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지만 2010년과 올해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홈런왕 위용 잃어버린 채 침묵하는 김상현 김상현은 2009년 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홈런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지만 2010년과 올해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2009년 한국프로야구의 최고의 아이콘은 김상현이었다.

 

2001년 해태에 입단 후 이듬해 LG로 트레이드 되었던 김상현은 2군 홈런왕 출신으로 LG의 차세대 거포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중요한 1군 무대에서는 연신 헛방망이질만 하며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그리고 2009년 FA 정성훈의 영입과 함께 투수력 보강이 시급했던 LG는 시즌 초반 선발급 투수 강철민을 받는 조건으로 박기남과 함께 2-1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김상현은 7년 만에 고향팀이자 친정팀인 기아 타이거즈의 호랑이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었다.

 

기나긴 외출 끝에 돌아온 고향집 같은 편안한 느낌이었을까? 호랑이 유니폼을 입은 김상현의 방망이는 거침없이 돌았다. 2009년 4월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림 삼성과의 주말 3연전 마지막 날 시즌 첫 홈런을 만루포로 신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김상현의 방망이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거침없이 돌았다.

 

김상현은 그 해 타율 0.315 36홈런 127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홈런왕과 MVP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리고 팀은 김상현의 활약을 발판삼아 12년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화려했던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2010년 김상현은 무릎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79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은 2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비록 2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녹슬지 않은 방망이 솜씨를 선보이기는 했지만 팀의 4강 탈락이라는 책임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리고 맞이한 2011년 김상현은 'Again 2009'를 외치며 겨우내 방망이를 쉬지 않고 돌렸다. 그렇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아는 공격력 강화를 위해 FA 이범호를 깜짝 영입했고 수비력이 약했던 김상현은 결국 3루자리를 양보하고 외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김상현이 외야로 밀려날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의 수비력에 의심을 가졌다. 그러나 김상현은 뜬공처리를 비롯한 외야 수비에서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특히, 3루수 출신답게 강한송구를 바탕으로 보살까지 잡아내며 수비에서 만큼은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하지만 문제는 수비력이 아닌 공격력에서 나타났다. 시즌 개막 후 만루홈런 포함 4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렸던 김상현은 누가 보더라도 명불허전이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김상현의 타격 밸런스는 흐트러졌고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몸쪽공 승부에는 꼼짝없이 당했고 투수들의 유인구에 허공을 가르는 그의 방망이는 LG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김상현은 타순에서도 중심타선이 아닌 하위타순으로 밀려났고 5월 한 때 최희섭의 부상으로 5번 타자로 복귀해 5월 15일 롯데전부터 18일 LG전까지 멀티안타를 기록하며 부활하는가 싶었지만 끝내 타격감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다행히 지난 주말 군산에서 열린 한화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3타수 무안타 삼진 하나만을 기록하며 팀의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고 이후 벌어진 두 경기에서는 끝내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고향팬들 앞에서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

 

최근 기아의 경기를 중계했던 MBC스포츠 플러스 이순철 해설위원은 김상현의 부진원인을 타격밸런스가 아닌 정신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2009년에는 무명선수나 다를바 없었기 때문에 투수들의 집중견제를 피할 수 있었지만 2010년과 올해(2011년)에는 다르다는 것이다.

 

2009년 홈런왕을 거머쥔 이후 김상현은 상대팀의 집중분석 대상이 되었고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몰라보게 커지며 자신이 꼭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고 그에 따라 스윙이 커지면서 타격밸런스가 자연스럽게 무너졌다는 것이다.

 

야구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 중 하나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 하나하나에는 모두 작전이 들어가고 타석에서의 스윙도 모두 작전과 연결된다. 때로는 수비에서의 자신감이 타격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타격에서의 부진이 수비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기아의 간판타자이고 홈런왕 출신인만큼 김상현이 타격슬럼프에 빠져있다 하다라도 투수들은 김상현과 쉬운 승부를 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이 김상현의 부활을 기다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011.05.24 11:06 ⓒ 2011 OhmyNews
김상현 신데렐라 계륵 홈런왕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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