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名家) 자존심 지켜준 건 늘푸른 노송(老松)!'

 

프로농구 전주 KCC가 지긋지긋한 KT전 5연패 사슬을 끊었다. 선수들을 적재적소에서 고르게 기용하는 허재 감독의 용병술과 끈질긴 팀 수비를 통해 KT의 강점인 포워드 라인을 최대한 봉쇄한 것. KT전 승리는 이번 시즌 처음인지라 그 감격이 더했다.

 

6일 오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KT와 2010-2011 현대 모비스 프로농구 5라운드 원정경기에 나서는 KCC선수들의 표정은 시작 전부터 비장했다. 연승을 달릴 때마다 번번이 발목을 잡힌 것을 비롯 올 시즌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기 때문. 그로 인해 경기는 초반부터 불꽃이 튀었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팀을 지켜주고 있는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그가 있어 KCC의 향후 행보는 더욱 밝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팀을 지켜주고 있는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그가 있어 KCC의 향후 행보는 더욱 밝다고 할 수 있다. ⓒ 전주 KCC

KCC는 가드-센터라인의 좋은 조합에도 불구하고 3번이 약점인 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KT는 박상오-송영진-제스퍼 존슨 등 10개 구단 최강의 포워드진을 자랑한다. 이른바 '상대성'에서 KCC에 가장 위협적인 팀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요소는 지금까지의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79-76의 스코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날 경기는 혈전의 연속이었다. 1쿼터부터 KCC가 부쩍 힘을 내며 여유 있게 앞서가는 듯 했지만 KT는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승부를 접전으로 끌고 갔다. 특히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4쿼터에서 KCC를 강하게 압박해 많은 턴오버를 양산시키는 등 비록 아쉽게 패하기는 했지만 선두권팀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너무 의욕이 앞섰던 탓일까? KCC는 임재현(7득점, 1어시스트)-강병현(5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가드라인이 평소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들의 강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전태풍(31·178cm)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매우 아쉬운 상황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팀내 주포인 크리스 다니엘스(9득점, 8리바운드) 또한 KT 외국인 선수들인 제스퍼 존슨-찰스 로드에게 밀리며 고전을 거듭했다. 다니엘스는 큰 체격에서 나오는 유연한 몸놀림과 테크닉이 장기인데 상대적으로 발이 느리다는 약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존슨과 로드의 빠른 스탭과 탄력을 감당치 못하고 수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었다.

 

이래저래 여러 가지 부분에서 KCC가 위기였다 할 수 있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놀랍게도 약점으로 지목됐던 포워드진의 활약이었다. 에릭 도슨(27·201㎝)은 또 다른 '식물용병'이라는 혹평과 달리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는 상대적으로 다니엘스보다 빠른 자신의 발을 이용해 끈질기게 KT 외국인선수들을 따라다녔고 공격에서도 무리하지는 않았지만 영리하게 팀 플레이에 임하며 이날 승리의 주역 중 한 명이 되었다.

 

도슨은 19분 13초를 뛰며 15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그가 이 정도만 해준다면 KCC는 더 이상 외국인 선수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주전 3번 추승균(37·190cm)이었다. 프로농구 역대 최고의 스몰포워드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그이지만 최근 노쇠했다는 지적 속에 예전 같지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KCC에서의 그는 아직도 변함 없는 '에이스'였다.

 

탁월한 리더십과 경기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다재다능한 능력으로 팀을 이끌고 있던 그는 이날 경기에서 후배들이 하나같이 부진을 거듭하자 자신이 직접 득점에 나섰다. 외곽슛은 물론 적극적으로 속공에 가담하고 더불어 공간만 생기면 여지없이 드라이브인을 성공시켰다.

 

특히 고비처마다 성공시켰던 미들슛은 쏘는 족족 림을 갈랐던지라 KT수비진을 당혹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골밑에 넣어주는 패스나 어시스트도 웬만한 가드 못지 않았다. 27득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 2스틸은 기록상으로도 양팀 통틀어 최고의 활약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제나 묵묵하게 팀을 지켜주고 있는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 그가 있어 KCC의 향후 행보는 더욱 밝다고 할 수 있다.

2011.02.07 08:34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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