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스틸컷

▲ 여의도 스틸컷 ⓒ JF금산

<여의도>는 황수정이 오랜만에 다시 스크린에 얼굴을 내비친 작품이다. 하지만 실제 이 작품의 가장 큰 핵심은 황과장 역을 맡은 김태우다. 그는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고 평가해도 될 만큼 영화의 기둥이다. 

 

문제는 김태우를 제외한 황과장 아내역의 황수정과 정훈 역의 박성웅 캐릭터가 영화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점. 영화가 너무 한 캐릭터로 치우치면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있다. 김태우 연기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지만, 김태우를 뒤받쳐 주는 역할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여의도는 면적 8.48㎢에 무수히 많은 샐러리맨들이 집결해 있는 장소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황과장이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증권가 샐러리맨으로서 현재는 정리해고 최우선 대상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남들한테 피해 안주고 정말 열심히 일하지만 세상살이는 쉽지 않다. 밑에 있는 후배는 위의 부장에게 잘 보이려고 자신의 뒤통수치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사채업자까지 자신을 귀찮게 하니 세상 살아가는 것이 싫을 정도다.

 

이렇게 시달리고 있다 보니 아내가 몸으로 이자를 갚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황과장으로서는 핀치(게임 도중 위기 상황에 몰린 상태)에 몰려도 이런 핀치가 없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황과장은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지켜준 친구 정훈을 만난다.

 

정훈에게 술자리에서 한풀이 비슷하게 회사에서 일하는 후배를 죽이고 싶단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정말 그 다음날 그 후배가 시체로 발견되고 만다. 당연히 친구 정훈을 의심하게 되는 황과장. 하지만 그는 오히려 친구를 이용하고 싶어 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채업자 이야기까지 꺼낸다.

 

<여의도>는 현대인의 힘겨운 삶과 억눌린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열심히 살면 다 잘 풀리고 성실한 사람에겐 복이 있다는 식의 헛된 희망은 주지 않는다. 현실의 비정함과 경쟁의 치열함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황과장이 처한 상황들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부장의 미움을 사 정리해고 되기 직전이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아버지의 병환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린다. 사채를 썼다가 갚지 못해 집과 회사로 사채업자들이 들이 닥치기도 하고, 이런 와중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믿었던 후배에게 빼앗기고 만다. 급기야 황과장은 자신을 억누르는 모든 것에게 강하게 분노를 표출한다.

 

문제는 정훈 캐릭터와 반전이 너무 눈에 보인다.

 

여의도 스틸컷

▲ 여의도 스틸컷 ⓒ JF금산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는 황과장과 정훈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지에 따라서 영화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 아주 평범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캐릭터의 밸런스가 아주 중요하단 것이다. 이미 정훈 캐릭터 같은 경우는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던 인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 모든 일을 해줄 수 있는 인물 캐릭터는 새삼 새로운 것이 분명 아니다.

 

<여의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정훈 캐릭터가 너무 평면화 되면서 부수적인 역할 외에 다른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단 것. 물론 나름 정훈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주기 위한 반전의 카드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관객들이 초반부터 어떤 것인지 다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

 

결국 황과장과 함께 영화에 긴장감을 주어야할 캐릭터인 정훈이 너무 쉽게 관객들에게 그 의도가 노출되면서 초반부터 신비감이 사라져버린다. 이러한 점은 영화 후반까지 관객들에게 지루함을 줄 가능성이 있단 것에서 심각한 결점이다.

 

이렇게 초반부터 후반 반전에 대해서 모든 것이 들통 난 영화가 그래도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바로 황과장 역할을 맡은 김태우 때문이다. 그는 영화 전체에서 가장 많은 출연분량을 책임지고 있는 배우답게 회사생활 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샐러리맨의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우리가 직장생활하면서 느끼게 되는 모든 감정이 그의 얼굴과 연기에 녹아 들어 있을 정도다.

 

<여의도>는 너무 아쉽다.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피곤한 삶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모습을 부분적으로 황과장을 통해 잘 포착하고 있다. 황과장 캐릭터가 확실히 살아나기 위해서 서브 캐릭터가 뒤를 받쳐주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너무 아쉽다. 정훈 캐릭터는 초반부터 모든 것이 다 들통 나면서 그 힘을 잃어버리고 황과장 아내 역할로 나온 황수정은 존재감이 너무 미미한 캐릭터가 되고 말았다. 이러다보니 살인 사건이 일어난 후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힘이 없어지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 12월2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2.02 21:0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2월2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여의도 김태우 황수정 박성웅 무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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