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가 도하의 굴욕을 씻어내고 8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스포츠센터 야구장에서 벌어진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 경기에서 대만을 9-3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 야구는 4년 전 도하에서 있었던 충격을 이겨냄과 동시에 추신수(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비롯한 11명의 선수는 병역 혜택이라는 '최고의 보너스'도 함께 얻게 됐다.

 

초반 공방전, 이대호-강정호의 홈런으로 기선제압

 

 강정호는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타점을 쓸어 담았다.

강정호는 홈런 두 방을 포함해 5타점을 쓸어 담았다. ⓒ 한국야구위원회

한국은 1회초 추신수의 적시타로 1점을 선취했지만, 대만은 1회말 공격에서 천용지(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마이너리그)의 적시타로 곧바로 1점을 따라 잡았다.

 

그러나 대만 최고의 투수 판웨이룬(퉁이 라이온스)은 한국의 강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다. 한국은 김현수(두산 베어스)의 2루타와 강정호(넥센 히어로즈)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박경완(SK 와이번스)의 적시타로 한국은 다시 앞서 나갔다.

 

대만은 3회부터 판웨이룬을 빼고 아마추어 왼손투수 천관위를 투입시켰다. 왼손타자 이용규(KIA 타이거즈)와 추신수를 막아달라는 뜻이었지만, 천관위는 추신수에게 적시타를 허용하고 2사후 이대호(롯데 자이언츠)에게는 초대형 홈런을 맞고 말았다.

 

한국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한국은 2사 후에 김현수의 안타와 강정호의 투런 홈런으로 순식간에 6-1로 점수를 벌리며 천관위를 강판시켰다. 빅리거까지 포함된 한국 올스타를 상대로 겁도 없이 아마추어 선수를 마운드에 올린 예즈셴 감독의 '뼈아픈 실수'였다.

 

5점의 리드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 류현진(한화 이글스)에게는 넉넉한 점수였지만, 대만 타선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대만은 4회말 공격에서 2점을 추격하며 한국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 최고의 우완투수 윤석민의 눈부신 호투

 

 윤석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유령투수'에서 결승전 승리투수로 신분아 급상승했다.

윤석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유령투수'에서 결승전 승리투수로 신분아 급상승했다. ⓒ 한국야구위원회

대만이 추격을 시작하자, 조범현 감독은 5회부터 불펜을 가동시켰다. 한국은 우완에이스 윤석민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마지막 5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특히 7회에는 대만의 4, 5, 6번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는 위력적인 구위를 과시했다.

 

한국은 7회초 공격에서 강정호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계속 번트자세를 취하다가 벼락 같은 강공전환이 안타로 이어졌고, 대주자 조동찬(삼성 라이온즈)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도 돋보였다.

 

조동찬은 한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11월 29일에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야 한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아무래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임하는 조동찬의 자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타석에서도 2개의 안타를 때려낸 정근우(SK)는 8회말 수비에서  린쿤셩의 안타성 타구를 멋진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대한민국 최고 2루수 다운 호수비를 선보였다.

 

한국은 9회 마지막 공격에서도 강정호가 결승전 두 번째 홈런을 때려 내며 사실상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윤석민은 9회에도 대만 타선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군 문제 해결한 추신수, '빅리그 슈퍼스타'로 가는 길 열리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 추신수는 이제 '장기계약'이라는 행복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 추신수는 이제 '장기계약'이라는 행복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 ⓒ 한국야구위원회

준결승까지 3홈런 9타점 8득점을 기록하며 한국 타선을 이끌었던 추신수는 결승에서도 4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으로 마지막까지 빅리거의 위용을 뽐냈다.

 

이미 클리블랜드에서 최고의 선수로 자리잡은 추신수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병역문제를 해결하면서 앞으로 그의 빅리그 인생도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기대된다.

 

역시 병역 문제가 걸려 있던 강정호도 7번 3루수로 선발출장해 3회초 투런 홈런을 작렬시키며 마음 편히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강정호는 7회초에 적시타, 9회초에 쐐기 투런홈런을 때려 내며 혼자 5타점을 쓸어 담았다.

 

이 밖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26타수 3안타로 부진하며 '타격기계'의 체면을 구긴 김현수는 결승전에서 3안타를 터트렸다. 첫 2경기에서 단 1안타에 불과했던 김현수는 마지막 3경기에서 무려 9안타를 몰아치며 광저우에서 '안타공장'을 재가동했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류현진이 4이닝 동안 3점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 갔지만, 매 이닝 2개씩의 삼진을 잡아내며 대만 타선을 힘으로 제압했다. 한국 불펜엔 봉중근(LG트윈스),안지만(삼성), 송은범, 정대현( 이상 SK) 같은 쟁쟁한 투수들이 있었지만, 한국은 2명의 투수만으로 경기를 마무리짓는 여유를 보였다.

 

한편 안면 마비증세에 시달린 김광현(SK)의 대타로 광저우행 막차를 탄 임태훈(두산)은 부담없는 홍콩전에서 51개의 공만 던지고 병역 혜택을 받는 행운을 누리며 베이징의 아픔을 털어냈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도하 아시안게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대한민국 야구계의 굳은 각오가 만들어낸 완벽한 금메달이었다.

2010.11.20 09:30 ⓒ 2010 OhmyNews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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