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심이영과 인터뷰 중

배우 심이영과 인터뷰 중 ⓒ 황홍선


심이영이라는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휘성의 뮤직비디오에서 실연에 아파하는 여자, <파주>에서 서우의 언니, <열혈남아>에서 설경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시크한 다방레지를 기억한다면 심이영은 친근한 얼굴이 된다.

그런 그녀가 <파주>이후 오랜만에 <두여자>로 스크린에 찾아온다. 유부남을 사랑한 당찬(?) 여자로 출연, 파격적인 노출신과 섬세한 감정 연기로 벌써부터 '<해피엔드>에서의 전도연' 못지 않다는 소문이다.

그 소문의 진상을 확인차(?) <두여자> 언론시사회가 한창인 지난 11일 서울 용산 CGV에서 (벌써부터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 속에 바쁜) 그녀를 어렵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러울 것 없는 부부에게 다른 사랑이 있었다..."

다음은 배우 심이영과 나눈 일문일답.

- 먼저 바쁘시간을 내주어서 감사하다. <두여자>가 오늘 처음 공개되었는데, 간단한 영화소개 부탁하면?
"사랑과 사람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영화. 저희 소재가 현실에서는 은근히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부러울 것 없는 부부에게 다른 사랑이 있었다는 것. 영화에서는 남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긴 것이지만, 부인에게 새 남자가 생길 수도 있는 거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색다르게 접근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그 내연녀에게 호기심이 생겨 의도적으로 접근하게 되는 영화다. 그러다 내연녀와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그 내연녀를 이해하게 되는 거다. 그런 설정은 현실하고는 조금 많이 다른 것 같다."

- '수지'는 당차고 멋진 캐릭터지만 보편적인 사회 기준으로 봤을 때는 유부남을 사랑한 여자다. 쉽게 용납되기 힘든 부분이 있는데 본인은 연기하면서 수지에 충분히 공감했는가?
"많이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내린 수지에 대한 설정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죄가 아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그 뒤에 하지만…이란 단어를 붙였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사람이 결국에는 유부남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랑이라 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라고 하지만 그건 정상적인 관계였을 때나 그렇다. 내연녀라는 입장에서는 결국 하지만…이란 단서가 붙을 수밖에 없다."

 배우 심이영과 인터뷰중

배우 심이영과 인터뷰중 ⓒ 황홍선


- 이전에는 상대와 서로 사랑하는 느낌이 없었다면, 이번엔 두 사람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 역할이다.
"예전에는 역할상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최근작 <파주>에서는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희생하는 여자였고. 이번에는 뜨거운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는 역할은 처음이다. 그런데 불륜이다."(웃음)

"베드신에 대한 부담감? 위축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 베드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은경 언니와 준호 오빠가 캐스팅 됐다는 말에 깜짝 놀랐었다. 원래 원작보다 초고는 농도가 훨씬 진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캐스팅 얘기를 듣고, 이번에는 두 사람이 정말 연기적으로, 진짜로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그렇게 때문에 베드신에 있어서 위축되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 현장에서도 더 열정적으로 하려고 했지 부끄러워한다거나 그런 것은 별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도 진짜 누군가가 발뺌하면 더 이상한 상황이 될 것만 같았다." (웃음)

 배우 심이영과 인터뷰중

배우 심이영과 인터뷰중 ⓒ 황홍선


- 예전 영화 <봉자> 때 생각해 보면, 크게 부담이 됐을 것 같지는 않다
"아니다. <봉자>때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했었다. 연기가 뭔지, 여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벗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사람들 앞에서 베드신을 하고 그 파장 같은 것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 내가 어떤 작품을 선택할 것인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연기가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게 이거구나… 하고 그랬을 뿐이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때보다 지금은 조금은 더 안다. 연기하는 방법이라던지 앞으로 나의 전망이라던지.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 <두 여자>는 정윤수 감독님의 결혼 3부작의 완결편으로도 화제다. 작품에 대해선 자신 있나?
"제가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촬영하면서 언니(신은경)나 오빠(정준호)랑 촬영하는 중간에 우리가 되게 진짜구나, 진짜로 통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정말로 느꼈다. 그걸 진짜로 느꼈기 때문에 그런 진심들이 스크린에 보여진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킬 것만 같다. 그 부분에 있어선 진짜로 기대를 하고 있다."

- 하지만 시놉시스는 전형적인 불륜드라마 같은데?
"그건 아니다. 전반적인 틀은 비슷하겠지만…. 보통 우리는 사랑이 영원할 것이란 것을 믿고 결혼한다. 그런데 불현듯 새로운 사람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상황에 어떤 생각을 할까? 그런 세 남녀의 심리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전에 감독님이 편집본을 보면서 이야기한 것이 있는데…, 영화에는 세 명의 남자 여자가 나오는데, 왜 내가 보기엔 아홉 명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예를 들어 지석(남자 주인공)이 나(지수)를 만날 때, 자기 와이프 만날 때, 사회 생활할 때, 이 세 가지 관계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다 다르다. 은경 언니도 마찬가지. 사회적으로 산부인과 의사일 때, 남편에게 완벽한 부인일 때가 다르다, 나를 만날 때는 친구 같고…. 나도 마찬가지다. 건축과 학생 하면서 요가 선생할 때가 다르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을 때가 다르고, 은경 언니를 와이프라는 것을 모르고 만났을 때의 모습, 허물없이 대하는 그런 모습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아홉 명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하셨다. 세 명의 그런 모습들이 너무 잘 표현됐다."

"지금 관계에 망설이고 있다면, 어떤 포인트가 될 것"

- 신은경씨가 포스가 약한 배우가 아닌데, 관계는 어땠는가?
"확실히 저보다 경험이 많다. 괜히 경험이 많은 것이 아니란 것을 현장에서 되게 많이 느낀다. 언니는 모든 것을 저한테 맞춰주는 스타일이다. 촬영할 때도 관계가 끔찍했었다(??)."

-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건 없건, 사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관계에 망설이고 있다면, 어떤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배우 심이영과 인터뷰중

배우 심이영과 인터뷰중 ⓒ 황홍선


실제로 본 심이영은 단아한 매력에 순수함이 돋보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봉자>,<열혈남아>,<파주>, 그리고 <두 여자>까지…. 그녀가 걸어왔던 길을 보면 사회 보편기준으로 해석할 수 없는 캐릭터를 열연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여린(?)분에게는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런 도전이 있었기에 오랜 연기경력에도 심이영은 지금보다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가 되었다.

한참 인터뷰가 진행 중일 때 <두여자>의 언론시사회가 끝났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있지만, 배우 심이영에 대한 평가는 괜찮았다. 특히 유부남을 사랑하는 수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반응까지 이끌어냈다고 한다.

솔직히 심이영은 아주 뚜렷한 인상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서 평범하지 않는 열정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도전을 계속하는 그녀의 행보에 인터뷰어로서 응원을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Project-R (http://i2krs.blog.me/6011826962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두여자 심이영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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