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좌측)와 차세대 주자 곽민정(우측)

피겨 여왕 김연아(좌측)와 차세대 주자 곽민정(우측) ⓒ 경기도청


"내일 진짜 심장 떨려서 어떻게 봄? 우황 청심환이라도 한 개 마련해야 할 듯" (닉네임 'ㅇㅇㅇ')

한 피겨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26일 김연아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두고 이 게시판은 '혹여 김연아가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하는 염려의 글들로 가득 메워졌다. 마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중 누가 엉덩방아를 찧느냐'가 경기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 듯 누리꾼들의 관심은 온통 김연아의 금메달 하나에 집중되어 있었다.

KBS의 인기드라마 '추노'의 매력은 주연 배우들의 선 굵은 연기만이 아니다. 맛깔스러운 조연들의 감초 연기와 화려한 영상미, 귀에 익은 배경음악과 잘 연출된 세트 등이 모두 잘 어우러져 드라마 '추노'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의 피겨 스타들이 기량을 겨루는 프리스케이팅도 마찬가지. 프리스케이팅은 말 그대로 선수들이 마음껏 자신의 아름다움을 펼치는 미의 향연이다.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느냐, 아사다 마오를 몇 점차로 이기냐는 것이 피겨의 전부가 아니다.

자유로운 연기와 더욱 화려한 기술, 음악과의 절묘한 조화. 프리스케이팅의 매력은 무한히 많다. 26일 경기에서 김연아의 금메달에만 매달려 조바심 내느라 프리스케이팅의 매력을 놓친다면 또다시 4년을 기약해야만 한다.

별들의 전쟁... 놓칠 연기가 없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높은 점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지만 조애니 로셰트(캐나다)는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모친상을 당하고도 훈련에 바로 복귀해 훌륭한 연기를 펼친 그녀에게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71.36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한 조애니 로셰트는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홈 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랭킹 2위 '유럽 피겨의 여왕'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도 눈여겨 보아야할 선수. 63.02점으로 쇼트 프로그램에서는 7위에 머물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 피겨의 일인자다. 168cm의 큰 키로 펼치는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연기는 김연아의 연기와는 다른 즐거움을 줄 것이다.

쇼트 프로그램 4위로 메달에 도전하고 있는 미국의 신예 레이첼 플랫의 당찬 도전도 볼거리다. 18살의 어린나이로 빙판을 누비는 그녀의 연기에는 늘 힘이 넘친다.

같은 미국 선수인 미라이 나가수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MSN.com에서 발표한 점성술 결과에 의하면 미라이 나가수가 올림픽에서 우승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고.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단연 동갑내기 맞수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자존심 대결이다. 두 선수의 점수차는 4.72점. 이번에도 21번째와 22번째 선수로 나란히 순서를 배정받은 이들은 사실상 우승을 결정짓는 최고 기량의 대결을 펼치게 될 전망이다.

음악과 자유로운 연기의 조화, 프리스케이팅

2분 30초의 제한된 시간동안 정해진 8개의 기술을 선보여야 하는 쇼트 프로그램에 비해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자유도가 높다. 4분으로 늘어난 시간 가운데 최소의 요건만 지키면 마음껏 자신의 연기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길어진 시간만큼 체력이 관건인 종목이다. 2분 이후에 시도하는 점프에 대해서는 10 퍼센트의 가산점이 주어지게 되는데 초반에 체력 안배를 잘해 실수없이 후반 점프를 성공시키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다.

선수들의 프로그램 구성도 눈여겨 보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점프 3개와 스핀 3개, 스텝 1개, 스파이럴 1개를 필수적으로 포함한 12개의 기술을 자유롭게 구성해 연기를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개성을 만끽할 수 있다.

김연아는 연기 초반에 쇼트 프로그램에서 가장 높은 가산점을 받았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비롯한 점프 기술과 스파이럴 시퀀스를 배치해 안정적인 경기 운용에 비중을 두었다.

자유도가 높은 프리스케이팅인 만큼 음악과의 조화도 쇼트 프로그램보다 중요하다.

라이벌 대결로 주목을 모으고 있는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각각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와 라흐마니노프의 '모스크바의 종'에 맞춰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가 변화 많고 활달한 분위기를 주는 데 비해 '모스크바의 종'은 상당히 묵직한 느낌을 주는 곡이어서 두 선수의 연기 대결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곽국대'(곽민정 국가대표를 줄인 말) 곽민정은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인 곡 '레미제라블'에 맞춰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프리스케이팅을 앞둔 '말말말'

누리꾼들 사이에서 김연아는 '연느님'으로 통한다. 김연아에 대한 누리꾼들의 애정이 듬쁙 담겨있는 애칭이다.

드레스 리허설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김연아의 컨디션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쇼&프올클린'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한 누리꾼은 "리허설 때 김연아의 컨디션은 최상이었다"며 "점프 뛸 때 오늘처럼 가벼워 보인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같은 게시판의 한 누리꾼은 "아사다 마오의 컨디션도 매우 좋아 보였다"며 아사다 마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피겨 전설들과 전문가들은 다 연아를 응원하는 듯 하다. 역사상 최고의 프리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 (닉네임 '섬데이')

많은 팬들이 피겨 스케이팅의 세계 정상을 노리는 별들의 전쟁에서 또 한번 새로운 전설이 태어나길 고대하고 있다.

김연아 밴쿠버 동계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