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라!"

 

야구계에서 왼손 투수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높은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속설이다. 8개 구단 모두 왼손투수에 대한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고 왼손 기대주에 대한 갈망 또한 높지만 유독 왼손투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는 팀이 있다. 바로 2009시즌 통합챔피언 KIA 타이거즈다.

 

전신인 해태시절 포함 프로 원년부터 28년 동안 타이거즈에서 활약한 왼손 투수 중 한 시즌 두 자리 승수를 올린투수는 단 3명이다. 86년 해태유니폼을 입은 가을까치 김정수가 92년과 93년 두 시즌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고 94년 엘지로 이적한 신동수도 91년 92년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2009시즌 팀 내 토종투수로는 유일하게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양현종이 무려 16년 만에 왼손 10승 투수 계보를 이어받았다. 특히, 양현종은 한국시리즈와 한-일 챔피언십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자기공을 뿌리며 강한 자신감까지 얻어 2010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조범현 감독 또한 로페즈와 로드리게스, 윤석민, 양현종을 사실상 1-4선발로 분류해 놓고 2010시즌 마운드 구상을 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왼손에이스 양현종 93년 김정수 이후 무려 16년만에 KIA타이거즈에서 두자리수 승리를 기록한 양현종은 2010시즌에도 왼손선발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KIA타이거즈 왼손에이스 양현종 93년 김정수 이후 무려 16년만에 KIA타이거즈에서 두자리수 승리를 기록한 양현종은 2010시즌에도 왼손선발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KIA타이거즈

왼손 중간계투를 찾아내라!

 

하지만 KIA타이거즈에서 양현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쓸만한 왼손투수는 없다. 이러한 KIA의 단면은 2010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KIA는 2010시즌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9명(투수3,포수1,야수5)의 선수를 선발했는데 투수3명중 2명이 왼손투수다. 그리고 2010시즌을 위해 투-포수조의 괌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조범현감독 또한 지난해 신인으로서 선발까지 경험한 정용운을 비롯해 문현정, 박경태, 박상혁과 함께 2010시즌 신인선수인 심동섭과 임기준을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시키며 왼손 불펜에이스를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왼손투수 중 단 1명이라도 불펜의 에이스로 성장할 경우 KIA의 마운드는 2009시즌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비해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는 KIA는 검증된 용병 구톰슨과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메이저리그 출신 로드리게스를 영입하며 선발마운드를 안정화시켰고 손영민과 곽정철이 고군분투했던 허리에는 예비군인 신용운과 김희걸이 돌아오며 한층 더 짜임새를 갖추었다. 하지만 곽정철과 김희걸이 선발경쟁에 뛰어들며 KIA의 불펜에는 잠수함투수만 남게 되었다. 마무리 유동훈과 신용운, 손영민 그리고 프로2년차인 전태현이 그 주인공이다. 통상적으로 잠수함 투수들은 왼손 타자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잠수함 4인방이 충분히 믿음을 줄 수 있는 불펜이기는 하지만 통계와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조범현감독 입장에서는 왼손투수에 대한 애착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2010시즌 4강으로 분류될만한 팀들은 공교롭게도 좌타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KIA로서는 이번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된 왼손투수들의 성장이 절대적이기도 하다. 만약 왼손투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KIA의 2010시즌도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승팀 감독들은 하나같이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정상을 수성하는 것이 더 어렵다"라고 표현한다. 2009시즌 통합챔피언에 오르며 1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KIA는 지난해 강력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유독 왼손투수와의 인연을 맺지 못하며 매년 험난한 여정을 보내기도 한다. 기대주에서 에이스로 성장한 양현종이 단순히 10승 투수 이상의 투수로 분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호랑이해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KIA가 올해는 왼손투수 기근현상을 해소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0.01.25 14:31 ⓒ 2010 OhmyNews
KIA타이거즈 왼손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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