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유일의 스몰포워드인 추승균, 그는 외롭다

KCC 추승균 ⓒ 전주 KCC

 

'소리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KCC)이 KBL 역대 두 번째로 정규리그 6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1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KCC 프로농구 3라운드 6차전 울산 모비스전에서 선발출장한 추승균은, 역대 프로농구 선수중 주희정(SK, 627경기)에 이어 두 번째로 600경기 고지에 올라섰다.

 

추승균은 KBL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부산중앙고-한양대를 졸업하고 97년 KCC의 전신인 대전 현대를 통해 프로에 입문한 이래 벌써 13시즌째 오직 한 팀 유니폼만을 입고 600경기째 선수생활을 이어오는 추승균은, 명실상부한 KBL 역대 최장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신인 선수가 프로에 데뷔하여 600경기를 출전하려면 얼마나 뛰어야 할까. 54경기 체제로 계산하여 꼬박 11시즌을 부상없이 완주해도 6경기가 모자란다. 추승균이 대전 현대 시절이던 데뷔 초부터 4년간(98~01시즌)은 프로농구가 5라운드 45경기 체제였다. 추승균은 13시즌동안 평균 46.2경기에 나섰고, 평균 35분을 소화했다. 이중 7시즌은 전 경기에 출장했다. 또한 데뷔후 9년간은 부상으로 빠진 경기가 전무했다.

 

추승균이 프로무대에서 장기 결장한 것은 선수 생활을 통틀어 단 3차례가 있었다. 그중 한번은 98-99시즌 그해 방콕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부득이하게 11경기를 결장한 것이었다.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것은 06~07시즌이 처음이었는데 경기중에 당한 오른쪽 발목부상으로 추승균은 14경기를 결장해야 했다. 올시즌에도 뜻하지 않은 왼쪽 발목부상으로 8경기를 비운 바 있다. 이것은 모두 경기 중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부득이하게 당한 부상이었고 그 외 컨디션 난조나 자기관리 문제로 경기장을 비운 것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08~09시즌에는 무려 35세 나이로 정규시즌 54게임을 모두 소화한데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매 시리즈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17게임을 추가, 무려 71게임을 소화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KBL에서 단일 시즌 추승균보다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한 국내 선수는 전무했다.

 

여기에 추승균은 시즌을 마치고 숨돌릴 틈도 없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하여 최고참 선수로 한국의 동아시아대회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추승균이 '철인'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였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추승균은 선수생활 내내 13시즌 연속 평균 12점 이상을 기록 중이며 통산 성적은 14.4점에 이른다. 추승균은 통산 8780점을 기록하며 서장훈, 문경은에 이어 통산 3번째로 9천득점 고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공격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상대 선수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대인방어력은 추승균을 빛내주는 또다른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했다. 오랜 세월 수많은 경기를 누빌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했다.

 

추승균은 사실 화려한 플레이로 기억되는 스타는 아니다. 한양대 시절에는 부동의 에이스였으나 호화멤버를 앞세운 연세대-고려대-중앙대의 아성에 늘 가렸고, 프로무대에 와서 우승과 인연을 맺었으나 스포트라이트는 여전히 이상민-조성원 등 선배들 몫이었다.

 

KBL 역대 스몰포워드중 최고로 평가받는 스크린 활용능력과 2대 2 플레이. 미들레인지에서의 정확한 점프슛, 빅맨을 살려주는 엔트리 패스 능력 등, 궃은 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추승균의 다재다능함은, 그의 플레이가 경기에 미치는 '조용한 영향력'을 유심히 지켜보지 않는 팬들에게는 그 진가를 실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워낙 동료멤버들이 화려했던 탓에, 앞에 나서는 역할보다는 뒤에서 챙겨주는 역할에 익숙했던 추승균은 30대 초반까지도 팀 베스트 5에서는 막내 신세를 면치 못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추승균은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다는 진리를 바로 자신의 선수경력을 통하여 스스로 입증했다.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세대교체를 이룬 KCC에서 추승균은 어느덧 팀의 최고참 반열에 올랐다. 베스트 5의 막내에서 이제 어느덧 팀을 아우르는 선배이자 라커룸 리더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추승균은 지난 시즌 우승을 통해 KBL 역대 선수 중 최초로 통산 4번째 우승반지를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다. 그간 우승을 차지하고도 스포트라이트를 늘 선배들에게 양보했던 것과 달리, 지난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프로농구 역대 최고령 MVP(만 34세 5개월)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추승균의 오랜 노력과 꾸준함이 비로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추승균은 사실 올시즌에는 다소 고전하고 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와 국가대표팀을 넘나드는 강행군에 체력적으로 충분히 휴식을 취할틈도 없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한데다, 개막 직후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 탓이다. 평균 득점이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예전보다 추승균과 같은 포지션 선수들의 신장과 체격이 커지며 상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지난 모비스전에서는 600경기 출전의 기쁨이 무색하게 팀이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며 '왕고참'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는 자리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그러나 추승균은 여전히 변함없는 전주의 수호신이자 KCC의 상징이다. 비록 가는 세월을 속일 수 없어서 다소 노쇠한 흔적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추승균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팀 동료나 팬들에게 든든한 신뢰를 안겨주는 존재다. KCC 팀을 넘어서 KBL 최고의 모범선수로 꼽힐만큼 성공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추승균의 도전이 현재진행형인 이유다.

2009.12.13 14:15 ⓒ 2009 OhmyNews
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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