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선수 김승현, 그는 2000년대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군림해왔다. 01~02시즌 비주류대학 동국대에서 졸업한 후 드래프트 3순위로 대구 동양 오리온스에 지명되어 첫 해 신인왕, 챔피언결정전 MVP, 어시스트왕, BEST 5 등 온갖 상이랑 상은 휩쓸며 만년 꼴지를 하던 팀에게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이후에도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의 일등공신이 되었고, 팀을 매년 상위권으로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애용하는 모 브랜드의 농구화는 농구 애호가들 사이에서 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프로선수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제품으로 지금까지도 각광받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김승현은 왜 표면상으로는 연평균 5억 5천만의 연봉을 받고 실질적으로는 10억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금액을 부가적으로 받았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샐러리캡'에 있다. 샐러리캡이란 총 선수 연봉의 최대치를 규제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연봉 총액 상한선이다. 이는 돈많은 팀의 리그 독주를 방지하기 위한 룰로써 지난 1994년, NBA에서부터 시작되었다.

 

KCC 샐러리캡 09~10시즌 전주 KCC의 샐러리캡 현황. 100%소진율이 눈에 띈다.

▲ KCC 샐러리캡 09~10시즌 전주 KCC의 샐러리캡 현황. 100%소진율이 눈에 띈다. ⓒ 김원진

NBA를 비롯 여타 외국리그 및 한국 KBL도 물가 상승과 프로선수들의 몸값 인상을 감안하여 거의 매해 샐러리캡이 전년 대비 최소 3%에서 9%정도까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KBL은 연봉 인플레 억제와 대형 FA계약을 억제시키기 위해 09~10 시즌 샐러리캡을 08~09시즌 18억원으로 동결시켰다.

 

뿐만 아니라 KBL은 샐러리캡 이외에도 팀내 개인최고 연봉도 종전 40%(7억2000만원)에서 30%(5억4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기존에 30%를 초과해 계약한 선수는 계약기간이 종료할 때까지 예외가 인정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다. 이로 인해 08 ~09시즌에 7억 2천만원을 받았던 김주성만이 예외 규정의 특혜를 받게 됐다. 이와 함께 자유계약선수(FA)가 타 구단 이적 시 영입의향서를 제출한 구단 중 첫 해 최고 연봉을 제시한 구단을 선수가 의무적으로 선택하되 제시된 연봉 최고액이 동일한 경우에는 선수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러한 연봉 상한선 제도는 재정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구단과 부자 구단과의 지나친 전력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한 선수에게 연봉이 지나치게 치중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약자 보호'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나친 연봉 인플레를 미리 차단하는 예방적 제도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그래서 오리온스의 경우, 샐러리캡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김승현도 붙잡기 위해서 이면계약을 했었던 것이다.

 

김승현의 경우  지난 2006년 FA자격을 얻고 오리온스와 계약기간 5년(단년계약, 이는 매해 새로운 계약을 갱신한다는 의미), 4억 3천만원에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소문이 무성하기 시작했다. 샐리러캡상의 여유를 위해 오리온스가 연봉만큼의 뒷돈을 김승현에게 건내준다는 루머였다. 하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루머가 아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KBL은 이와 같은 소문을 분명 접했을 것이다. 기자들도 알고 심지어는 필자도 지인을 통해서 그리고 온라인을 통해서 뒷돈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었었다. 그런데도 KBL이 이러한 불법행위에 수수방관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실상 KBL이 묵인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KBL은  이러한 불법행위가 공론화되었을 때, 오리온스에 3000만원 김승현에게 출장정지 18경기, 제재금 1000만원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함으로써 더욱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11월 18일)에는 김승현의 18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9경기로 감면시켜줌으로써 그에게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김승현 매직핸드라 불리며, 최고의 포인드가드로 불렸던 
김승현. 과연 그는 명에회복을 할 수 있을까?

▲ 김승현 매직핸드라 불리며, 최고의 포인드가드로 불렸던 김승현. 과연 그는 명에회복을 할 수 있을까? ⓒ 김원진

사실 국내 프로농계의 '돈'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외국인 드래프트가 실시되기 전에는 외국인 선수들을 뒷돈을 주고 영입해 오는 것이 관행이었다. 한 예로 몇 해 전, '단테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KT&G의 15연승을 이끌었던 주역인 단테존스는 사실상 KBL 수준의 연봉을 받고 뛸만한 레벨의 선수가 아니었다. 공공연히 구단들 사이에 외국인 용병 연봉 상한선 (30만달러)을 훌쩍 뛰어넘는 뒷돈을 건네주는 관행이었었던 것이다. 물론 현재는 용병 드래프트 제도를 부활시킴으로써 용병들의 연봉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이처럼 KBL이 의지만 있다면 이면계약 혹은 뒷돈지급에 대한 부정적인 관행을 충분히 없앨 수 있다. 특히 연봉상한선의 초과 지출에 대해 KBL은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각 구단에 자료제출요구와 현장조사, 소환권(거부 때에는 혐의 사실 인정으로 간주)이 있다. 즉, 김승현의 경우 이면계약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면 KBL은 자체 조사 및 법적 대응도 할 수 있던 위치에 있었다. 결국은 김승현이 지난 두 시즌동안 허리디스크로 인해 연봉에 걸맞지 못한 활약을 펼치자 구단은 김승현에게 뒷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이에 김승현 측은 크게 반발하여 이면계약에 대한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KBL에 의해서가 아니라 당사자들간의 불화로 인해 위법행위가 수면위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6일에는 WKBL이 각 구단의 샐러리캡 위반에 대해서 재조사에 착수했다. 전주원, 이미선, 정선민과 같은 스타 선수들에게 광고비, 승리 수당, 우승 보너스 등을 연봉이외의 뒷돈으로 지급한 정황이 포착되어 WKBL이 진상조사에 나선 것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주부가드 전주원의 경우 1억 2천만원 연봉에 상응하는 돈을 이런저런 명목으로 구단으로부터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신세계와 우리은행과 같은 구단은 크게 반발하여 오는 18일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다른 프로 스포츠의 경우는 어떠할까? 우선 프로농구를 제외하면 모든 종목에서 아직까지는 샐러리캡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계에서는 몇차례 샐러리캡 도입을 시도했었으나, 선수협 노조의 반대로 그 과정에서 흐지부지 되었다. 선수협 노조는 "샐러리캡이 도입되면 스타 선수들보다 다수의 저 연봉 선수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통해 샐러리캡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다만 프로야구는 연승 수당 및 우승 보너스 등을 구단 자율에 맡긴다. 금액 등 기준에 대한 규정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각 구단의 기준이 다르고 구단주의 특별 보너스 등 돌발 변수가 있을 수 있어 자율적 시행을 한다는 것이다. 프로축구 역시 샐러리캡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축구는 출전 및 승리, 연승 수당은 물론 골과 도움 등 성적에 대해서 세분화 된 특별 수당이 지급된다. 또한, 구단 간 계약을 비공개하는 조건이 많고, 위와 같이 다양한 수당이 있어 프로 최고 연봉 종목은 축구라는 의견도 적잖다.

 

사실 KBL도 연봉이외의 수당에 관한 규정이 존재하긴 한다. 샐러리캡 18억 중 17억원은 순수연봉이고 1억원 한도 내에서 선수들의 옵션을 걸 수 있다. 라운드 승수 및 연승 수당은 정규리그에선 팀당 6,000만원까지 지급한다. 플레이오프 진출이나 우승 보너스 등은 구단 자율에 맡긴다. 선수나 감독의 광고는 KBL의 승인 하에 출연하도록 하고 있다. 즉, 구단에서 얼마든지 수당으로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선수의 손에 상당한 금액을 쥐어줄 수 있다. 그럼에도 KBL이 이면계약에 대해서 수수방관했다는 점은 팬의 입장으로써 스포츠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샐러리캡이 NBA에서 출범되었을 때의 취지는 앞서 언급했듯이 재벌구단의 선수싹쓸이 방지와 전력평준화를 유도하고 스타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들의 연봉을 최소한 보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NBA와 MLB와 같은 미국 프로스포츠계에서는 샐러리캡의 태성적인 문제점을 일찌감치 인지하여 여러 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우선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이라 해서 샐러리캡이 넘어간 상황일지라도, 소속팀과 재계약을 한다면 그 계약을 샐러리캡 내의 제한에서 예외로 둔다는 조항이다. 즉, 소속팀 선수와의 재계약은 샐러리 초과 유무에 저촉 받지 않는다. 다만, 한 팀에서 3년이상 뛰어야 하고, 방출당하지 않아야만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 대신, 트레이드가 된 경우에는 한 팀에서 계속 뛴 것으로 인정하며 최고 6년까지의 계약이 가능하며 그 인상률은 10.5%로 제한한다. 이와 같은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은 샐러리캡 소진이 확실시 되는 팀에서 샐리리캡에 구애받지 않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상당한 금액으로 붙잡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만약에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을 김승현에게 적용했었다면 오리온스는 편법적으로 이면계약서를 만들지 않고, 프랜차이즈 스타에 걸맞는 대우를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미드레벨 익셉션(중급레벨의 선수에게 1년짜리 계약이 가능하다. 물론 샐러리캡에서 제외) 등의 제도를 통해서 보다 샐러리캡의 유연함을 부여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치세(Luxury Tax)의 존재로 인해서 이러한 예외조항이외의 샐러리캡 초과의 경우에는 초과하는 액수만큼을 누진세 방식으로 계산하여 NBA사무국에서 사치세를 매긴다. 그리고 이 사치세는 사치세를 물지 않는 나머지 전 구단에 동등한 비율로 다시 배분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력 평준화 실패에 대한 보상을 현금으로 지급한 방식이다.

 

대한민국 KBL 그리고 WKBL은 우선 위에서 언급했었던 NBA의 다양한 예외조항들을 한국적인 것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불법적인 계약행태가 판을 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팬도 여론도 고개를 돌릴 것이다. 이는 결국 팬의 감소로 이어져 지금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을 치닫게 될 것이 자명하다. 특히, 래리 버드 예외 조항은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 방지를 위해서 국내에도 꼭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또, FA 계약시 샐리리캡 이외의 플러스 혹은 마이너스의 인센티브를 명문화하여 계약하는 것이다. 흔히 일본이나 미국의 프로야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써, 정해진 구체적 수치의 성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마이너스의 인센티브를,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경우에는 플러스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그리고 국내 스포츠계의 관행상 수당 제도가 필연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이를 현실적 제도로 구체화시켜 '연봉의 30%미만' 등과 같이 한계액수를 못박아 두는 것 역시 샐러리캡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KBL 및 WKBL 출범 후, 프로와 직결되는 '돈'문제 때문에 단 한시즌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용병들의 뒷돈문제, 샐러리캡 문제, 연봉 외 수당 문제 등 한동안 묵인되어 왔었던 수많은 음지의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공론화되고 있다. 이제는 연맹부터가 단호해져야 한다. 도의적 책임감을 가지고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편법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전에 선행되어야 할 것은 누차 강조하지만 샐러리캡 제도의 개선이다. 샐러리캡 제도의 변화가 없다면 제 2의 이면계약 파동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서강대학교 온라인 저널리즘 수강생입니다~

2009.11.30 11:0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서강대학교 온라인 저널리즘 수강생입니다~
샐러리캡 농구 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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