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의 새 역사를 알리고 있는 세계남자프로테니스대회 공식 누리집(atpworldtour.com) 첫 화면

페더러의 새 역사를 알리고 있는 세계남자프로테니스대회 공식 누리집(atpworldtour.com) 첫 화면 ⓒ ATP World Tour

 

로저 페더러에 의해 메이저 대회 통산 15회 우승의 금자탑이 세워졌다. 마침 관중석에는 14회 우승 기록에 빛나는 전설 '피트 샘프라스'가 앉아 있었다. 진정한 황제의 즉위식이라 일컬을 만했다.

 

세계 남자 테니스계의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 2번 시드)는 우리 시각으로 5일 밤 런던 윔블던에 있는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 센터 코트에서 벌어진 2009 윔블던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 6번 시드)을 만나 고전 끝에 3-2(5-7, 7-6, 7-6, 3-6, 16-1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

 

이 대회만 따지면 5연패(2003~2007) 후 2년 만에 다시 오른 감격적인 정상의 자리이며 메이저 대회 통산 스무번째 결승전 중 열다섯 번이나 이긴 대단한 기록인 셈이다. 또한, 이번 우승은 페더러 개인에게 60번째 단식 우승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들어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두 번째 세트 '타이 브레이크'

 

마지막 다섯번째 세트에서는 타이 브레이크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둘은 무려 서른번째 게임까지 질기게 버텨야 했다. 모두 256분이 걸린 이 결승전에서 마지막 다섯번째 세트만 95분이 소요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축구 경기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이었다.

 

끝줄 위에 서서 때리는 스트로크 맞대결에서 자신감이 있었던 로저 페더러는 다섯번째 세트 서른번째 게임을 따냈다. 타이 브레이크 상황을 빼고 광서버 로딕의 서브 게임을 처음 붙잡은 것이었다. 그만큼 로딕의 서브는 대단했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흔들렸다. 그리고 베이스 라인 스트로크 맞대결에서도 로딕은 마지막 포핸드 스트로크를 실수로 내줬다.

 

은쟁반 모양의 준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로딕 머릿속에는 두 번째 세트 타이 브레이크 상황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기 때문이었다.

 

39분만에 끝난 첫번째 세트에서 페더러의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를 이끌어내며 로딕은 초반 기세를 잡았다. 물론, 자신의 특기인 서브도 잘 뻗어가고 있었다. 이어진 두 번째 세트 타이 브레이크 상황에서도 로딕은 기분 좋게 네트 앞 발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점수판에 6-2를 아로새겼다. 네 개의 세트 포인트 기회로 보아 승리의 여신이 로딕에게 미소짓는 듯 보였다. 이대로 간다면 US 오픈 우승(2003년) 기록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었다.

 

하지만 네 개의 기회를 너무 쉽게 본 로딕에 비해 로저 페더러의 눈매는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냉정했다. 거짓말처럼 2-6의 점수판을 8-6으로 뒤집어버린 것이었다. 백핸드 하프 발리, 서브 포인트, 서브 에이스, 로딕의 실수 등을 묶어 단숨에 6-6을 만들어버린 페더러는 반 박자 빠른 특유의 백핸드 스트로크 기술을 자랑하며 로딕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거기서 물 건너간 기회는 좀처럼 다시 잡을 수 없었다. 로딕은 마지막 세트 17번째 게임에서 두 개의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잡았지만 뒷심이 모자랐다. 그때마다 페더러의 서브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라졌다. 모두 50개의 서브 에이스 숫자(로딕 27개)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2003년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남자테니스계를 주름잡기 시작한 로저 페더러는 다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딱 6년만에 피트 샘프라스의 대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에스파냐)이 롤랑 가로스에서 당한 부상 때문에 이 대회에 나오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 남기는 했다. 이제 그는 지난해 못 이룬 윔블던 6연패의 꿈을 대신하여 US 오픈 6연패 신화로 이루려한다.

덧붙이는 글 | ※ 2009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 결과, 5일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 센터 코트

★ 로저 페더러 3-2[5-7, 7-6{8TB6}, 7-6{7TB5}, 3-6, 16-14] 앤디 로딕

2009.07.06 08:45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9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 결과, 5일 올잉글랜드 테니스클럽 센터 코트

★ 로저 페더러 3-2[5-7, 7-6{8TB6}, 7-6{7TB5}, 3-6, 16-14] 앤디 로딕
로저 페더러 앤디 로딕 피트 샘프라스 윔블던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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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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