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코> 포스터

영화 <에코> 포스터 ⓒ Vertigo Entertainment

한 여성이 퇴근하는 길에, 집 앞에서 강도를 만났다. 강도는 칼을 들고 여성을 위협했고 여성은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다.

강도는 그런 그녀를 거리에서 칼로 살해했다. 많은 이들이 집 안에서 이 급박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이 만일 집 안에 있다가 여성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1964년 미국의 뉴욕 퀸즈에서 벌어졌던 키티 제노비스 사건의 시작이다. 당시에 사람들은 집 안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여성을 도와주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 심지어 여성이 사망하고 20분이 지난 후에야 경찰에 신고가 되었다.

당시 미국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도와줄 것이라는 심리적 요인 즉, '방관자 효과'에 의해 벌어진 비극적 사건이었다.

이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삼은 새로운 공포 영화가 등장했다. 바로 '소리의 공포'를 다룬 <에코>. 당신이 사는 집, 그 벽 뒤에서 죽은 자들의 속삭임이 들린다면? 여자의 비명 소리가 계속 된다면? 당신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변사체로 발견된 어머니,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의 소리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출소한 '바비(제시 브래드포드)'는 어머니 집에서 혼자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한다. '바비'의 어머니는 이미 그가 출소하기 전에, 원인을 알 수 없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어머니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며칠을 보내던 '바비'는 어디선가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벽 뒤에서 어느 부부의 싸우는 소리와 어린 소녀의 악기 연주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구멍이 뚫린 벽과 피로 물든 피아노가 발견된다.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여자의 비명 소리와 벽을 긁어대는 끔찍한 소리가 계속 되고 '바비'는 점차 그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점차 선명해지는 소리와 계속 되는 악몽으로 '바비'는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들어진다.

청각 공포를 선보이는, <그루지>와 <링> 제작진

영화 <에코>는 '소리의 공포'를 내세운 공포 영화다. 미국 뉴욕의 퀸즈에서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지만 이는 솔직히 모티브에 지나지 않는다. <에코>가 정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의 공포'다. 시각으로 보는 공포와 달리, 청각으로 공포를 들려주는 영화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에코>가 가지는 소재의 매력은 대단하다.

게다가 <그루지>와 <링>의 제작진들이 다시 뭉쳐 만들었다는 점도 <에코>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시아의 공포를 할리우드 정서로 제대로 재구성한 그 제작진이 만든 새로운 공포 영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 속에서 <에코>를 들여다 본다면, <에코>가 가지는 공포 영화로서의 매력은 솔직히 크진 않다. 기대감을 주었던 요소들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영화 <에코>의 한 장면

영화 <에코>의 한 장면 ⓒ Vertigo Entertainment


우선, '소리의 공포'는 매력적이다. 영화 초반부터 관객의 긴장감을 휘어잡는 '소리의 공포'는 <에코>의 강점 중 하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와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기괴한 소리의 연속은 관객에게 충분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어디서 갑자기 소리가 커질지 모르거니와 갑자기 소리가 끊기기도 하기 때문에 실로 공포감은 무겁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소리의 공포'가 줄어들고 시각 공포가 극대화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소리'에 대한 모티브가 사라지고, 소리의 원인을 보여주기 위한 설명으로 시각 공포가 쓰이면서 영화는 변질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에코>는 초반에는 굳이 스크린을 보지 않아도 공포를 느끼게끔 소리의 힘이 크게 작용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시각 공포의 비중이 커진다. 청각 공포를 내세운 영화가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점차 사라지는 '소리의 공포'와 진부한 내용 전개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은 진부하다. <그루지>와 <링>이 그러했듯이, 일상의 공포를 다루고 있는 것이 <에코>다. 분명히 일상 생활의 공포를 그린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확실히 소재에서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코>는 <그루지>와 <주온>과 내용 흐름이 매우 흡사하다. 일본 공포 영화에서 많이 봐왔던 무차별 저주가 <에코>에서도 똑같이 쓰이고 있어서 내용의 흐름상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도록 한다.

영화 <에코>는 관객들로 하여금 충분히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공포감을 부여하지만 마지막 후반부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극 중 '바비'가 소리의 원인을 알아내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소리의 공포'라는 일상 생활에서의 공포를 잘 표현한 점은 높이 살 만한 부분이다.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에코>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적당하다.

<브링 잇 온>과 <마이 쎄시 걸>로 우리나라에 얼굴을 알린 '제리 브래드포드'가 주연인 영화 <에코>는 전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5월 28일에 개봉한다.

에코 제시 브래드포트 방관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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