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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숙소 신청 개시와 함께 홈페이지 서버다운, 2분 만에 매진된 개막작, 일반 예매 첫날 50회 상영 마감. 개막을 앞두고 매진된 상영만 100회 이상 '

오는 30일 개막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기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올해 10회를 맞는 전주의 영화 잔치가 예년보다 한층 높아진 관객들의 관심 속에 흥행대박을 예고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23일 현재 예매가 완료된 상영만 100여회.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관계자들도 무척 들뜬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좌석수가 전년도 8만 여석에서 10만 여석으로 늘어나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객들의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예매표가 매진된 작품도 상영 당일 현장에서 15%정도 판매할 예정이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티켓 전쟁이 상당히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전주도 '표 구하기 힘든 영화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을 웃도는 관심과 급증한 온라인 트래픽에 영화제 조직위 측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상기된 표정이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올해 관객참여가 전보다 늘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작품 매진 속도에 스태프들 모두가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예매 과정 등에서 서버가 다운되거나 상당히 느려질 만큼 관객들이 폭주한 것은 지난 10년 기간 동안 이번이 처음이다.

실험·대안 영화에 보내는 관객들의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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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관심이 쏠리는 것은 디지털 대안 독립영화를 중심에 두고 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에 마니아 관객들의 호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의 독립영화 약진현상도 일정 부분 연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험 영화와 대안 영화를 중시하는 영화제 색깔은 전주가 그간 얻은 성과물로 다른 영화제와 비교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특색 있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놔 마니아층이 넓어진 상태다. 독립영화는 <워낭소리> <낮술> <똥파리>등이 작품성과 해외 영화제 수상 등으로 잇따라 화제를 모으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영화들이 대접받는 전주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낮술>은 지난해 전주에서 처음 상영된 작품이며, <워낭소리>와 <똥파리>는 부산을 통해 공개된 작품들로, 영화제가 이들 작품의 발판 구실을 한 셈이다.

관객들 역시 새로운 한국영화의 발견에 기대감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독립 다큐에 대한 관객들의 높아진 예매 열기가 대표적. 현재 인기작으로 부상하고 있는 다큐 작품은 민환기 감독의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로 2회의 상영 예매가 모두 매진됐다. '한국장편경쟁'에 선정된 영화로 인디밴드를 관찰하고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품인데, 관객들의 시선이 일찍부터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0년의 세월 동안 탄탄해지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영화를 발굴하고 발견하고자 하는 프로그래머들의 노력에 관객들 또한 많은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제에 선보이는 영화 메뉴는 전적으로 프로그래머에 역량에 달려 있어서다. 외국영화의 경우 흐름에 대한 정보나 영화계 인맥이 작품 수급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라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2004년 5회 영화제 때 안겨준 쿠바 영화의 감동은 지금도 전주 마니아들이 잊지 못하고 있을 만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접하기 힘든 미지의 영화를 발굴해 내는 것은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역할. 생소하고 쉽게 접할 수 없는 작품들을 만나게 해 주는 것은, 영화제가 관객들에게 안겨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를 통한 새로운 영화와의 만남은 관객들을 늘 들뜨게 한다. 좋은 영화로 손짓하는 영화제의 유혹에 관객들이 넘어가는 이유다.

스리랑카, 팔레스타인 등에 담긴 전주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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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의 라인업에는 이런 특별한 작품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폴란드 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영화와 낯선 스리랑카 영화가 대표적이다. 반스탈린주의적 성향 때문에 작품 상영이 금지당하며 조국을 등져야 했던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는 예술적 가치를 위해선 어떤 타협도 하지 않던 감독. 그를 발굴해 온 전주는 이번에 그의 작품 9편을 선보인다.

스리랑카 영화는 폐막작으로 선정될 만큼 전주영화제 측이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쿠바와 터키, 베트남, 중앙아시아 영화를 발굴한 전주가 오랜 이번에는 식민지 경험과 독립이후 내전 등 뼈아픈 경험을 겪고 있는 남아시아의 영화를 찾아내서 가져온 것이다. '관객과 영화전문가들에게 미학적 충격과 발견의 기쁨을 동시에 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할 만큼, 전주의 기대가 큰 작품들이다. 

팔레스타인을 다룬 영화들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올해 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3편의 영화를 통해 보여 진다.

이스라엘 콘크리트 장벽에 맞서다 불도저에 깔린 평화운동가의 이야기(시몬드 비통 감독 <레이첼>), 매일처럼 장애물을 넘나들어야 하는 팔레스타인의 현실(라시드 마사라비 감독 <레일라의 생일>), 이스라엘군의 비윤리적 만행에 대한 고발(아미 모그라비 감독 <Z32>) 등은 전주를 통해 볼 수 있는 색다른 발견이다.

'동시대 지구촌에서 벌어진 정치적 사안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 프로그래머의 설명이지만, 팔레스타인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려는 시선도 내포돼 있다.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려는 전주의 마음가짐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관객들도 전주의 이런 방향에 적극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인권도 황금도 단편도 매진 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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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가 축소되며 인권이 후퇴하는 시대, 인권위원회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장편인권영화는 올해 전주에서 놓칠 수 없는 선택이 될 듯하다.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조명해오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이 작업한 인권영화 <날아라 펭귄>이 그것이다.

과중한 사교육 압박, 조기 교육 과열, 채식주의자에 대한 편견, 황혼 이혼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감독 특유의 푸근한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인권위가 축소가 결정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인권영화 프로젝트일 공산이 크다. 임순례 감독과 최근 인권 현실이 겹쳐진 탓에 주목도가 높아지며 2회 상영분이 모두 매진됐다. 상영 당일 현장에서만 표를 구할 수 있을 정도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개막작 <숏숏숏 2009 : 황금시대>. 10인의 감독의 10분 분량의 단편 10편을 상영하는 옴니버스 영화로 4회 상영분이 매진 순위 1, 2, 4위를 기록하며 모두 동 날 만큼 최대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돈 개성 있고 의욕 넘치는 독립영화 감독 10명이 을 주제로 사회를 비틀었다 것 때문에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주의 디지털 프로젝트 <디지털 삼인삼색>도 홍상수 감독의 단편에 대한 관심 때문인 듯 역시 모든 상영이 매진됐다. 국제경쟁 작품 중 유일한 프리미어 작품인 <도쿄 랑데부>도 전회 매진 대열에 합류했고, 난해하고 실험성 강한 영화들 조차 남은 표가 없을 만큼 다양한 섹션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0회를 맞이해 특별히 준비한, '10회 기념 상영'도 관객들의 관심이 드높다. 역대 최고 인기작품 중 5편을 엄선해 '다시보고 싶은 JIFF'란 이름으로 보여줄 예정인데, <요시노 이발관>과 <굿바이 솔로> 등은 좌석수가 1700석에 달하는 전북대 문화관이 상영관으로 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예매표가 바닥났다.

이밖에 홍기선 감독 특별전 중 <가슴에 돋는 슬픔을 칼로 자르고>, <송환> 등이 매진대열에 합류한 것도 눈길을 끈다. 1989년 5·18을 소재로 한 <오! 꿈의 나라>를 만들었고 독립영화를 선도했던 홍기선 감독은 올해 시네토크에도 참여해 영화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원두커피 마시며 심야상영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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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주영화제 조직위 측은 관객들의 열기에 화답하겠다는 듯 올해 '불면의 밤' 때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원두커피까지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조직위 실무 관계자는 "심야상영 때 관객들의 요청에 따라 일반 음료수가 아닌 원두커피를 제공해 주기로 결정했다"면서, "무료는 아니고 형식적으로나마 100원 정도의 비용은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면의 밤'은 밤새 3편의 영화를 보는 심야상영으로 올빼미 영화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전주는 한 작품의 상영이 끝나고 다음 상영이 시작되기 전 쉬는 시간에 조직위 측이 풍성한 간식을 제공해 주는 것이 특색 중 하나인데, 올해는 10회라는 특성을 감안 적극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원두커피 요구는 영화제 설문 조사 때 간간이 나왔던 사안으로, 무리한 요구로 치부했었으나 조직위가 올해는 이를 특별하게 받아들인 것. 관객중심 영화제를 표방은 전주의 성의인 셈이다. 심야상영을 찾는 관객들로서는 풍성한 간식과 원두커피까지 즐기며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상영 외에 이벤트 행사 등도 다채롭게 준비돼 영화의 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김창완 밴드'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공연을 준비 중이며, 영국 트라팔가 광장에서 명성을 떨친 청년들의 사회적 기업 노리단도 전주에서 퍼레이드를 벌인다.

"전주는 영화보기에 최적, 배우에 대한 관심은 적어"
한 조직위 스태프가 전하는 스타배우의 굴욕

@IMG@"전주는 열광적인 분위기가 적어서 차분하게 영화보기에는 최적입니다. 프로그램 좋다며 며칠씩 조용히 영화만 보다 가시는 마니아 배우들도 몇 분이나 계실 정도에요."

전주국제영화제 초청팀 관계자가 말하는 전주의 장점이다. 여러 행사들도 많지만 영화 자체에 집중하기에는 전주가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 그래서 '영화제 참석'이 아닌 '영화를 즐기고 싶은' 배우들이 요청이 해마다 이어진다고 한다.

지난해 배우 박해일씨는 3일 영화만 보다 간 경우. 관객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모자를 푹 눌러쓰고 상영관을 찾은 그는 관람한 영화의 시나리오까지 꼼꼼히 챙겨 볼 만큼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배우 정찬씨도 해마다 10편 정도의 영화를 보고 갈 만큼 전주국제영화제의 마니아 관객이라는 것.

이 관계자는 "올해도 관심을 표명한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지원에 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어 아쉽다"며 "이번 영화제 때도 몇몇 분들이 영화를 즐기기 위해 관객으로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영화에 집중하는 전주 분위기에 배우들로서는 '굴욕'을 느끼는 때도 있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 관객들의 관심을 기대했던 배우들이 간혹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관객들 때문에 당혹스러움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배우들에 대한 열기가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스태프로서 아쉬움이 생길 정도라는 것.

다음은 한 스태프가 전하는 스타배우와 관련한 에피소드 한 토막.

가수 출신 배우는 영화제에 오기 전부터 까다로운 요구를 했다고 한다. 관객들이 몰려들면 불편할지 모르니 행사장 외에 식당이나 차 마시는 곳 등 움직이는 동선마다 담당자들을 배치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조금 무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으나 조직위 측은 배우의 비중을 감안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가 불편을 겪는 일은 생겨나지 않았다. 관객들이 열광하기는커녕 무덤덤하게 쳐다보기만 했기 때문.

의외의 반응에 당황한 것은 배우. 관객들이 무관심에 자존심이 상한 듯했다. 오기가 생긴 듯 이 배우는 생각지도 않은 강수를 뒀다. 화려한 의상을 차려입고는 관객들이 몰려있는 상영관 앞까지 진출했던 것. 아마 사람들이 주변에 벌떼처럼 모여들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온갖 미소와 함께 사인요구에도 친절히 응대하며 상영관 주변을 배회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마찬가지.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예상했던 열광적인 반응은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허겁지겁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는 것. 영화제 분위기를 잘 몰랐던 여배우가 전주영화제에서 겪은 '굴욕'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 J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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