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한국 야구가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산뜻한 출발을 했다.

 

한국은 6일 일본 도쿄돔에서 벌어진 제2회 WBC A조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이진영과 정근우의 홈런을 앞세워 '난적' 대만에게 9-0 완승을 거뒀다. 

 

'더블 일리미네이션(두 번 패하면 탈락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1라운드에서 첫 승을 거둔 한국은 7일 오후 7시 일본과 2라운드 직행 티켓을 놓고 '운명의 한일전'을 벌인다.

 

한국에게 무기력하게 패한 대만은 한일전에 앞서 낮 12시 30분부터 중국과 패자부활 1차전을 치른다. 만약 7일 경기에서 대만이 중국을 꺾고, 한국이 일본에게 패한다면 한국과 대만은 8일 재대결을 벌이게 된다(물론, 9일 최종 순위 결정전에서 만날 가능성도 있다).

 

이승엽의 빈자리까지 넘보는 '욕심쟁이' 이진영

 

 이진영은 대회 첫 만루 홈런을 때려 내며 대만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진영은 대회 첫 만루 홈런을 때려 내며 대만전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 WBC 홈페이지

 

이진영의 공식 별명은 '국민 우익수'다. 3년 전 제1회 WBC에서 얻은 별명이다. 당시 이진영은 일본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로 끌려가던 경기 분위기를 가져 왔고, 2라운드 일본전에서도 빠르고 정확한 홈송구로 주자를 잡아 냈다. 우익수로서 보여 줄 수 있는 진기명기를 모두 뽐낸 셈이다.

 

그러나 이진영의 별명은 수비를 할 때만 어울렸다. 수비에서의 듬직함과는 대조적으로 타석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1회 대회 이진영의 타격 기록은 20타수 3안타(타율 .150)에 불과했다. 홈런이나 타점은 전혀 없었고, 볼넷도 1개 밖에 얻어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진영이 타격 솜씨가 떨어지는 선수는 결코 아니다. 이진영은 통산 타율 .301를 기록하고 있는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호타준족'이다.

 

1회 WBC에서 유난히 침묵했던 이진영의 방망이는 베이징 올림픽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주전 우익수와 대타 요원을 오가며 18타수 6안타(타율 .333) 4타점으로 맹활약한 것이다. 특히 일본과의 4강전에서는 1-2로 끌려 가던 7회말 일본이 자랑하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큐지를 상대로 천금 같은 동점 적시타를 때려 내기도 했다.

 

그리고, 제2회 WBC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이진영은 1회말 공격에서 통렬한 만루 홈런을 터트리며 대만의 선발 투수 리전창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공이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타구였다. 마치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국민 타자' 이승엽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던 이진영은 7회초부터는 1루수로 자리를 옮겨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뽐내기도 했다.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3타수 1안타 4타점 1볼넷을 기록한 이진영은 7일 유난히 강한 면모를 과시했던 일본과의 경기에 나선다.

 

효율적인 이어 던지기, 한일전 준비 완료

 

 '괴물' 류현진은 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선발 투수의 임무를 완수했다.

'괴물' 류현진은 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선발 투수의 임무를 완수했다. ⓒ WBC 홈페이지

 

이진영의 만루 홈런을 포함해 10안타로 9득점을 뽑아 낸 타선의 응집력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효율적인 마운드 운용이었다.

 

이번 WBC는 1회 대회와 마찬가지로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다. 1라운드 70개, 2라운드 85개, 결승라운드 100개로 투구 수가 제한돼 있고, 50개 이상 던지면 4일, 30개 이상 던지거나 이틀 연속 등판해도 1일 휴식을 의무화하고 있다.

 

최소 이틀, 최대 4일 연속 경기를 해야 하는 한국으로서는 대만전에서 적은 투수가 적은 투구 수로 27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내야 했다. 한국 마운드는 이런 쉽지 않은 과제에 100점짜리 답안지를 내놓았다.

 

선발 투수 류현진은 안타 1개, 볼넷 2개 만을 내주며 아웃카운트 9개를 책임졌다. 투구 수는 43개였다. 7일 일본전에는 나올 수 없지만, 세 번째 경기부터는 다시 등판이 가능하다.

 

두 번째 투수로 나온 봉중근은 더욱 완벽했다. 봉중근은 2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는 노련한 투구로 6회까지 9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 냈다. 특히 4회초에는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류현진이 내보낸 주자 린 체수안을 견제구로 잡아내기도 했다. 투구 수는 단 23개였다. 이로써 봉중근은 7일 일본전에도 등판할 수 있게 됐다.

 

이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승호가 15개의 공으로 7회를 책임졌고, 대표팀 막차를 탄 임태훈은 2이닝을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막았다.

 

단 4명의 투수로 27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한국은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임창용을 비롯해, '돌부처' 오승환, '국제용 잠수함' 정대현, '마당쇠 듀오' 이재우, 정현욱 등 '핵심 불펜 요원'들을 모두 아꼈다. 일본전뿐만 아니라 세 번째 경기까지 탄탄한 불펜진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7일 일본전에서 류현진과 임태훈을 제외한 11명의 투수를 총동원할 수 있다. 일본은 이치로 스즈키, 마쓰자카 다이스케 등 빅리거들이 대거 합류한 강팀이지만, 한국 역시 대만전 대승으로 상승세를 탔기 때문에 치열한 명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9.03.06 22:25 ⓒ 2009 OhmyNews
WBC 야구 이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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