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이 26일 오전(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08-2009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레알을 상대로 1-0으로 승리했다. 리버풀은 82분 터진 이스라엘의 축구 천재 요시 베나윤의 헤딩슛으로 승리를 거두며, 3월 11일 앤필 드에서 열릴 16강 2차전을 유리한 상황에서  맞게 됐다.

이번 경기는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자존심 대결이었다. 통산 챔피언스리그 최다우승(9회)팀 레알 마드리드와 잉글랜드 팀 중 최다우승(5회)팀 리버풀이 맞붙는 16강의 의미 이상의 경기였다. 이렇게 화려한 우승경력에도 불구하고, 양 팀은 현재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려 리그 2위로 처져있다. 시즌이 후반기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두 팀 모두 리그의 자력우승은 조금 힘들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렇기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두 팀 다 16강은 꼭 통과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패스와 개인기 VS 공간을 노린 역습

경기초반의 정신력은 레알이 한 수 위였다. 챔피언스리그 팀 중 드물게 스페인 국기를 오른쪽 가슴에 달고 뛰는 레알은, 매끄러운 패스와 개인기를 통해서 리버풀을 괴롭혔다. 전반 4분 라울의 결정적 슈팅이 아쉽게 레이나에게 막히며 찬스를 놓친 레알은, 전반 20분 리버풀의 토레스에게 위험한 슈팅을 내준 위기를 제외하고는, 이구아인과 로벤의 개인기를 통해서 리버풀의 수비진을 휘젓고 다녔다.

리버풀은 레알의 패스와 개인기를 통한 플레이에, 뒷공간을 노리는 롱패스에 의한 역습으로 맞섰다. 공간을 공략하며 몇 차례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레알에 더 많은 기회를 내줬다. 계속 위기를 맞이하던 리버풀은 전반전이 끝날 무렵, 44분 사비 알론소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가로채자마자 롱슛을 날리고, 카시야스가 가까스로 막아냄으로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아르헨 로벤 VS 요시 베나윤

이날 경기의 최고선수는 로벤과 베나윤이었다. 로벤은 전반전부터 내내 출중한 개인기로 리버풀의 수비수를 2~3명 달고 다니며 괴롭혔고,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도 날렸다. 베나윤도 공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며, 리버풀의 역습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레알의 세르히오 라모스 감독은 '카를로스의 후계자' 마르첼로를 빼고, 구티를 투입하며 4-3-3으로 공격적인 전술로 변형함으로써 홈에서 이기고자 하는 전의를 불태웠다. 리버풀은 후반 61분 컨디션이 좋지 않은 토레스를 빼고 바벨을 투입했다. 하지만 바벨은 공을 거의 잡지 못했고, 리버풀에게 선물을 안겨준 이는 바로 베나윤이었다.

후반 82분 패널티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은 리버풀은 왼쪽 풀백 아우렐리오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베나윤이 깔끔하게 헤딩슛으로 연결함으로써 승리에 종지부를 찍었다. 베니테즈 감독의 로테이션 정책으로 맘 고생을 하고있는 베나윤의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첫골은 리버풀에게 큰 선물이었다. 리버풀은 이후, 부상에서 막 회복한 제라드를 투입시키고 91분, 레이바를 투입시킴으로써 소중한 한골을 잘 지키며 승리를 거뒀다.

리버풀의 정신력의 승리

전체 슈팅 13-9로 레알의 공격력이 더 강력했고, 더 위협적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리버풀은 스크르텔의 몸을 던진 수비와 레이나의 선방으로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경기내용은 레알이 좋았지만 결국 승리는 정신력이 앞선 리버풀이 거머쥔 것이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공식 첫 경기였던 리버풀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나서는 레알의 팬들을 볼 수 있었다. 레알은 이날 경기를 통해, 반 니스텔루이와 훈텔라르의 결장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과인, 가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경험부족에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축구경기 중에서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일어난다. 사실 1-0의 리드로는 리버풀도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며, 레알같은 팀에게는 최악의 상황은 분명 아니다. 두 팀 다 소위 말하는 '극장'수준의 영화 같은 경기를 자주 보여주는 팀으로서 16강 2차전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모른다. 또 16강 탈락을 하는 팀의 감독, 라모스나 베니테즈 중 한명은 다음 시즌 지휘봉을 내려놔야 하는 가능성이 큰 만큼 양 팀 다 물러설 수 없는 경기가 될 것이다.

[선수 라인업]
레알 마드리드
GK-카시야스 DF-에인세, 페페, 칸나바로, 라모스 MF-마르첼로(45'구티), 가고, 디아라, 로벤 FW-이과인, 라울

리버풀
GK-레이나 DF-아우렐리오, 캐러거, 스크르텔, 아르벨로아 MF-리에라(87'제라드), 마스체라노, 알론소, 베나윤 FW-카이트(91'루카스), 토레스(61'바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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