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영화스틸컷

▲ 휴대폰 영화스틸컷 ⓒ 씨네토리


엄태웅, 박용우 주연 <핸드폰>이 19일 개봉한다. 이 작품은 <극락도 살인사건>(2007년)의 김한민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첫 데뷔작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감독임을 감안하면 <핸드폰>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영화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왔는지에 따라 김한민 감독 미래가 결정될 공산이 크다. 그에게도 두 번째 작품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영화 소재로 사용된 휴대전화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상도구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휴대전화가 과연 어떤 영화 도구가 되었을지 상당히 궁금했다. 인간문명이 만들어낸 편리한 도구가 한 인간에게 씻을 수 없는 절박한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해주는 가장 큰 쾌감이자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핸드폰>은 두 사람 이야기에 다른 이야기가 끼어들면서 복잡한 구조를 만든다. 연예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어느 날 자신의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여배우의 섹스동영상을 휴대폰으로 받게 된다. 이 동영상 발신자는 윤진아(이세나)의 남자친구(김남길)다. 연예기획사 대표 오승민(엄태웅)에게 윤진아는 마지막 희망이다. 그는 사채업자에게 엄청난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진아 섹스동영상이 흘러 나가게 되면 그의 마지막 희망은 사라진다.

엎친 데 덮친다고 오승민은 섹스 동영상을 수신 받은 휴대폰을 분실하고 만다. 그가 분실한 휴대폰은 정이규(박용우) 손에 들어가 있다. 정이규는 자신에게 행패 부리는 고객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었는데 주운 휴대폰에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이 받았던 수모와 스트레스를 모두 오승민에게 퍼붓기 시작한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실히 갈려진다

<핸드폰>은 전반부와 후반부가 확실히 갈려진다. 전반부는 오승민이 정이규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끝날 것 같던 영화는 정이규가 다시 오승민에게 복수하는 내용이 곁들여지면서 후반부로 이어진다. 결국 한 영화에 두 주인공이 서로 복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렇게 확연히 나누어진 전반부와 후반부는 영화의 장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한다. 전반부 이야기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관객들에게 후반부는 쓸데없는 사족에 불과하다. 더 이상 전개시키는 것은 감독의 욕심에 불과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전반부 진행에 상당히 만족했던 관객들에게 어설픈 반전이 포함된 후반부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겨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 관객들이 끊을 때 제대로 끊지 못한 감독의 연출에 대해 좋지 못한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핸드폰>이 보여주는 이런 구조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영화 전반부에서 보여준 이야기가 후반부 재탕되는 듯한 느낌을 관객들이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관객들에게 후반부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전반부를 다시 어설프게 되돌려 놓은 이야기의 재탕이라 생각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확연히 차이가 난 전반부와 후반부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평가가 나누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반부 두 배우들이 보여주는 뛰어난 연기력과 영화에서 전해주는 팽팽한 긴장감과 속도감 있는 전개에 만족한 관객들이, 후반부마저도 똑같은 시선을 유지한다면 이 작품은 수준 이상의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가 지루하게 다가온다면 불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다.

PPL 광고 느낌 약간 거슬린다


휴대폰 영화스틸컷

▲ 휴대폰 영화스틸컷 ⓒ 씨네토리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기업간접광고들이 말썽이 되는 경우가 있다. 너무 지나치게 한 상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광고하는 모습은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에게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핸드폰>에서도 관객들이 이런 경험을 할 공산이 크다.

이 작품은 SK텔레콤이 배급을 맡고 있다. 배급 맡은 회사가 휴대전화 1위 회사답게 계속해서 SK기종 휴대전화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PPL광고가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 제작비 확보차원에서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간혹 영화를 보는데 방해요소가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에서 가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PPL광고가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우선은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

도대체 이 영화 재미있다는 말이야? 없다는 말이야?

위에서 이야기한 것을 떠올려보면 이 영화가 재미있다는 말인지 재미없다는 말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작품에 대해 평가를 내리자면 “<극락도 살인사건>정도의 재미는 보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해야할 것 같다.

김한민 감독이 연출한 <극락도 살인사건>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평가를 받았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핸드폰> 역시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 다양한 평가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어떤 부분에서 관객들이 더 만족을 얻게 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고 재미없는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 작품은 개인의 영화선호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극락도 살인사건>에 만족했던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에서도 유사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최소한 시간 아깝지 않은 영화는 된다. 하지만 이전 작품에 만족하지 못했던 관객들이라면 <핸드폰> 역시 별반 다르지 않는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핸드폰>이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만장일치로 한 가지 동의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바로 엄태웅과 박용우가 보여주는 연기다. 이 작품에서 두 배우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기를 십분 발휘하였다. 연기파 배우란 호칭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박용우 연기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게 할 만큼 뛰어났다. 정이규 역은 그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배우도 소화할 수 없는 인물이란 평가가 따를 만하다.

끝으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극락도 살인사건>보다 더 발전한 김한민 감독을 기대했지만 그 요구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점이다. 2년 전에 보여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충분히 더 발전 가능성이 있는 감독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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