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의 한 장면

<트랩>의 한 장면 ⓒ Bauer Martinez Distributi


영화 <트랩>의 원 영어제목은 'The Flock'이다. 한국어로 이야기하면 무리, 떼 정도로 이야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원제목보다 한국제목이 영화와 더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트랩>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무간도>시리즈와 <상성>을 연출한 유위강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란 소식이 들리면서부터였다. 당시 드디어 유위강 감독도 할리우드로 진출하게 되었구나 생각을 했다. <무간도> 시리즈가 너무 기억 속에 남아있었기에 그의 할리우드 진출작은 어떤 작품으로 나올 것인지 큰 기대를 했다.

<트랩>은 감독 뿐만 아니라 주연배우들 역시 눈에 들어온다. 캐스팅만 본다면 역시 유위강 감독이란 생각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줄리엣역을 맡은 클레어 데인즈와 리차드 기어가 주연을 맡았다. 단역으로 에이브릴 라빈까지 출연하니 이 정도면 상당히 만족할 만한 캐스팅이다.

2007년에 개봉한 작품이지만 감독과 주연 이름을 떠올려보면 이 작품이 왜 이렇게 늦게 한국에서 개봉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될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늦게 개봉한 이유가 다 있다.

북미에서는 개봉해보지도 못하고 DVD로 직행!

<트랩>은 이제 리차드 기어가 확실히 지는 해임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아마 그의 기억 속에서 이 작품은 지워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유위강 감독 할리우드 진출작이란 허울도 알고 보면 전혀 실속이 없다. 이 작품은 아시아와 유럽 몇 개국 중심으로 개봉이 이루어졌고 정작 할리우드에선 완전히 외면 받았다.

왜 이 작품이 북미에서 개봉도 해보지 못하고 DVD로 직행한 것일까? 그것은 너무나도 쉬운 곳에서 답이 나온다. 이 영화 제작사인 '바우어 마르티네즈'가 북미에서 전혀 극장 배급력이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 제작사가 만든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이 2004년 <모딜리아니>이다. 북미에서 총 흥행수입은 20만불이었다.

쉽게 이야기하면 <트랩>은 유위강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고 떠들썩하게 소문이 났지만, 실상 아무런 북미 배급력도 갖추지 못한 영화사가 만든 작품이었다. 이런 제작사가 만든 작품을 과연 할리우드 영화라고 부를 수 있느냐 질문한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 배우들 역시 <트랩>이 보여주는 현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바우어 마르티네즈가 제작한 영화들이 몇 편 되지 않지만 대부분 한물간 배우를 영입해서 아직 이들의 이름이 좀 통하는 곳에서 개봉하는 방식을 많이 취해왔다. <트랩> 역시 유위강 감독의 이름과 주연배우들 이름을 팔아 아시아와 유럽 몇 개국에서 개봉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전 그들이 제작한 작품처럼 흥행 면에서는 신통치 못한 결과를 얻고 말았다.

그래도 유위강 작품이니 볼만은 하겠지?

위에서 이 작품의 태생적 한계를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아시아권에서 인기 있는 유위강 감독 작품임을 감안하면 볼 만은 하겠지 하고 일말의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대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바우어 마르티네즈가 북미에서 아무런 배급력도 갖추지 못한 회사이지만 그래도 7-10개 극장 정도에서 개봉할 수 있는 힘은 있다. 일명 리미티드(Limited) 개봉이다. 그런데 <트랩>은 이런 리미티드(Limited) 개봉조차 못하고 북미에서 DVD시장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주연 배우 이름을 떠올려보면 충격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북미 극장주 어느 누구도 이 영화를 본 후 자기 극장에 걸겠다고 연락해 온 곳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렇게까지 홀대 받은 이유는 스릴러를 지향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스릴러 요소가 살아 있지 않은 작품의 약점 때문이다. 무간도 스타일과 흡사한 비주얼 면은 일정 부분 만족감을 주지만, 영화가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는 이야기 전개에서 큰 점수를 잃었다.

<트랩>은 이게 도대체 유위강 감독 작품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너무 지루하다. 이런 지루함이 오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어디서 긴장감을 가져야할지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뒤죽박죽에 영화가 진행될수록 범인에 대해 알고 싶어지기보다 언제쯤 이 영화가 끝이 날까 먼저 생각하게 된다. 감독과 배우 이름만 보고 이 영화를 택한 관객들이라면 이쯤 되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를 만하다.

어디 한구석 좋은 부분이 있으면 칭찬해주고 싶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작품은 북미에서 DVD로 직행한 이유가 있는 작품이다. 유위강 감독이 어떻게 이런 작품을 연출했는지 아직도 미스터리하다.

유위강 감독 할리우드 진출 작이란 이야기 때문에 큰 기대를 했지만 그 기대는 큰 실망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트랩>은 한국 배우들 역시 할리우드에 진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 만든다고 해서 모두 할리우드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북미 극장에 충분히 배급할 수 있는 영화사여야만 할리우드 영화가 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트랩 리차드 기어 유위강 무간도 무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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