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베일

가레스 베일 ⓒ 토트넘 홋스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리에게 '이영표 경쟁자'로 유명해진 웨일즈 출신의 왼발 스페셜 리스트 가레스 베일(19·토트넘) 영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베일이 '박지성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유럽 축구 정보 사이트인 <트라이벌 풋볼>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맨유와 리버풀은 토트넘 풀백 베일에 대한 (영입)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웨일즈 국가대표인 그는 이전에도 두 팀으로부터 영입 공세를 받은 적이 있었으며,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어 트라이벌 풋볼은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의 보도를 인용하며 "해리 레드납 토트넘 감독이 새로운 왼쪽 풀백을 영입할 것으로 보여 베일의 위치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가레스 베일은 누구인가?

베일의 원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지만 실제로는 왼쪽 윙어까지 겸하는 공격적인 선수라 할 수 있다. 17~18세였던 2006/07시즌 사우스 햄튼 시절에는 챔피언십리그에서 39경기 5골 8도움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오른 발 부상으로 일찍 시즌 아웃되는 불운을 맞았음에도 9경기서 2골 넣었다. 올 시즌에는 17경기서 1도움 기록했고 28회의 슈팅을 날리는 등 왼쪽 윙어로서 자신의 출중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베일은 날카로운 왼발 킥력과 크로스를 자랑하는 선수.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라이언 긱스와 국적까지 같아 2년 전 사우스 햄튼 시절에 '포스트 긱스'라는 경이적인 수식어를 통해 주목받았다. 그래서 맨유가 리버풀과 더불어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보며 지난해 1월과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을 노렸지만 그는 '자신에게 많은 몸값을 제시한' 토트넘에 둥지를 틀며 국내에서 이영표 경쟁자로 통했다.

베일은 지난 시즌 초반 마틴 욜 감독(현 함부르크 감독)에 의해 왼쪽 윙어로 활약하여 이영표와 공존을 했지만 시즌 중반에 다다를 무렵부터 왼쪽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한때 이영표를 밀어냈던 적이 있었다.(욜 감독 사임 전) 그러다 오른 발 부상이 악화되어 시즌 아웃의 불운을 맞았지만 올 시즌 붙박이 주전을 확보하여 자리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토트넘이 치른 5경기 중에 3경기에 결장하는 등 래드납 감독과의 관계가 묘연해진 요즘이라 할 수 있다.

맨유, 베일 영입 노리는 이유는?

그런 가운데, 맨유가 베일의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여전히 베일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 우수한 유망주를 자기 팀 선수로 끌어 들이려는 강팀의 본능과 매우 밀접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맨유는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왼쪽 측면 보강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세르비아 출신 왼쪽 윙어 조란 토시치 영입이 기정사실화되었고(워크 퍼밋 취득 성공) 베일까지 노리고 있다. 파르티잔 베오그라드 소속의 토시치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적응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자신의 세르비아 대표팀 선배 네마냐 비디치가 맨유 입단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베일은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검증 받았기 때문에 다른 팀 스타일에 빠르게 적응할 '즉시 전력감'으로 쓰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맨유 전력에서 취약점으로 나타난 위치가 바로 왼쪽 측면이다. 최근 왼쪽 미드필더로 뛰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최근 2개월 동안 3번이나 부상으로 교체되는 등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최근 3경기 연속 부진으로 고개를 떨궜다. 루이스 나니는 '많은 축구팬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기복이 심한 경기력이 문제.

왼쪽 풀백으로 내려가면 파트리스 에브라와 로테이션할 수 있는 믿음직한 적임자가 없어서 문제다. 존 오셰이는 지난 11일 올보르전서 '자신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수비 집중력에 문제점을 나타내 상대팀에 두 골 헌납하는 결정적 원인을 초래했다. '지난 시즌 47경기 뛴' 에브라의 출전 횟수가 많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오셰이의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카엘 실베스트레는 지난 여름 아스날로 이적했고 '하파엘의 쌍둥이 형'인 18세의 파비우 다 실바는 부상 공백 기간이 길어진 것이 흠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에브라 혼자 펄펄 날고 있는 셈.

퍼거슨 감독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위해 전력 보강 차원에서 내년 1월 이적 시장을 벼르고 있다. 이미 토시치의 영입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베일까지 데려오면 왼쪽 측면의 취약함을 메울 수 있다. 더욱이 맨유가 지난 시즌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적시장을 통한 선수 영입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어 베일의 영입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베일, 박지성과 포지션 경쟁 가능성 있다!

만약 베일이 맨유로 이적하면 토트넘에서처럼 왼쪽 윙어와 풀백을 자유자재로 오갈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스타일이 공격 성향이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이를 십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가 왼쪽 윙어로 출장하면 박지성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최근 박지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는 호날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호날두가 오른쪽에서 상대팀 집중 견제에 힘을 쓰지 못하자 자신의 위치를 왼쪽으로 옮겨 상대 수비수들의 압박을 분산시키려고 한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이것마저도 통하지 않고 있다.) 물론 박지성이 오른쪽에서 하파엘 다 실바와 척척 맞는 호흡을 과시했기 때문에 지난달부터 오른쪽 측면에서 뛸 수 있었지만, 그동안 호날두의 존재감이 오른쪽에서 더 빛났다는 점에서 박지성의 오른쪽 전환은 '일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대로라면 '왼쪽 박지성, 오른쪽 호날두'가 맞는 것이기 때문에 '박지성 vs 베일'의 경쟁 구도가 가능하다.

이를 긍정적으로 비춰보면, 오히려 박지성에게 '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이 올 시즌에 이르러 스쿼드 플레이어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 하나가 자신의 경쟁자가 있어 경기력 향상을 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맨유 입단 초기에는 긱스라는 '벽'이 있었고 지난 시즌부터 지금까지 나니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인 끝에 올 시즌에 이르러 팀 내 입지가 상승한 것이다. 한때 '긱스 약팀 전용'으로 불리던 선수가 어느덧 '강팀에 강한 선수, 조커보다 선발이 더 어울리는 선수'로 탈바꿈한 것.

만약 베일이 맨유로 이적하면 박지성의 약점인 '공격 포인트'를 일깨우는 결정적 자극제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박지성은 올 시즌 16경기서 단 1골만 기록했을 뿐 공격 포인트가 적은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 7일 선더랜드전서 공수 양면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고도 후반 12분 교체된 원인에 국내 여론이 '골 결정력 부족'으로 여길 정도로 그의 공격 마무리는 퍼거슨 감독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이 때문에 지난 5월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에서 엔트리에 제외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런 가운데, 베일이 들어오면 '주전 굳히기를 위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꾸준히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최근 시즌 2호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난 11일 맨유-올보르 경기가 시작하기 전, 이명진 MBC ESPN 캐스터는 "박지성은 팀 내에서 누군가와 경쟁하고 있는 것을 오히려 즐거워하고 있다. 이는 국내팬들이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다"고 말했다. 맨유는 세계적으로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한 팀이어서 '주전을 향한'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데, 박지성이 자신의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경쟁 자체를 즐기게 된 것이다. 더욱이 나니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경험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베일이 맨유 유니폼을 입더라도 '기량 향상의 기회라 믿고' 또 다른 경쟁을 반가워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박지성은 경쟁을 통해 더 강해진 선수로 거듭났기 때문.

만약 베일의 올드 트래포드행이 현실화될 경우, 맨유 전력은 물론 박지성의 경기력 업그레이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베일의 맨유 이적설, 과연 그가 내년 1월 붉은 유니폼으로 갈아 입으며 박지성과 치열한 주전 다툼을 벌일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의 원문은 이상규 기자 블로그(http://pulse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편집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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