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됨을 위해 부르는 우리 학교 아이들의 희망가

 

이제는 누구나가 사람, 풍경, 움직임 등을 관찰하고 그것을 하나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남긴다. 그런데 여기 그 기록이 단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너 그리고 우리를 위해 카메라를 든 사람이 있다.

 

다큐 감독 김명준. 그는 3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카메라를 들고 훗카이도의 한 조선학교를 담아냈다. 그것은 감독의 개인적인 기록들이 아니고 실제로 그들과 부딪히고 친구가 되어 생활하는 모습을 나타낸 소중한 흔적들이다. 김명준 감독은 그들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였고 실제로도 하나가 된 듯하다.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그것은 이 영화 <우리 학교>에서 고스란히 보여진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난 생각했다. 감독은 얼마나 영화를 사랑했을까?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런 생각을 당연스럽게 만드는 이 영화는 그래서 감동적이며 단지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게 만든다.

 

 하나됨을 위해 소리치는 민족의 목소리

하나됨을 위해 소리치는 민족의 목소리 ⓒ 빈장원

 

나에게 있어서 학교는 '그냥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가기 싫었던 적도 많았다. 때로는 선생님, 때로는 친구들때문에. 그리고 정말 공부가 하기 싫어서 가기 싫었던 적도 있다. 정말로 가고 싶어서 학교라는 곳에 갔었던 것은 몇 번 없던것 같다.

 

그런데 <우리 학교>의 아이들은 뭔가 좀 이상하다. 그들은 진정으로 학교라는 곳에 가고 싶어서 그곳에 온다. 그리고 친구(동무)들과 '공부'보다는 '인생'이야기를 하고 선생님에게 '삶'에 관한 것들을 배운다. 그들은 서로를 생각하고 위해준다. 그들을 하나로 이끌어 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조선학교라는 재일동포 학생들로 이루어진 학교를 다닌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되어진다.

 

그들은 오랜동안 서로를 잘 알고 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사이였다. 일본이라는 내 나라가 아닌 곳에서 그들은 차별받고 오해 당하지만 '우리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아무도 그들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공간 안에서 더 힘을 모으고 '하나'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한다. 우리가 사는 이 공간에서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것일까? 고급반 3학년 학생들의 1년간의 모습을 주로 담으면서 감독은 하나하나 풀어낸다. 그들에게 있어서 과연 '하나'라는 것은 어떠한 의미일까?

 

놀랍게도 영화내내 조선학교 학생들이 일본에서 당하는 차별에 관해서는 별로 집중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어떻게 동화하여 나가고 합창대회, 운동회, 수학여행과 같은 행사들을 준비하고 참여하면서 '학교'라는 곳에서 우리가 함께 있다라는 것을 깨닫는 것에 시종일관 할애하고 있다. 이것은 나로 하여금 마치 내가 카메라를 들고 그들과 함께 만나는 것, 혹은 만나고 싶은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런 체험적인 카메라의 시선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안으로 빠져들게끔 하는 힘이 있어 보인다. 더구나 우리가 이 작품이 감독 개인의 희생적이고, 모험적인 직접 체험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더욱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아내를 하늘에 먼저 보낸 감독의 아내를 위한 선물과도 같은 이 작품은 그래서 더욱 따뜻하다.

 

 나도 너희들이 그리울거야

나도 너희들이 그리울거야 ⓒ 빈장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에게 이 영화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였다. 물론 그 여러가지 생각들 중에서는 반성 혹은 본받음 등이 대부분이다. 적은 보수에도 불구하고 정말 내 몸과 같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 그리고 그런 선생님들을 친구처럼 부모님처럼 대하는 아이들,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을 남과 북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이고, 그 하나됨을 위해서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법을 터득한 아이들을 보며 난 내 앞에 나를 비추는 얼룩얼룩한 거울을 바라보았다.

 

우리도 이제는 깊게 생각해 보지 않는 통일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들을 볼 때 애국을 하는 자는 지금 이 곳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나라 밖 저기에 있는 것이구나. 저들만이 하나됨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를 위해 갈망하는 구나. 그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었을 때 우리가 느끼는 전율은 정말 이루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뭉클하다.

 

그래서 언젠가 후쿠오카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꼭 그 우리학교에 가 보고 싶은 것도 그 이유에서이다. 눈덮인 교정을 걸으면서 교문안으로 들어설때 만나는 그 학생들을 보고 싶어서이다.

 

 조국으로 하나된 그들의 노래

조국으로 하나된 그들의 노래 ⓒ 빈장원

2008.11.09 19:47 ⓒ 2008 OhmyNews
우리학교 김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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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 2008 시네마디지털서울 관객심사단 200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심사단 2010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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