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대 선수. 폼이 정말 멋있다.

이용대 선수. 폼이 정말 멋있다. ⓒ 이슬비


어젯밤에 잠을 설쳤다. 이용대 선수와 이효정 선수의 배드민턴 경기를 보러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좌우간 오늘(12일)은 기쁜 날이다. 솔직히 난 개인적으로 이용대 선수를 본다는 것이 기뻤다. 내 동생 예슬이는 이효정 선수가 더 좋다고 했다.

나는 배드민턴을 정말 좋아한다. 베이징올림픽이 열리기 훨씬 전부터 틈만 나면 아빠와 배드민턴을 쳤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친 것 같다. 올림픽 때 이용대·이효정 선수의 시합장면을 보고 배드민턴이 더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전국체육대회에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용대 선수가 성화를 들고 뛰고 또 시합에 참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 이용대 선수가 배드민턴 치는 모습을 직접 보고도 싶었다. 그 비법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나도 그렇게 쳐보고 싶었다. 배드민턴 경기장이 있는 여수까지 가는 동안 잠시도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은 것도 이것 때문이다.

광주에서 2시간 동안 달려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 도착했다. 오늘 경기에는 이용대 선수도 나오고 이효정 선수도 나온다. 올림픽 때는 둘이 복식조를 이뤄서 나왔는데 이번에는 따로따로 나왔다. 각자의 고장을 대표해서 나오기 때문에 그런다. 이용대 선수는 전라남도 대표선수로, 이효정 선수는 부산광역시 대표선수로 나왔다.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고 있는 체육관에서 이용대 선수의 시합을 기다리고 있는 나(오른쪽)와 내 동생 예슬이. 가슴은 계속 두근거리고 있다.

배드민턴 경기가 열리고 있는 체육관에서 이용대 선수의 시합을 기다리고 있는 나(오른쪽)와 내 동생 예슬이. 가슴은 계속 두근거리고 있다. ⓒ 이슬비


체육관 안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코트에서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이용대 선수가 나오는 경기를 기다렸다.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다.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와~" 하며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바로 이용대 선수가 코트 한쪽에 나오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이용대 선수의 모습이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멋있었다. 많은 학생 팬들이 이용대 선수가 나오는 쪽으로 몰려갔다.

이용대 선수가 출전하는 시합이 시작되었다. 나는 기대를 엄청 했다. 이용대 선수 팀이 상대팀을 일방적으로 이길 것으로 굳게 믿었다. 그런데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점수를 주더니, 잠깐 사이 0-4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나는 '잘 하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계속 끌려 다니기만 했다. 결국 1세트를 쉽게 상대방에게 내주었다. 14-21이었다.

 이용대 선수팀이 서브를 넣고 있다.

이용대 선수팀이 서브를 넣고 있다. ⓒ 이슬비


바로 2세트가 시작되었다. 또 기대를 했다. 비록 1세트는 졌더라도 2세트에는 잘 하겠지 하는…. 그런데 이용대 선수는 계속 아웃을 시키고 또 받지 못하고 그랬다. 그럴 때마다 응원석에서는 한숨소리가 들렸다. 여학생 팬들은 "괜찮아"를 외치며 이용대 선수를 응원했다.

하지만 응원단들의 기대와 달리 이용대 선수 팀은 계속 끌려 다녔다. 스매싱다운 스매싱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2세트도 내줘버렸다. 13-21이었다.

이용대 선수는 나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실망도 컸다. 경기장으로 오면서 아빠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이용대 선수의 감독이 이런 말을 하더구나. '이용대 선수가 올림픽 이후 텔레비전 출연과 여러 행사 참석 때문에 훈련을 제대로 못했고, 몸도 좋지 않다'고…."

 시합은 끝나고...

시합은 끝나고... ⓒ 이슬비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이미 게임은 끝났는데. 이용대 선수의 시합이 끝나자마자 이효정 선수의 시합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효정 선수는 키가 크고 플레이도 시원시원했다. 스매싱을 할 때도 높이 점프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았다. 수비도 잘했다.

이효정 선수의 눈부신 활약으로 부산팀은 상대팀을 2-0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도 이효정 선수팀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2-0으로 상대팀을 가볍게 이기고 금메달을 땄다. 역시 이효정 선수였다.

 이효정 선수 팀은 가볍게 이기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땄다.

이효정 선수 팀은 가볍게 이기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땄다. ⓒ 이슬비


배드민턴 게임은 끝났지만, 여수까지 온 다른 목적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바로 이용대 선수와 이효정 선수의 팬 사인회였다. 나는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 하지만 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미 낮에 팬 사인회 참가표 150장을 나눠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인회에서는 참가표를 받은 사람만 해준다고 했다. 이리저리 물어보았지만 참가표를 받지 못한 사람이 사인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아빠와 아시는 분이 이용대 선수와 이효정 선수의 사인을 대신 받아서 주신다고 했다. 그거라도 기뻤다. 이번에는 이용대 선수와 사진이라도 찍고 싶어서 사인회가 열리는 곳을 서성거렸는데 어찌나 사람들이 많던지 하마터면 다칠 뻔 했다.

오후 내내 체육관 부근에서 놀았더니 하루가 피곤하다. 그래도 이용대 선수 게임을 직접 보아서 괜찮다. 사인을 받지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쉽다. 빨리 아빠 아시는 분이 사인을 받아서 보내주시면 좋겠다. 내일 학교에 가면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 할 것이다.

 이용대 선수의 시합을 보고 있는 나.

이용대 선수의 시합을 보고 있는 나. ⓒ 이슬비


 이용대 선수의 열성팬들. 대형 사진까지 들고 나왔다.

이용대 선수의 열성팬들. 대형 사진까지 들고 나왔다. ⓒ 이슬비


덧붙이는 글 이슬비 기자는 광주 동신여자중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이용대 배드민턴 이효정 전국체전 진남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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