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바나에서의 데블스 공연 장면.

닐바나에서의 데블스 공연 장면. ⓒ 보경사

영화는 경상도 왜관 기지촌에서 시작한다. 때는 70년대, 미국문화가 기지촌을 통해서 유입되고 전염되기도 하던 때다. 미군 출입 바에서 컨츄리를 부르면서 생계를 유지하던 상규(조승우)는 '소울(Soul)'의 매력을 발견하고 소울밴드 '데블스'를 만든다.

 

데블스는 서울로 올라오고 경연대회를 치른다. 특별상을 받으면서 '주간서울' 기자의 주목을 받게된 데블스는 통금시간대 서울의 클럽에 출연하게 된다. 클럽에서 댄스가 가미된 고고를 시도하면서 데블스는 순식간에 유명인사가 된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하고 데블스를 비롯한 클럽가수들은 공연을 못하게 되는 처지가 된다. 급기야 데블스는 내분으로 해체를 하게되고 멤버들은 뿔뿔히 흩어진다. 유신통치의 냉혹함은 서울의 밤을 얼어붙게 만든다.

 

논픽션과 픽션의 절묘한 조합, 밤이 금지된 시절 70년대

 

<고고70>의 사실감을 돋보이게 한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첫째가 논픽션과 픽션의 절묘한 조합이다. <고고70>에는 영화의 사실감을 돋구어 주는 장치들이 많다. 간간히 삽입된 70년대의 흑백 다큐멘터리 필름도 영화의 사실감을 증폭시켜 준다.

 

그리고, '데블스'라는 70년대 실존했던 소울밴드를 소재로 사용한 점도 역시 영화의 사실감에 기여한다. 그외 영화에는 베트남파병, 새마을운동, 장발단속, 통행금지, 고고클럽 등의 70년대적 풍경이 등장하여 영화의 사실감을 더해준다.

 

이런 사실적인 소재에 교묘하게 결합한 것이 여러가지 영화적 허구들이다. 70년대의 있을법한 풍경들이지만 사실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 데블스가 데뷔한 "플레이보이컵경연대회"는 존재한 적이 없었고, 여러 그룹사운드가 공연을 한 "닐바나(Nirvana)"라는 클럽도 없었다.

 

"피닉스", "템퍼스"와 같은 그룹들도 존재하지 않았고, "주간서울"이라는 잡지도 가상의 잡지다. <고고70>은 70년대라는 암흑같은 시절의 밤문화를 을 논픽션과 픽션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보여준다. 그리고 연주한다.

 

라이브는 당신 안의 소울을 깨운다

 

<고고70>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역시 그 음악이다. <고고70>의 감독 최호는 "영화의 클라이맥스, 관객이 희열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했고, 음악감독 방준석은 "데블스가 되기 위한 250일 도전, 그들의 노래와 연주는 진짜다"라고 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고고70>의 음악과 연주는 뛰어나다. 음악적 수준에서 관객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기 위해 <고고70>은 몇 가지 노력을 했다. 우선, 주인공의 선택이다. 상규역을 맡은 조승우는 그간 영화 외에 <헤드윅>과 같은 뮤지컬에서 배우답지 않은 가창력을 보였다.

 

그리고, 주연을 제외한 조연급들을 음악적 능력을 위주로 선택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라이브 무대 이상의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공연장면들이다. 라이브 공연을 하고 그것을 편집한 것을 영화에 쓰는 기법을 사용한 것이다.

 

라이브 공연 녹화물을 스크린으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데블스의 공연 부분은 영화의 백미다. 이 부분은 영화 전체의 유기적 구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앞서 언급한 70년대 다큐멘터리 필름 장면들과 결합하여 일정한 효과를 가져온다. 

 

리얼리티를 넘은 "하이퍼리얼리티"를 경험하는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70년대의 시공간에 '마술처럼' 도달하는 것이다. 정서적 쾌감이 극대화되고 현실성이라는 대전제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중요한 매력이다.   

 

<고고70>은 영화의 물리적 상영공간인 2008년에 대한 레퍼런스(Reference)이다. 영화적 알레고리(Allegory)를 통해 70년대의 통치와 금지가 지금과도 얼마나 닮아 있는가를 보여준다. 70년대의 금지된 밤은 현재의 표현의 자유문제, 장안동 집창촌 단속, 사이버 모욕죄와 얼마나 다를까?

2008.10.05 10:29 ⓒ 2008 OhmyNews
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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