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포스터

영화포스터 ⓒ 프리비젼 엔터테인먼트

다중인격을 소재로 했다고 소문난 영화다. 그런데 조금 다른 방향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보인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중인격과는 다소 차이가 있게 캐릭터들을 다루고 있다. 한 인간에게 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성격형을 다중인격이라는 개념과 버무려서 허구화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매드 디렉티브>의 원제목은 '신탐(神探)'이다. 제목의 '신(神)'자가 영어제목에서는 '매드(mad)'로 바뀌었다. '탐(探)'자는 '탐정(探偵)'을 뜻하는 영어단어 '디텍티브(detective)'로 옮겨졌다. '귀신같은 탐정'이 영어로 변화하면서 '미친 형사'로 둔갑한 것이다. 사실, '미쳤다'는 것은 전제로 작용할 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어이다. 문화상품의 서사구조나 상황 등의 여러 맥락에서와 마찬가지로. 

 

만일, 이 영화의 제목이 '매드'디텍티브가 아닌 다른 형태로 번역이 되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원제목의 의미를 살린 다른 제목이 이 영화의 제목이 되어도 이 영화를 둘러싸고 사람들이 '다중인격'과 '다중인격장애'를 운운하는 논란을 일으켰을 것인가도 궁금하다.

 

근대의학적 지식이 보편화된 것은 이미 오래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틀린 사실'을 포함해서 의학에 대한 많은 지식들을 가지고 있다. 정신의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다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장애'에 대해서 많은 지식들을 알고 있다.

 

지금은 방영이 끝났지만 K방송국의 모개그프로그램도 '다중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많은 웃음을 전달했다. 물론 그 프로그램의 개그맨도 자신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 '다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장애'에 대해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을테고, 시민들도 그 방송들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그 모든 사실들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우리들 인식에서 '숨은전제'라는 것에 대해서다. 그건 이 영화나 모개그프로그램에 대해서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 영화를 제목을 지우고 보고, 그 개그프로그램에서 '다중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보았다면 우리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다른 생각들을 하게 되었을런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매드 디렉티브>라는 제목으로 인지하는 순간 이미 우리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봐야할런지가 이미 주입된 것이다. '매드(MAD)'라는 잘 아는 영어 단어 하나가 다르게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모든 길을 차단해버린 것이다. 주인공인 번형사는 중국적 사유의 계통에서 '신(神)'이라는 언어가 함축하는 여러 모양새로 이해되는 것이 더 옳다.

 

그런데, 잘 아는 쉬운 영어단어 하나는 우리들을 서구적 정상/이상의 이항대립 구조안으로 옮겨 놓는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번형사는 서구적 구조에서의 '미치광이'나 '정신병자'의 전형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내' 의학적 상식에서도 번형사를 '다중인격' 또는 '다중인격장애'로 진단할 수 없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장면들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알게 모르게 전제가 많이 작용하고, 그 대다수는 기존의 체계에서 주입된 지식들의 결과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만 한정한다면, 서구보다는 동양적인 사고와 사유의 궤적에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요구되야 할 것 같다. 

2008.09.22 09:15 ⓒ 2008 OhmyNews
신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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