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성화는 꺼졌지만 우리 일상에서의 올림픽은 여전히 진행형인가보다. 인터넷과 TV에서는 아직도 올림픽 이야기들이 넘쳐나고 올림픽 스타들의 인기는 연예인의 생업(?)을 위협하고 있다.

 

올림픽의 여운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다. TV에서 올림픽 스타들이 나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고, 인터넷에서 올림픽 뉴스가 뜨면 여지없이 나도 모르게 마우스를 클릭하게 되니 말이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인데 이 놈의 후유증은 좀처럼 비껴가기다 힘들다. 벌써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뿐일까.

 

올림픽 기간, 야근이 즐거웠다!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이 23일 저녁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야구 결승전 쿠바와의 경기에서 3대2로 승리한 뒤 시상식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올림픽과 함께라면 야근도 즐거웠다. 한국야구대표팀 선수들이 8월 23일 저녁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올림픽야구 결승전 쿠바와의 경기에서 3대2로 승리한 뒤 시상식에서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나는 거의 매일 야근을 했다. 지겨운 야근도 올림픽과 함께 하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평일 저녁, 여느 때처럼 야근에 열중하고 있는 직원들은 중요한 경기가 열리면 마치 약속한 것처럼 TV가 있는 회의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그럴 때면 내가 항상 외치는 말이 있다.

 

"오늘은 피자 먹을까요, 아니면 치킨 먹을까요?"

 

그렇게 푸짐하게 야식까지 시켜놓고 오손도손 올림픽을 보노라면 베이징의 뜨거운 현지 분위기도 부럽지 않았다. 월드컵 때도 그랬지만 올림픽 역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봐야 제 맛이다. 

 

올림픽이 끝난 요즘의 야근은 지겹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하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 듯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빨리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스포츠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 힘들다.

 

내가 "올림픽을 매년마다 개최하면 어떨까요? 서로 개최 못해서 안달인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 아니에요?"라는 황당한 제안을 하며 올림픽 후유증을 호소하니 옆에 있던 선배가 이런 말을 한다.

 

"매년마다 올림픽하면 지금처럼 재미있겠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일이나 해라."

 

금메달의 순간, 나에게도 올까?

 

올림픽 후유증을 소개하는 뉴스를 읽다보니 이런 말이 있었다. 물론 후유증도 있지만 사람들이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일상의 자극을 받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 나는 왜 이걸 몰랐을까. 그저 선수들의 환상적인 실력에 감탄하고 박수치라고 열리는 올림픽이 아니었다.

 

4년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오로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야만 금메달이라는 가장 화려한 불꽃을 태울 수 있다는 진리는 올림픽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펠프스는 크리스마스 저녁에도 혼자 외롭게 물살을 갈랐고, 장미란은 친구들이 얼굴에 화장을 할 때 손에 송진가루를 묻혔다고 한다. 갑자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는 과연 얼마나 노력했을까. 나도 이들처럼 내 인생의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이 정도면 올림픽 후유증이 아닌 올림픽 효과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의 올림픽 효과가 오래 유지될까 걱정이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4년 후에는 또 다시 새로운 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금메달을 알리는 아나운서들의 흥분된 환호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여전히 아쉽다.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올까? 장미란이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75kg 이상 급 인상에서 140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용상에서도 세계신기록인 186kg를 들어 합계 326kg이란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 남소연

2008.09.09 17:38 ⓒ 2008 OhmyNews
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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