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히어로>(원제: 슈퍼히어로 무비)는 제목처럼 슈퍼히어로영화들을 패러디한 코믹물이다. 원전은 <스파이더 맨>이다.

<슈퍼히어로>(원제: 슈퍼히어로 무비)는 제목처럼 슈퍼히어로영화들을 패러디한 코믹물이다. 원전은 <스파이더 맨>이다. ⓒ 디맨션필름스


개그맨 박성호가 ‘오빠만세!’라고 개사해 불러 재미를 더했던, Eric Carmen의 <All By Myself>가 짙게 깔리며 주인공 릭 라이커(그레이커 벨)가 지나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연인들의 연발키스 시리즈는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도 얼마동안 잔상으로 남는다.

“내 젊은 시절엔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사랑도 그저 재미삼아 했죠. 그러나 그 날들은 이제 가버렸어요. (중략) 혼자이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혼자이고 싶지 않아요. 저 멀리 아련히 보이는 사랑만이 남아 (중략) 날 치료 해줄 수 있을 뿐, (중략) 혼자이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은…”

사랑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

노래의 가사 때문이었을까. 릭이 질(사라 팩스턴)에게 말할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었을까. 길거리에서 적나라한 키스신을 선물하는 조연들의 열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패러디영화, 코미디 영화, 짜깁기 영화라는 옷을 입은 <슈퍼히어로>는 나에게는 그저 웃기는 영화만은 아니었다.

패러디 코미디물에서 사랑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금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란 보는 이의 관점에서 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을 허용한다면 웃음에는 실패했지만 패러디와 사랑엔 성공한 영화라고 말하고프다.

벤치를 침대 삼아 뒹굴며 하는 연인의 키스, 병원 침대를 내다놓고 그 위에서 벌이는 열렬한 키스, 사진관 광고 고무튜브 쌍의 애무, 이들의 애무는 적나라한 섹스장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키스신 및 섹스신은 모두 사랑을 잃은 릭의 가슴을 헤치는 의도적 도발이었기에 더 짜릿했다.

적 아워글래스(크리스토퍼 맥도날드)가 해코지할 것이 분명하기에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는 릭, 결국 질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사랑하지만 이별한다는 뻔한 스토리에도 진실이 담기니 감동적이다.

“넌 날 사랑해. 릭, 난 알고 있어.”
“질, 날 믿어줘. 너를 위해 이러는 거야.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용기다. 그 용기를 발휘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랑을 잃을 수도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www.daum.net)이 지난해 9월 27일간 네티즌 469명을 대상으로 이별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별할 때 연인에게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43.5%)로 나타났다. 이 진부한 표현이 릭에게는 절실하다.

질과 헤어지고 나서 걷는 외로운 길, 그 길에서 만나는 끈끈한 키스신, 섹스신, 물론 웃음을 자아내려는 감독의 설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절한 사랑이 릭과 질 사이에 흐르는 것은 왜일까. 잠깐 동안의 헤어짐일 게 뻔하지만 그래도 애절한 것은 아무래도 배경음악과 릭의 용기 때문이다.

패러디의 패러디

<슈퍼히어로> 포스터  동물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견학갔다 슈퍼잠자리에 물려 드래곤플라이로 변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 <슈퍼히어로> 포스터 동물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견학갔다 슈퍼잠자리에 물려 드래곤플라이로 변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 디맨션필름스

<슈퍼히어로>(원제: 슈퍼히어로 무비)는 제목처럼 슈퍼히어로영화들을 패러디한 코믹물이다. 원전은 <스파이더 맨>이다. 해외 영화흥행 순위에서도 <21>과 <호튼>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꽤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슈퍼히어로>는 <에픽 무비>, <데이트 무비>, <미트 더 스파르탄> 등을 연출한 에론 셀처, 제이슨 프라이그버그와 공동으로 각본을 쓴 크레이그 마진이 감독한 작품인데, 패러디나 코미디로 점수를 주라면 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다. 억지웃음을 조장하는 억지설정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파이더 맨>에서 파커가 벽을 타는 장면, 여자아이와 키스하는 장면, <배트맨 비긴즈>에서 릭의 부모가 살해되는 장면을 따왔고, <엑스맨>의 자비에르 박사, 울버린, 스톰이나, <판타스틱4: 실버 서퍼의 위협>의 미스터 판타스틱, 인비지블 걸 등도 출연을 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등장하여 야비한 말을 한다든가, 야구선수 배리 본즈, 톰 크루즈 등의 등장은 의외의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익살스럽지 않다는데 코미디영화로의 고민이 있다. <반지의 제왕>에서 많이 보았던 프로도, 호빗 등도 등장한다.

여러 모습의 패러디는 패러디영화계의 선두주자 데이비드 주커가 제작을 맡았다는 걸 입증하고도 남는다. ‘구글’을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들을 패러디 대상으로 삼은 점은 새로운 시도다. 그 외에도 ‘유튜브’, ‘페이스북’, ‘MD넷’, ‘마이스페이스’, ‘위키피디아’ 등 가장 네티즌의 관심을 끄는 사이트들을 패러디했다.

웃음은 억지춘향일 뿐

<슈퍼히어로>는 웃자고 제작한 영화, 웃자고 보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난 별로 웃음이 나지 않았다. 그것은 억지춘향의 웃음을 위한 설정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정적 란스가 밀치자 인공 똥에 넘어지는 릭, 넘어져 있는 릭에게 달려든 동물들이 섹스를 해대는 신, 아워글래스의 악당답지 않은 악당노릇, 구글에 문의하려는데 먼저 저쪽에서 잠자리에 물렸다는 것을 알아버리는 상황, 스티븐 호킹의 섹스에 관한 담화, 할머니(인형)가 분쇄기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 날지 못하는 약점을 가진 <슈퍼히어로>로 설정한 것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점에서 웃음보다는 억지춘향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씨네21>의 전문가 20자평에서도 이런 면이 지적되고 있다. ‘하루 만에 쓴 시나리오 아냐’(문석), ‘패러디영화는 한순간의 개그’(김봉석),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박평식)

주인공 릭 라이커(변형되면 드래곤플라이<잠자리>가 됨)는 <스파이더 맨>의 피터 파커처럼 왕따 고등학생이다. 동물을 연구하는 연구소를 견학갔다 슈퍼잠자리에 물려 드래곤플라이로 변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다른 이의 정기를 빨아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악당 아워글래스와 대적하며 싸우면서 자신의 능력을 통해 좋은 일을 하려한다.

하지만 그리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그로 말미암아 갖가지 해프닝이 발생하고 그런 일들을 통하여 웃음을 주려고 하지만, 글쎄 웃음은 좀 그렇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릭은 아워글래스가 불사신이 되려는 시도를 막는데 성공하고, 결국 질과의 사랑에 골인한다는 것이다. 웃음은 주지 못하지만 사랑은 승리한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용기다. 그 용기를 발휘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랑을 잃을 수도 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용기다. 그 용기를 발휘하지 않으면 영원히 사랑을 잃을 수도 있다. ⓒ 디맨션필름스


덧붙이는 글 <슈퍼히어로> 크레이그 마진 감독, 드레이크 벨, 사라 팩스톤 주연, 디멘션 필름스, 싸이더스 FNH 작품, 86분

이 기사는 http://blog.godpeople.com/kimh2, http://blog.daum.net/kimh2 에도 실렸습니다.
슈퍼히어로 개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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